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도 안심하고 화장실을 쓸 수 있게 됐어요. 곰팡이 냄새 때문에 숨쉬기도 힘들었는데, 이제는 걱정을 덜었어요.”
전북 완주군 고산면에 거주하는 한 여성이 마침내 폭력과 불안의 굴레에서 벗어나 삶의 회복을 시작했다. 그리고 그 곁엔 지역 행정과 민간 복지기관이 함께 있었다.
이 여성은 세 아이를 홀로 키우다 1998년 재혼했지만, 이후 20년 넘게 남편의 폭언과 폭력에 시달려야 했다. 2024년, 남편이 병원에 입원한 틈을 타 어렵게 이혼을 결심했고, 지난 6월 자유를 되찾았다. 하지만 신체적·정신적 트라우마에 더해 극심한 생계 위기, 열악한 주거환경, 그리고 장애 의심까지 겹친 복합위기 상황에 놓여 있었다.
무릎관절증과 척추협착증으로 인해 일상적인 이동조차 힘든 상태였으며, 지적장애가 의심됐지만 정식 진단을 받지 못한 탓에 법적 보호와 복지 혜택에서도 배제돼 있었다. 이러한 상황을 인지한 고산면 맞춤형복지팀은 즉시 개입에 나섰다.
가장 먼저 손을 댄 건 주거환경이었다. 사례관리 예산으로 낡은 싱크대를 교체하고, ‘좋은이웃들’ 사업을 통해 냉장고를 지원했다. 이어 이랜드복지재단의 ‘WEGO 주거환경개선사업’ 대상자로 연계해 200만 원의 예산을 확보, 특히 가장 열악했던 화장실의 위생과 안전을 개선했다.
이와 함께 완주군장애인복지관과의 협력을 통해 장애 진단 및 등록 절차도 진행 중이다. 진단이 확정되면, 향후 법적 보호와 추가 복지서비스가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해당 여성은 작은 변화 속에서 커다란 안도를 느끼고 있다. “밤에도 이제 안심하고 화장실을 쓸 수 있어요. 곰팡이 냄새 때문에 숨도 쉬기 힘들었는데, 걱정이 한결 줄었어요”라며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유지숙 고산면장은 “이번 사례처럼 위기 가정을 조기에 발굴하고, 생활 회복과 자립을 도울 수 있도록 고산면이 계속해서 앞장서겠다”며 “복지 사각지대 없는 지역을 만들기 위해 현장을 더욱 꼼꼼히 살피겠다”고 밝혔다.
이번 지원은 단순한 물품 제공이나 제도 연계에 그치지 않았다. 한 사람이 다시 ‘살 수 있는’ 조건을 지역이 함께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복지의 진정한 의미를 보여주는 작은 전환점이 됐다.
고산면은 앞으로도 도움이 필요한 이웃에게 먼저 다가가며, 희망을 나누는 복지 안전망의 역할을 이어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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