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던 여수 화학산단이 어쩌다 이 지경까지…여천NCC, 부도설 '충격'

한문선 여수상의 회장, 특별법 통한 전기료 문제 등 해법 제시

▲여수국가산단 야경ⓒ여수시

잘나가던 여천NCC의 부도설이 불거지며 지역사회가 충격을 받고, 여수국가산단 석유화학산업의 불확실성도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DL케미칼은 긴급 이사회를 열고 2000억 원 규모 유상증자를 의결했다. 모기업인 DL그룹도 이사회를 열어 DL케미칼에 대한 1778억 원 증자 참여를 승인하면서 여천NCC는 부도 위기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여천NCC 문제를 바라보는 공동 대주주사들의 인식이 갈등 양상으로 비춰지고 있고, 회사 내부 관계자들은 '디폴트'라는 단어 자체에 큰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DL은 당초 여천NCC 자금 지원에 부정적이었지만 일단 입장을 바꿔 "여천NCC의 대주주로서 책임경영을 실천하고 여천NCC의 제대로 된 정상화와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여천NCC에 대한 경영 상황을 꼼꼼히 분석한 뒤 실질적 경쟁력 강화 방안과 제대로 된 자생력 확보 방안을 도출해 실행해 나갈 계획"며 원인 분석없는 '밑빠진 독에 물뭇기식' 지원에 선을 긋겠다는 의지를 전했다.

한화 측은 DL 입장에 반박하며 저가공급 계약에 DL의 문제를 지적하고, 나아가 이번 자금 지원도 의지가 있는지 의구심을 표하는 모양새를 보이며 양 측이 갈등하는 양상이다.

더 큰 문제는 석유화학 업황 부진으로 실적 개선 기대가 나오지 않는 점이다. 국내 석유화학업계는 2020년 이후 중국발 화학 범용제품 대량생산의 여파로 업황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

실제 올해 상반기에만 롯데케미칼 3771억 원, LG화학 1469억 원(석유화학부문), 한화솔루션 1380억 원(석유화학부문) 등이 영업손실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디폴트 문제가 제기된 여천NCC는 한때 석유화학 업계에서 연봉과 성과금이 가장 많은 기업이었다. 호황을 누리던 당시와 비교할 때 수년간 이어진 심각한 적자에 따른 최근 '부도 위기'(디폴트)까지는 생각지도 못했다고 지역 주민들은 입을 모았다.

수십년 여수에서 자동화 판매 영업을 해온 A씨(60)는 "산단은 여수의 심장이자 지역 경제 그 자체였다"며 "요즘 산단경기가 어려워 지역 경기가 불황이란 점은 알지만 그동안 산단에서 잘 나가던 여천NCC의 부도설에 놀랐다"고 전했다.

여천NCC는 지난 1999년 두 모회사가 50대 50 지분으로 설립했다. '석유화학의 쌀'이라 불리는 에틸렌·프로필렌을 두 모 회사에 제공하며 2017년에는 창사 이래 최대 영업이익 1조 124억원을 기록했다. 그동안 모 회사에 지급한 배당금만 누적 약 4조 4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중국발 범용제품의 저가 공세 등에 밀려 2022년부터 적자폭이 커졌고,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누적 적자만 8200억 원에 달하며 이달부터 여천NCC 3공장 가동 중단에 들어갔다.

문제는 여천NCC만의 일이 아니다. 여수산단에 입주한 LG화학, 롯데케미칼 등 국내 주요 화학 기업들도 적자에 허덕이며 위기의 시대를 보내고 있다.

실제 LG화학은 여수 NCC 2공장 매각을 추진 중이고 최근에는 생명과학본부 산하 에스테틱 사업부 정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케미칼도 수처리 사업을 재편하는 등 기업들 마다 일반 범용제품 중심에서 고부가가치 스페셜티 제품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전환하는 노력이 한창이다.

산업계가 석유화학산업의 위기를 타개하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정부의 과감한 구조조정과 지원을 요구하는 가운데 지역에서는 보다 실질적이고 즉각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지원으로 당장 전기료 인하 등을 요구하고 있다.

한문선 여수상의 회장은 "석유화학 업종의 경우 대외 악재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누적 부담이 더해지면서 품질과 가격경쟁력 등에서 중국한테 다 밀리고 있다"며 "정부에서 특별법을 발의해서라도 기업들이 어느 정도 이런 경쟁에서 이겨낼 수 있도록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그는 "석유화학산업 구조개편이나 여타 부분은 시간적이나 물리적 비용 등이 많이 든다는 점에서, 당장 접근할 수 있는 산업 전기료 인상을 철회하든지, 예외를 두는 지원 조치를 통해 산업계의 숨통을 틔워주기를 바란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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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정운

광주전남취재본부 지정운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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