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개인택시 면허를 줄이고 승차공유를 확대하자는 정책 제안을 내놓으면서 부산·울산지역 택시업계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첨단 모빌리티 산업의 성장을 명분으로 내세운 이번 방안이 지역 택시기사들의 생존권을 정면으로 위협한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9일 한국은행은 정부가 개인택시 면허를 매입·소각하고 그만큼 승차공유를 허용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발표했다. 세계 자율주행 택시 시장이 연평균 50%씩 성장해 2034년 250조원 규모로 커질 것이라는 전망 속에서 현재 한국의 택시 시장 구조가 혁신을 가로막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서울은 택시 94대에 승차공유 6대 비율이지만 뉴욕·런던·싱가포르 등은 이와 정반대라는 점을 강조했다.

부산·울산은 전국에서도 고령 택시기사 비율이 높은 지역이다. 부산의 경우 개인택시 기사 평균 연령은 62세에 달하며 울산 역시 신규 면허 취득이 사실상 막혀 기사 수급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 생계 대부분을 택시에 의존하는 기사들 입장에서는 면허 매입·소각 정책이 곧 '일자리 축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울산개인택시조합 관계자는 "정부가 면허를 강제로 줄이겠다는 건 3~40년간 생계를 이어온 기사들의 삶을 송두리째 흔드는 것"이라며 비판했다.
반면 시민들의 시선은 엇갈린다. 부산 해운대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김모(38)씨는 "심야시간대 택시를 잡기 힘든 건 고질적 문제"라며 "경쟁이 생기면 서비스가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택시업계는 이미 코로나19 이후 승객 감소와 유가 상승과 고정비 부담으로 벼랑 끝에 몰린 상황이라며 새로운 경쟁 도입은 '퇴로 없는 압박'이라고 주장한다.
부산·울산은 동시에 자율주행차 실증도시로도 꼽히는 만큼 향후 정책 변화의 시험장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해외 사례를 단순 비교하기보다는 지역 여건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국은행의 이번 제안은 모빌리티 혁신의 필요성과 노동자의 생존권 보장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지점이다. 택시업계의 거센 반발 속에서 정부가 어떤 사회적 합의와 대책을 내놓을지가 향후 쟁점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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