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푸틴 에이펙 초청해놓고 입국하면 체포? 외교부 "가정적 질문 답하지 않아"

ICC 회원국인 한국, 체포 의무 있지만…초청장 이미 보내 놓은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불가능

조현 외교부 장관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에이펙(APEC,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에 참석할 경우 체포할 것이냐는 질문에 가정적인 질문에는 답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이미 지난 7월 러시아 측에도 초청장을 보내 놓은 상태다.

19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외신기자 대상 간담회를 가진 조현 장관은 푸틴 대통령이 전쟁 범죄 혐의로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체포영장이 발부된 상태이며 ICC 회원국인 한국은 체포할 의무가 있는데, 실제 푸틴이 에이펙 정상회의에 참석하면 체포할 것이냐는 질문에 "매우 큰 가정이 있는 질문이라서 답변드리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지난 7월 15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이 대통령은 20개 에이펙 회원 정상들에게 금년도 에이펙 정상회의가 10월31일부터 11월1일까지 대한민국 경주에서 개최될 예정임을 알리며 회원들을 초청하겠다는 내용의 서한을 발송했다"면서 푸틴 대통령에게도 초청장을 발송했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알렸다. 강 대변인은 이날 ICC 체포 영장과 관련해서는 답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푸틴 대통령이 ICC에 의해 지명수배된 상황이기 때문에 회원국인 한국은 그가 입국할 경우 이를 집행해야 하지만, 초청해놓고 체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실제 입국하더라도 푸틴이 체포될 가능성은 없다고 봐야 한다.

러시아 대통령실인 크렘린궁의 드미트리 페스코프 대변인은 지난 11일(현지시간) 푸틴 대통령의 에이펙 정상회의 참석에 대해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러시아 <타스>통신이 전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미국 알래스카에 이어 이달 초에는 중국 전승절에 참석하는 등 국외에 방문하고 있는데, 미국과 중국 모두 ICC 회원국이 아니기 때문에 체포 문제는 거론될 여지가 없다.

일부에서는 지난 2022년부터 푸틴 대통령 대신 러시아의 국제기구 담당 부총리가 에이펙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이번에도 푸틴 대통령 참석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

조 장관은 이날 간담회에서 러시아와 관계에 대해 다소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유럽연합이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고려하고 있는데 한국은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는 질문에 "한국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북한이 파병도 했고 러시아와 군사 동맹을 맺었기 때문에 매우 주의 깊게 관찰해왔다"면서도 "현재로서는 추가로 제재한다든가 반대로 주도적으로 협력한다거나 하는 (계획 같은) 것을 갖고 있지는 않다"고 답했다.

러시아와 북극 지역 협력에 대해서는 "북극항로, 북극 개발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왔다. 그러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에는 사실상 모든 것이 중지된 상황"이라며 "전쟁이 조속히 종결돼서 다시 북극항로 문제도 시작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 3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인민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한 푸틴 대통령이 우원식 국회의장과 만나 북한에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고 밝힌 것과 관련, 러시아가 남북 사이 중재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전망에 대해 어떻게 보냐는 질문에 조 장관은 "러시아가 그런 역할 할 수 있다면 협의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면서도 "러시아와 현 단계에서 공식적 외교 복원을 해나가기는 좀 부담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최근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내 가자시티에 대한 지상군 공격을 시작하면서 인명피해가 늘어나고 있는데, 이를 제노사이드(집단 학살)이라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조 장관은 "어제 팔레스타인 외교장관과 통화했고 지난주에는 이스라엘 외교장관과도 통화헸다"며 "가자에서 일어나는 일을 법률적으로 어떻게 정의하느냐는 시간이 걸리는 일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 그동안 팔레스타인 승인도, 두 국가 해법도 지속적으로 지지해왔다"면서도 "현 단계에서 과연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하는 것이 문제 해결로 갈 수 있는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할 것"이라고 말해 서방 주요 국가를 중심으로 유엔총회 계기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해야 한다는 논의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카타르 방송 <알자지라>에 따르면 지난 2023년 10월 7일 이스라엘에 대한 하마스의 로켓포 공격 이후 이날까지 6만 5141명의 팔레스타인인이 목숨을 잃었다. 부상자는 16만 5925명에 달한다.

▲ 조현 외교부 장관이 19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서울외신기자클럽(SFCC)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 3,000원
  • 5,000원
  • 10,000원
  • 30,000원
  • 50,000원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국민은행 : 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남북관계 및 국제적 사안들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