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전략가 "나폴레옹은 중국이 부상할 때 전 세계가 흔들릴 거라 했다"

[최재천의 책갈피] <거부전략> 앨브리지 A. 콜비 글, 오준혁 번역

현재 트럼프 행정부에서 국방부 정책차관을 맡고 있는 엘브리지 A. 콜비가 2021년 저술했고, 2023년 번역된 <거부전략 THE STRATEGY OF DENIAL> 거부전략이다. 미국의 국방전략이 곧 세계 전략이기에 마음 먹고 읽게 됐다. 저자가 요약해 놓은 이 책의 결론은 명확하다.

"미국 전략의 근본적이고 주된 목표는 지속적으로 세계 주요지역에 대한 타국의 패권 형성을 방지하는 것일 것이다. 아시아가 주요지역 중에서도 가장 대규모의 경제력을 가졌고 중국이 전 세계적으로 가장 규모가 큰 경제력을 가졌으므로, 중국이 아시아에 패권을 형성하지 않게 하는 것은 미국의 중심적 전략목표가 될 것이다."

결국은 '대중국전략' 이다. 서문을 잠시 인용한다.

"그런 세계는 이제 갔다. '일극체제'는 끝이 났다. 무엇보다도, 이것은 중국의 부상 때문이다. 나폴레옹은 중국이 부상할 때 전 세계가 흔들릴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뜻밖에 나폴레옹이 근거로 등장한다. 각주가 달려있다. "이 말은 출처가 불분명하지만 주로 나폴레옹이 한 말로 여겨진다."며 2016년 포린폴리시 논문과 "그럼에도 시진핑은 직접 이것을 언급했었다"며 <SCMP> 기사를 근거로 달아두었다. 다음은 그레이엄 엘리슨의 명저 <예정된 전쟁>의 서문이다.

"두 세기 전에 나폴레옹 보나파르트는 이렇게 경고했다. '잠에 빠져 있는 중국을 깨우지 마라. 중국이 깨어나는 순간 온 세상이 뒤흔들릴 테니'". 나폴레옹이 한 말이라 제법 근거 있는 역사적 예언처럼 들릴 것이다. 하지만 이 말은 분명한 거짓이다. 그럼에도 전 세계의 학자들은 이 말을 유통중에 있다.

2014년 시진핑 주석이 프랑스 방문 연설에서 나폴레옹의 말이라며 인용한 데에서 출발한 것 같다. 이때쯤 나도 이 문장에 호기심을 갖고 추적하기 시작했다. 면 관계상 과정은 생략하고, 결론만 적는다면 2000년 한국에 출간된 바실 홀이라는 영국의 해군 장교의 <10일간의 조선항해기>가 있다. 내용 중 '1817년 8월 13일 세인트 헬레나의 나폴레옹 회견기'가 있다. 누군가 이 부분을 오독했다.

결론은 나폴레옹이 중국에 대해서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 중국은 나중에야 오류를 깨닫고 출간된 시주석의 연설문집에서 이 부분을 삭제했다. 중국에서 온 문집 편집자에게 이를 확인한 적이 있다. 오류를 시인하며, 추적에 놀라워 했다. 그런데도 여전히 일부 학자들은 허구에 기반한 나폴레옹의 이 말로 중국의 위협을 서술하곤 한다. 학문의 세계도 때론 우스꽝스럽다.

▲<거부전략> 앨브리지 A. 콜비 글, 오준혁 번역 ⓒ박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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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

예나 지금이나 독서인을 자처하는 전직 정치인, 현직 변호사(법무법인 헤리티지 대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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