지난 4월 사상구 새벽로 일대에서 발생한 땅꺼짐(싱크홀) 사고의 원인이 차수 그라우팅의 부실로 밝혀졌다. 지난해 8월 인근에서 발생한 땅꺼짐에 대해 부산시가 내놓았던 조사 결과와 같은 결과가 나온 것이다.
부산시와 지하사고조사위원회는 지난 4월 13일과 14일 사상구 새벽로 일대에서 발생한 땅꺼짐 사고 경위와 원인에 대한 조사 결과를 1일 발표했다.
위원회는 사고지점과 인접한 '사상~하단선 도시철도(1공구)' 공사 중 설계를 변경하면서 차수벽체 시공 품질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해 지하수 유출을 제대로 차단하지 못한 것이 주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먼저 공사 중 흙막이 가시설 차수작업 부주의로 인해 지하수와 흙입자가 유출되면서 땅속에 소형 공동(空洞)이 먼저 형성된 것을 지목했다. 사고지점은 당초 차수벽 시공이 필요없는 'C.I.P 겹침주열말뚝'으로 설계됐다. 그러나 상하수도관 등 지하매설물의 간섭과 교통혼잡 민원 발생을 우려해 별도의 차수작업을 요구하는 'H-Pile+토류벽콘크리트' 공법으로 변경하면서 약액을 주입해 차수 및 지반보강을 하는 'SGR차수공법'이 추가됐다.

위원회는 차수공법 시공 중 지반 내 빈 공간에 그라우팅재(차수용 약액)를 충분히 주입하지 못하고 일부 지하매설물 간섭 구간에도 완벽하게 시공하지 못하면서 지하수와 흙입자의 유출이 발생했다고 봤다. 특히 차수벽체의 누수를 보강하는 수평그라우팅 주입 과정에서 지하수와 흙입자 유출이 심화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하기 이전부터 지반 내에는 소형 공동이 먼저 형성된 상태였다. 이와 함께 사고 당일 누적된 강우량과 하수시설 누수의 영향으로 차수기능을 상실한 차수벽체를 통해 다량의 지하수와 흙입자가 유출되면서 최종적으로 땅꺼짐이 발생했다.
지난해 8월 발생한 사상~하단선 도시철도 1공구 인근의 땅꺼짐 사고 당시에도 위원회는 설계변경으로 인한 차수 그라우팅의 부실을 사고 원인으로 지적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세부적으로는 공법이 달라지면 차수 공법도 달라진다"면서도 "근본적인 원인은 동일하다"고 말했다.
조사위는 앞서 1공구 설계변경 구간에 대해 지반안정성 확인과 차수벽체 보완, 현장 관리체계 마련 등을 권고했다. 이번에도 조사위는 차수벽체 보완과 파손된 지하매설물 정비, 자동화 계측을 통한 상시모니터링 체계 구축 등을 권고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감사위원회 지적사항이 이행되지 않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구간 전체적으로 공사가 이뤄진 상태에서 땅꺼짐이 발생하고 있어 근본적인 원인이 비슷할 수 밖에 없다"고 전했다. 이에 부산시는 공법을 변경한 전구간에 대해 지반침하위험도 평가를 시행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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