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정기획위원회가 '국민이 주인인 나라, 함께 행복한 대한민국'을 내세우며 이재명 정부의 123대 국정과제를 발표했다. 내란을 종식하고 새로운 시대를 열 것이라는 희망이 있기에, 이재명 정부에 대한 기대는 어느 때보다 크다. 이재명 정부의 청사진을 담은 국정과제에 관심을 갖게 되는 이유다. 특히 보건의료분야는 국민의 삶과 행복에 큰 영향을 미치기에 기대하는 바가 크다. 과연 이재명 정부하에서 우리 국민의 건강, 좁게는 보건의료와 관련한 행복감은 더 커질까?
123대 국정과제 중 '국민건강을 책임지는 보건의료'와 관련한 과제는 네 가지다. △지속가능한 보건의료체계로 전환 △ 지역격차 해소, 필수의료확충, 공공의료 강화, △ 1차 의료 기반의 건강돌봄으로 국민건강증진 △ 국민 의료비 부담 완화. 하지만 이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없이 제목정도만 발표된 터라 정확한 평가를 하기가 쉽진 않다.
그럼에도 국정과제를 바라보며 걱정과 우려를 하게 된다. 이재명 정부가 반드시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는 국정과제인지 의문스럽다. 구체적인 달성 목표가 명시되어 있지 않기에 그렇다. 지속가능한 보건의료체계나 지역격차 해소, 필수의료 확충은 이미 전(前) 정권에서도 주장해온 아젠다들이다. 건강돌봄 역시 지역사회 통합돌봄이 이미 입법화되어 추진중에 있는 정책이다. 국민 의료비 부담 '완화'라는 표현도 거슬린다. 내용으로는 기껏 간병비, 당뇨병, 희귀난치성질환, 정신질환 등에 대한 지원 확대 정도이다.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어떤 방향하에 어떤 정책으로 어느 정도의 재원이 투입할지에 대한 내용은 아직 공개되어 있지 않다. 국정기획위원회가 그런 내용으로 논의하고 있는지조차 알려지지 않고 있다.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는 이번 대선 전에 '보건의료혁신을 위한 4대 제안'이라는 이슈페이퍼를 통해 정부의 보건의료 정책을 제안한 바 있다. 첫째, 연간본인부담 100만 원 상한제로 고액의료비 해결, 둘째, 간병국가책임제로 과중한 간병비 부담 해결, 셋째, 실손의료보험 개혁으로 의료체계 비효율 개선, 넷째, 가치기반의 의료지불제도 도입과 공공의료 강화다.(☞ 바로 가기 : [이슈리포트] 보건의료 혁신을 위한 4대 제안)
우리는 먼저 건강보험 보장성 정책의 기본 전략으로 연간본인부담 상한제 강화를 제시한다. 연간 본인부담상한제 정책은 경증질환·소액질환까지 포함한 일률적인 건강보험 보장 확대보다는 의료비 부담이 큰 중증질환·고액질환 등에 우선하여 보장성 강화를 집중하자는 정책이다. 이 정책은 고액 진료비를 우선 지원함으로써 보장성 강화 효과는 극대화할 수 있는 반면, 목표하는 보장성 타겟에만 재원을 집중 투입하므로 재원은 더 적게 소요되는 장점이 있다.
지금 건강보험 제도에서 본인부담 상한제가 있으나 제대로 작동되지 못하고 있다. 본인부담상한액 기준이 매우 높고(소득에 따라 87~808만 원) 급여 대상중 선별급여항목은 제외되고 있으며, 여전히 필수 비급여가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일 연간 본인부담상한액 기준을 낮추고 선별급여의 본인부담도 단계적으로 적용하고 필수비급여의 급여화가 이뤄진다면,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는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이라 예상한다.
두 번째로 간병국가책임제다. 국정기획위도 이를 언급하고 있긴 하지만, 간병급여 확대 정도에 그치고 있으며, 구체적인 방법과 범위, 재원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다. 현재 간병도 통합간호간병제도를 통해 일부 간병급여화가 이뤄지고 있다. 문제는 현행 통합간호간병제도가 잘못 설계되어 있어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현행 통합간호간병제도는 정작 간병이 필요한 중증 환자, 와상환자, 장애인환자 등은 수용하지 못하고 사적 간병으로 내몰고 있다.
현행 통합간호간병제도를 개혁하기 위해서는 간병수가를 간병의 필요도를 중심으로 재설계해야 한다. 또한 간병이 필요한 모든 입원환자에게 간병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어야 하고 양질의 간병서비스를 위한 간병사와 같은 자격을 강화해야 하며, 요양병원에도 동일한 간병급여화가 적용되어야 한다.
세 번째가 실손의료보험 개혁이다. 현행 실손의료보험은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고 의료체계의 비효율을 높이고 있으며, 필수의료분야의 의료인력 유출을 유발하고 있다. 실손의료보험은 이미 건강보험의 보완적 역할이라는 긍정성보다는 과잉진료 유발·비급여 팽창·건강보험 보장정책 무력화·실손보험료 폭탄·보험사 횡포와 같은 부정적인 측면이 훨씬 크게 나타나고 있다.
실손의료보험을 규제하지 않고서는 국민의 의료비 부담완화는 커녕 부담만 늘어날 것이고, 의료체계의 비효율성 개선은 결코 이뤄지지 않을 것이다. 이제 실손의료보험 개혁은 보건의료개혁의 필수과제임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
네 번째, 의료체계의 공공성 강화를 위한 가치기반 지불제도 도입과 공공의료 강화다.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지속가능한 보건의료체계로 전환이 이 정책을 담고 있길 바란다. 우리의 의료체계는 환자중심의 의료라기 보다는 공급자 중심의 의료체계에 가깝다. 의료기관의 공급, 의료인력의 양성, 의료서비스 제공이 모두 공급자의 이익에 따라 움직인다. 이를 환자중심으로, 국민건강을 목적으로 작동되는 의료체계로 개혁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의료체계의 궁극적인 목적이 '국민건강향상'임을 상기해야 한다. 의료체계가 국민건강 향상을 목표 작동할 때, 의료공급자의 보상도 비례로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만일 의료공급자가 국민건강에 기여없이 과잉진료를 일삼거나 의료의 질이 하락 한다면 보상을 줄여 손실을 보도록 해야 한다. 가치있는 서비스에 더 높은 보상을 이뤄주는 지불제도로 개혁해야 한다. 그래야 의료체계가 국민의 건강을 최우선의 목표로 작동할 수 있다.
동시에 공공의료가 대폭 확충되어야 한다. 중진료권마다 규모있는 양질의 서비스가 가능한 공공종합병원이 필요하며, 지역마다 재택의료와 주치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공공 의원이 설립되어야 한다. 그래야지만 의료체계가 공급자의 이익보다 환자의 건강을 목표로 작동할 수 있다.
우리는 위와 같은 4대 과제가 추진되어야 '국민이 함께 행복한 대한민국'이 될 수 있음을 확신한다. 국정기획위원회가 밝힌 보건의료분야 국정 과제의 내용이 우리가 제안하는 정책들이 담긴 구체적인 방안이 제출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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