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중고 직면한 이재명 정부 외교 안보…트럼프보다 더 어려운 문제는

[이수훈의 신(新)동북아시대] 외부 파도보다 더 어려운 내부 분열…정부 흔들려는 시도 도 넘어

출범한 지 겨우 석달 정도 지난 이재명 정부는 가혹한 외교안보적 도전에 직면해있다. '삼중고'라 칭할만한 세가지 엄중한 악조건을 맞고 있는 것이다. 둘은 외부에서 발생되고 있고, 하나는 내부에서 비롯되고 있다.

하나는 동북아에서 조성되고 있는 대결적 정세다. 9월 3일 베이징에서 열렸던 중국 전승절 80주년 기념식을 계기로 북중러 결속이 세계의 이목을 집중했다. 동북아 지역에서 북중러 결속이 강화되는 것은 한국에게 큰 도전이다. 동북아 협력을 우리의 안보 이익이라고 볼 때, 북중러 대 한중일 대결구도가 굳어지는 것은 우리에게 큰 숙제를 안긴다.

북중러 밀착이 강화되면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한미일 협력 강화가 수반되기 마련이다. 우리에게 있어 한미일 협력은 이제 불가피한 상수가 되어버렸지만, 어느 정도로 어떤 수준으로 할 것인가는 항상 고민해야 할 문제다.

한미일 협력 강화에 대해 알레르기를 갖고 있는 중국과 전략적 협력 동반자관계를 진전시켜야 하는 우리 정부에 도전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한러관계 복원의 과제도 엄존한다. 북중러 연대가 강화되면 이런 과제들이 모두 어렵게 된다.

그리고 남북관계도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역대 민주정부 대통령이 그랬듯이 남북관계 개선에도 강한 의지를 보여 왔다. 그러나 북한의 김여정 부부장이 근래 쏟아낸 발언들에는 남측을 상대 못할 대상일 뿐만 아니라, 대통령 실명을 거론하는 모욕적 언사도 있었다.

이번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다자무대에 이례적으로 등장해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전면에 서서 전 세계가 주목하는 장면을 연출하였다. 게다가 푸틴 대통령과 북러정상회담을 가지면서 혈맹임을 과시하고 동맹적 관계를 재확인했다. 북러밀착이 도드라져보였다.

시진핑 주석과의 북중정상회담도 장시간에 걸쳐 열려서 김정은 위원장은 북중경제협력 강화라는 큰 수확을 거두었다. 이런 흐름은 북측으로 하여금 남북관계 개선에 소극적인 태세를 갖도록할 가능성을 키운다.

둘째는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비롯되는 도전이다. 앞으로 거의 4년 동안 이재명 대통령과 정부가 시달릴 수밖에 없는 처지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언부언이 필요치 않는 특유한 스타일의 지도자다. 관세를 갖고 엄청난 압박을 했을 뿐만 아니라 미국으로의 투자를 놓고도 막무가내식 요구를 쏟아냈다.

다행스럽게도 관세는 15%(퍼센트)로 정해졌고, 투자는 3500억 달러로 합의되었다. 지난 8월 25일 개최된 한미정상회담도 이 대통령의 개인기와 우리 외교안보팀의 철저한 준비 덕택에 성공리에 마무리되었다. 드센 파도를 일단 잘 넘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앞날이 만만치 않다. 역설적이게도 크게는 한미동맹이 부과하는 도전이라고 할 수 있다. '동맹 현대화'라는 과제가 있다. 방위비분담금과 국방비 증액, 전략적 유연성, 주한미군 감축, 전시작전통제권 등등의 이슈들이 있다.

워싱턴 정상회담에서는 큰 틀에서 주한미군의 역할 조정과 국방비 증액에 대한 합의가 있었다. 앞으로 실무 차원에서 디테일을 조정하고 합의해나가는 과제가 남아 있다. 지난 주말 느닷없이 발발한 우리 기업체 직원들에 대한 체포 구금 사태는 트럼프정부가 얼마나 상대하기 어려운 파트너인가를 여실히 증명해주었다.

셋째, 내부에서 비롯되는 도전이 있다. 사실 이게 가장 중대하고 엄중한 도전이다. 바로 국론의 분열 양상이다. 민주주의 정당정치에서 반대와 비판이 없을 수 없다. 그러나 그것은 분열과 적대의 정치와는 전혀 차원이 다르다. 시민사회의 분열상도 한 몫을 단단히 하고 있다.

특히나 내란 극복이라는 타이밍과 맞물려 대통령과 정부를 흔들려는 시도가 도를 넘어도 한참 넘었다. 대통령과 정부가 국익을 위해 혼신의 힘을 쏟는 와중에 오직 파당적 이익을 위해 분열을 조장하는 것은 우리 외교안보의 최대 위협이다. 외부의 위협에 공동대응하는 힘을 모으는 것이 아니라 서로 헐뜯고 싸우는 모습이다.

지난 워싱턴 한미정상회담을 코앞에 둔 시점에 갑자기 트럼프 대통령의 SNS에 "숙청"과 "혁명" 메시지로 우리 국민 모두 가슴이 철렁한 일이 있었다. 일부 극우 인사들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왜곡된 정보를 전달한 결과라고 알려져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잘 설명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오해"라고 하면서 무사히 일단락되었지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런 일이 반복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

동북아에 북중러 결속이 강화되는 정세를 이재명 대통령과 정부가 일거에 타개할 수는 없다. 북한이 국제적 위상을 높이고 주변 강대국들과 연대를 강화하는 것도 우리가 손쓸 수 없는 일에 속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마가'를 기치로 패권적 행태를 보이는 것도 우리가 적응하고 대응해나가야 하는 일이다. 우리로서는 차분히 대응책을 세워나가면서 슬기와 역량을 발휘하는 수밖에 없다.

정작 더 큰 문제는 내부다. 동북아에 일고 있는 드센 파도와 트럼프라는 큰 산을 괄목상대하기 위해서는 단합까지는 못 가더라도 악의적 정보 유통이나 가짜뉴스의 유포, 마구잡이식 지도자 흔들기 따위로 국론 분열을 조장해서는 안 된다.

▲ 대통령실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일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에서 휴식하는 모습을 4일 SNS에 공개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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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훈

이수훈 전 주일대사는 동북아 국제관계 전문가로 노무현정부 대통령자문 동북아시대위원장으로 대외전략 자문을 했고 노무현정부 한미동맹 조정을 다룬 편저 <조정기 한미동맹>을 펴내기도 했다. 또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소장과 일본 게이오대학 초빙교수를 지냈고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후보 동북아평화협력위원회 특임고문으로 참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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