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기장군서 드러난 '유령영아 비극'... 복지사각지대 방치한 대가

검찰 "반성 없어 죄질 중대" 유령영아 전수조사로 드러난 비극

생후 엿새 된 딸을 숨지게 한 뒤 야산에 암매장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친모에게 검찰이 중형을 구형했다.

지난 30일 부산지법 동부지원 형사2부(재판장 김병주 부장판사) 심리에서 검찰은 40대 여성 A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피고인은 범행을 부인하며 반성하지 않고 있으며 친딸을 숨지게 한 뒤 암매장한 죄질이 극히 무겁다"고 밝혔다.

▲부산지방검찰청 동부지청 전경.ⓒ프레시안(윤여욱)

공소사실에 따르면 A씨는 2015년 2월 생후 6일된 딸 B양에게 분유를 제때 먹이지 않고 침대에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같은 날 부산 기장군의 한 야산에 B양 시신을 암매장한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A씨는 이혼 절차를 밟고 있었으며 경제적 어려움과 양육 부담으로 생활고를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A씨가 출산 직후 단유제 '카버락틴'을 처방받아 복용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의도적 살해 정황 여부가 쟁점이 됐다. 검찰은 단유제 복용이 곧 신생아 수유 의지를 포기한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했지만 A씨는 "첫째 아이 때도 복용한 적이 있고 둘째를 낳은 뒤 무슨 일이든 빨리 해야겠다는 생각에 약을 처방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분유를 먹인 기억은 있으나 횟수는 기억나지 않는다"며 살해 고의를 부인했다.

재판부는 A씨 측에 단유제 복용 후 신체적 변화, 신생아가 단기간 내 기아로 사망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학적 참고자료를 제출하도록 요구했다. 선고는 오는 11월20일 내려질 예정이다.

A씨의 범행은 정부가 2023년 출생 기록만 있고 신고되지 않은 '유령 영아'를 전수조사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경찰은 수사를 통해 B양이 사망했을 것으로 보고 기장군 일대에서 시신 수색을 벌였지만 끝내 발견하지 못했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개인의 비극을 넘어 출산 이후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여성과 신생아 보호 체계가 얼마나 취약한지 다시금 보여주는 사례로 지적된다. 아동인권단체는 "아동을 보호하지 못한 국가 시스템의 책임도 함께 논의돼야 한다"며 제도적 보완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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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욱

부산울산취재본부 윤여욱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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