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이 남북관계 중재자? 계엄에 북한 이용하려 했던 尹 정부 후과 '톡톡'

푸틴, 우원식 의장에 "북러 정상회담 기회에 김정은 위원장에게 어떤 메시지 전해주면 좋겠는지" 물어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남북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북러 밀착으로 안그래도 어려워진 남북관계를 관리는 커녕 악화시킨 윤석열 정권의 선택이 이같은 상황을 만드는 데 일정 부분 원인을 제공한 셈이다.

3일 국회의장실은 서면브리핑을 통해 "우원식 국회의장은 중국 정부의 공식초청에 따라 오늘 오전 10시부터 제80주년 중국 전승절 열병식 및 환영 리셉션 오찬에 참석, 시진핑 중국 주석,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비롯한 각국 여러 지도자와 교류했다"고 밝혔다.

의장실은 우 의장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인사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지난 2018년 4월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조우했던 양측은 이날 대화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우 의장과 김 위원장의 짧은 인사 외에 남북 대표단 간 만남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대표단으로 참석한 조국혁신당 김준형 의원은 "북측이 남측 인사들과 만남을 경계하고 있는 것 같다"며 "사전에 방침을 정하고 온 듯하다"고 전하기도 했다.

의장실은 우 의장이 푸틴 대통령과도 대화를 나눴다고 밝혔다. 의장실은 "우원식 의장은 푸틴 대통령에게 러시아에서 활동하고 있는 130개 우리 기업에 관심을 가져줄 것을 요청했다"며 "푸틴 대통령은 남북관계와 한반도 문제에 각별한 관심을 표명했으며, 우원식 의장에게 '남북관계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북러 정상회담 기회에 김정은 위원장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해주면 좋겠는지'를 물었다"고 밝혔다.

이에 의장실은 "우원식 의장은 '남북이 평화와 번영의 시대를 열어나가기를 희망한다'며, '여러 어려운 상황에서도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켜 나가는 일이 지금 매우 중요하며, 이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 우원식 국회의장이 3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제80주년 중국 전승절 열병식 및 환영 리셉션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푸틴 대통령은 전승절 행사 이후 김정은 위원장과 정상회담을 가졌는데, 사실상 관계가 단절된 남북 사이에서 푸틴 대통령이 서로의 의사를 상대에게 전하면서 일종의 중재자 역할을 하겠다고 나선 셈이다.

이는 북한이 2024년 러시아와 동맹에 가까운 관계를 맺고 러우 전쟁에 대규모 파병까지 하면서 남한을 비롯한 일본, 미국 등 주요 서방 국가들과 관계를 사실상 단절했던 데에 기인하는 측면이 크다. 북한의 이같은 행보 때문에 현 시점에 북한에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국가가 러시아가 되기도 했다.

그런데 남북관계를 관리하기는커녕 오히려 계엄에 활용하려 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는 윤석열 정부의 북한에 대한 적대적 태도 역시 이러한 모습이 연출되는데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특히 지난해 5월 북한에 대한 남한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 발송에 대응해 북한의 대남 오물풍선 발송이 시작되고 이로 인한 9.19 군사합의가 효력 정지에 이르게 된 점, 그리고 같은해 10월 남한 군 당국의 무인기 작전까지 나오면서 남북관계는 지난 2023년 모든 통신선이 끊긴 이후로 악화일로를 걸어 왔다.

여기에 윤석열 정부는 러시아와 관계도 악화시키면서 북한과 관계에서 러시아를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는 여지도 스스로 없애버렸다. 미국과 일본만 붙잡는 윤석열 표 '가치 외교'로 한반도뿐만 아니라 동아시아에서 남한의 입지는 북한에 전달해야 할 메시지를 푸틴 대통령을 통해서 해야 할 정도로 축소됐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김 위원장과 만나 "최근 양국 관계는 특별히 신뢰가 높고 우호적이며 동맹의 성격을 띄게 됐다"며 러시아의 쿠르스크 지역 작전에 투입한 북한 군인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그는 "여러분의 군인들은 용감하게 싸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북한이 어떤 방식으로든 러시아를 도울 수 있다면 반드시 그렇게 할 것"이라며 "이건 형제로서 의무"라고 말해 러시아와 밀착 행보를 향후에도 이어나갈 뜻임을 분명히했다.

▲ 3일 베이징에 위치한 국빈관인 조어대(釣魚臺, 댜오위타이)에서 김정은(왼쪽)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가졌다. ⓒ타스=연합뉴스

한편 우원식 의장은 이날 시진핑 주석과도 만나 오는 10월에 경주에서 열리는 에이펙(APEC,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에 참석을 당부했다고 의장실은 전했다. 양측의 만남은 이번이 두 번째다.

의장실은 "우원식 의장은 내일 중국 측 공식 카운터파트인 자오러지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과 면담한다. 오후에는 중국의 경제·과학기술·미래산업을 담당하고 있는 딩쉐샹 부총리와 만난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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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남북관계 및 국제적 사안들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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