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 등 미 정부 기관들이 조지아주에 위치한 한국 합작 기업을 급습해 한국 국적자 수백명을 구금한 사태 이후 한미 양국이 비자 문제 해결을 위한 워킹그룹 회의를 가진 가운데, 양측은 미국에서 단기 비자로 활동할 수 있는 영역을 명확히 하는 등 재발 방지를 위한 후속 대책을 마련했다.
1일 외교부는 "한미 양국 정부대표단은 9월 30일 워싱턴 D.C.에서 미국 비자제도 개선 등 우리 대미 투자 기업인의 미국 입국 원활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한-미 상용방문 및 비자 워킹그룹'을 공식적으로 출범시키고 1차 협의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한미 양국은 우리 기업의 활동 수요에 따라 B-1(단기상용) 비자로 가능한 활동을 명확히 하였다"며 "미측은 우리 기업들이 대미 투자 과정에서 수반되는 해외 구매 장비의 설치(install), 점검(service), 보수(repair) 활동을 위해 B-1 비자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과 ESTA로도 B-1 비자 소지자와 동일한 활동이 가능하다는 것을 재확인하며, 이러한 요지의 자료(팩트시트)를 조만간 관련 대외 창구를 통해 공지하기로 하였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 4일(현지시간) ICE를 비롯한 미 정부 당국이 조지아주에 위치한 현대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현장을 단속해 한국 국적자 317명을 포함해 450명을 구금했는데, 당시 다수 인원이 B-1 비자 및 ESTA를 소지하고 있었다.
B-1 비자는 회의 참석 및 계약 등을 위한 단기 비자이며 ESTA는 전자여행허가로, 미국 이민 당국은 이들이 비자의 목적에 맞지 않는 행위를 했다고 판단했다. 지난 11일(현지시간) 미 매체 <악시오스>는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이 구금된 노동자들이 잘못된 비자를 소지하고 있었으며, 회사는 적절한 비자를 받기 위해 도움을 요청했어야 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러트닉 장관의 발언대로 이들이 비자 목적에 맞는 행동을 하지 않았다고 판단할 소지는 있다. 하지만 전문 외국인 인력을 위한 'H-1B' 비자의 경우 미국에서 발급 인원을 제한하고 있고 한국인에게 발급하는 비자 수도 많지 않아 이 비자를 가진 인원을 업무에 투입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매체 역시 "러트닉의 말처럼 적절한 비자를 얻는 것은 쉽지 않다. 예를 들어, 전문 외국인 인력을 위한 H-1B 비자는 신청자가 정원보다 수십만 명 더 많아 수요가 공급을 훨씬 초과한다"라고 보도했다.
또 미 이민당국이 당시 단속에서 '취업허가' 비자인 EAD 비자(Employment Authorization Document)를 소지한 한국 국적자를 구금하기도 했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적절한 비자를 소지하지 않았기 때문에 단속했다는 미 당국의 설명이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에 현실적인 대안으로 B-1 비자의 목적을 명확히 하거나 미국 내 투자를 위해 입국하는 한국인에 대한 비자 범주를 별도로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이와 관련 외교부는 "한미 양국은 우리 대미 투자기업들의 비자 문제 관련 전담 소통창구로서 주한미국대사관 내 전담 데스크(가칭 '코리안 인베스터 데스크'·Korean Investor Desk)를 설치하기로 합의하였다"며 "미국 비자 관련 안내 및 상담창구로서 역할을 할 대미 투자기업 전담 데스크는 10월 중 가동할 예정이며, 상세 내용은 미측이 주한미대사관 홈페이지 등을 통해 공지하기로 하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는 한국 측 수석대표로 정기홍 재외국민 보호 및 영사담당 정부대표가 산업통상자원부, 중소벤처기업부 인원들과 함께 참여했고 미측에서는 케빈 킴 국무부 동아태국 고위관리를 수석대표로 국토안보부, 상무부, 노동부 등의 관료들이 참석했다.
외교부는 회의 모두에 크리스토퍼 랜다우 국무부 부장관이 참석해 "한국 기업들의 대미 투자 이행을 위한 인력들의 입국을 환영하며, 향후 우리 대미 투자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주한미국대사관 내 전담 데스크 설치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하였다"고 말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미 국무부도 30일(현지시간) 회의 결과를 '미디어 노트'를 통해 공개했다. 국무부는 "랜다우 차관은 대한민국이 미국의 주요 투자국 가운데 하나임을 강조했다"며 "미국이 외국인 투자를 환영하고 장려할 것임을 재확인했으며, 특히 한국으로부터의 투자를 중시한다고 밝혔다. 또한 이러한 투자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숙련된 인력이 핵심적 역할을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미 국무부는 "미국은 자국의 재산업화를 촉진하고, 한미 동맹을 강화하며, 공동 번영을 확대하는 투자를 적극 지지한다"며 "미 정부는 미국 법률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미국에 지속적으로 투자할 수 있도록 자격 있는 한국 방문객에 대한 적절한 비자 발급 절차를 포함해, 한미 간 무역·투자 파트너십을 발전시키기 위해 한국 측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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