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에서 생산하지 않거나 생산 계획이 없는 기업에서 수입되는 반도체 칩에 약 100%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트럼프의 방침이 이행될 경우 미국 내 생산을 진행하고 있거나 계획이 있는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원활하게 사업을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6일(이하 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집무실에서 "미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칩과 반도체에 100% 관세가 부과된다"며 "하지만 (미국에서) 생산하기로 약속했거나 생산을 진행 중인 기업에는 관세가 부과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어떤 이유에서든 (반도체나 칩을 미국에서) 만든다고 해놓고 실제로 만들지 않는다면, 우리는 그 숫자를 계산해서 나중에 세금을 부과할 것"이라며 실제 미국 내에서 생산이 이뤄지는 것이 관세 면제의 조건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통신에 따르면 이번 조치가 언제, 어느 정도 범위로 적용되는지는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았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인 5일 미국 CNBC 방송과 인터뷰에서 다음주 이후에 반도체 관세가 별도로 발표될 것이라고 밝혀 이달 중순 이후에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날 가능성이 있다.
미 방송 CNBC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표에 대해 "기업들이 미국에서 제품을 생산하도록 압박하기 위한 것"이라며 "관세 면제 자격을 얻으려면 미국에서 얼마나 많은 제품을 생산해야 하는지 등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번 조치로 미국에 반도체를 수출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위치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에서 시스템반도체를 생산 중이며 추가적 공장 건설 계획도 가지고 있다. SK하이닉스의 경우 미국 인디애나주 웨스트 라파예트에 생산 공장을 건설 중에 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조건에 비춰보면 이들 회사들이 생산한 반도체에 관세가 부과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다만 미국에서 생산하는 반도체가 아닌 D램이나 낸드플래시 메모리의 경우 관세가 적용될 수도 있어 구체적인 기준이 나와야 그에 따른 영향을 가늠해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미 일간지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약속을 이행한다면, 반도체 관세 발표를 애타게 기다려왔던 기술 기업들은 크게 안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문은 "엔비디아, 대만 반도체 제조 회사(TSMC), 마이크론 등은 최근 몇 달 동안 미국에 투자하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에 막대한 사업 수수료를 피할 수 있어 수혜를 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신문은 "이러한 관세 제한은 외국산 전자제품과 공구에 대해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할 가능성이 줄어들기 때문에 소비자와 기업에 일정 부분 부담을 덜어주는 효과가 있다"면서도 "국가 안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러한 면제 조치가 미국이 첨단 반도체를 대만에 의존하는 상황을 낮추지 못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지난해 바이든 행정부는 뉴욕, 애리조나, 텍사스 등지에 반도체 공장을 신설하기 위해 수십억 달러 규모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계약을 반도체 기업들과 체결했다"며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러한 투자가 낭비라고 비판하며, 미국 내 반도체 생산을 촉진하기 위해 보조금 대신 관세를 부과하는 방식을 선호해 왔다"고 전했다.
한편 CNBC에 따르면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TSMC는 미국에 총 165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엔비디아의 경우 지난 4월 향후 4년간 미국 내 AI 인프라에 5000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으며, 글로벌파운드리스는 지난 6월 뉴욕과 버몬트에 위치한 반도체 공장의 생산 시설 확장에 16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고 방송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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