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의 한 가톨릭 학교에서 총기난사가 벌어져 2명이 숨지고 17명이 다쳤다. 사상자 대부분이 어린이다. 생존 어린이의 학부모는 학교 총격이 끊임없이 일어나는데도 정치권이 총기 규제에 적극 나서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정부 건물에 조기 게양을 지시하며 애도를 표했지만 총기 규제에 대해선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워싱턴포스트>(WP), <뉴욕타임스>(NYT) 등을 보면 27일(이하 현지시간) 오전 8시30분께 미니애폴리스의 '어넌시에이션 가톨릭 학교(Annunciation Catholic School)'에서 미사를 보던 학생들을 향해 총격이 가해져 8살과 10살 어린이 2명이 현장에서 목숨을 잃었다. 미사가 열리던 이 학교 성당 외부에서 2분가량 창문을 통해 지속된 수십 발의 총격으로 17명이 다쳤다.
사상자 전원이 어린이와 고령자로 미니애폴리스 경찰은 부상자 중 14명이 6~15살 어린이고 3명은 80대 교구민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용의자 로빈 웨스트먼(23)이 이후 범행 현장인 성당 뒤쪽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용의자가 전과가 없으며 범행에 사용된 소총, 산탄총, 권총을 모두 합법적으로 구매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이번 사건을 단독 범행으로 보고 있다.
미니애폴리스 경찰서장 브라이언 오하라는 이번 사건은 "미사 중인 무고한 어린이와 다른 사람들에 대한 고의적 폭력"이라며 "아이들로 가득한 교회에 발포하는 것은 한 조각도 이해 받을 수 없는 비겁함과 잔혹함"이라고 비판했다.
캐시 파텔 미 연방수사국(FBI) 국장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이번 총격을 국내 테러 행위 및 가톨릭을 겨냥한 증오 범죄로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용의자가 소셜미디어에 "일종의 선언문"을 남겼지만 동기는 아직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뉴욕타임스>는 수사에 정통한 법집행 관계자에 따르면 용의자가 이 학교에 다닌 적이 있고 용의자가 어머니도 이 학교 성당 사무실에서 2021년까지 일해 용의자가 범행을 저지른 학교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고 전했다.
미 CNN 방송은 경찰이 조사 중인 용의자가 남긴 것으로 추정되는 영상에 총과 탄창, 탄약이 찍혀 있었고 인종차별 및 종교적 비방, 반유대주의 문구,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 대한 증오 문구가 남아 있었다고 전했다. 2012년 코네티컷주 샌디훅 초등학교 총격범 등 악명 높은 총기난사범들에 대한 대한 동경도 표현돼 있었다고 한다. 이번 범행 장소로 보이는 성당 내부가 묘사된 수첩 또한 영상에 남아 있었다. <로이터>는 해당 영상에 우울감과 대량 총격을 저지르고 싶다는 희망이 표현된 유서가 담겨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건이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크리스티 놈 미 국토안보부 장관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용의자가 "트랜스젠더라고 주장"했고 "이 미친 괴물이 가장 취약한, 개학 첫 아침 미사에서 기도하는 어린이들을 표적으로 삼았다"고 비난했다.
<뉴욕타임스>는 용의자가 2020년 자신을 여성으로 정체화해 로버트에서 로빈으로 이름을 바꾸려 정정 신청을 냈다고 알려진 것을 빌미로 소셜미디어에서 일부 보수 활동가들이 트랜스젠더 혐오를 퍼뜨리고 있다고 전했다.
미니애폴리스 시장 제이콥 프레이는 기자회견을 통해 "이 사건을 트랜스젠더 공동체를 악당으로 몰기 위해 이용한다면 인간성을 잃은 것"이라고 비판하며 성소수자를 희생양으로 삼지 말 것을 촉구했다.
27일 백악관이 공개한 선언문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사건 희생자에 대한 추모를 표시하기 위해 오는 31일까지 정부 건물 및 군 기지에 조기를 게양하도록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를 통해서도 "백악관이 이 끔찍한 사태를 계속 주시할 것"이라며 "관련된 모든 이들을 위해 기도해 달라"고 밝혔다. 이들 메시지에 총기 규제 필요성에 대한 내용은 담기지 않았다.
<워싱턴포스트>는 4살 딸을 이 학교에 보내고 있는 브룩스 터너가 이러한 사건에도 불구하고 정치인들이 총기 규제 조치를 계속 차단하는 것에 분노를 표했다고 전했다. 사건 현장 근처에서 수업을 듣던 그의 딸 아일라는 여러 번 큰 폭발음을 듣고 무서운 것이 보고 싶지 않아 바닥에 엎드린 채 눈을 가렸다고 한다. 아일라는 이후 경찰에 의해 구조됐다. 터너는 "미국 정치권이 이런 일이 계속 반복되도록 허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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