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의령군 의병박물관이 지난 18일 특별한 손님들을 맞았다.
의령 출신 독립운동가 일정(一丁) 구여순(1896~1946, 존칭 생략)의 맏딸 구철희(93) 씨를 포함한 14명의 후손들이 고향을 찾은 것이다.
이날 오태완 의령군수는 의병박물관 제2전시관에서 구여순 지사의 유족에게 건국훈장 애국장을 전수하며 고향에서의 특별한 환영 행사를 열었다.

정부는 1990년 구여순에게 건국훈장 애국장을 추서했으나 훈장을 분실하며 그간 기념하지 못했다. 유족들은 재신청을 통해 새 훈장을 교부받아 이날 고향 의령에 기증했다.
구철희 씨는 "아버지는 대구형무소에 갇혀 있을 때 의령 군민들이 동정금을 모아 모친에게 전달한 것을 항상 고맙게 생각하셨다"며 "서울과 중국에서 독립운동할 때도 늘 고향을 그리워하셨다"고 말했다.
구여순 지사의 후손들이 의령에서 훈장을 받게 된 배경에는 오태완 군수의 신년사가 계기가 됐다. 구 씨의 둘째 사위 황현태 씨는 "오태완 군수의 지난해 신년사 기사를 온 가족이 봤다. 100년 전 구여순 선생을 말씀하시는 부분에서 큰 감명을 받았다"고 말했다.
구여순 주제관이 설치된 의병박물관 제2전시관도 유족들에게 깊은 감동을 주었다. 오 군수의 공약사업으로 지난해 11월 개관한 이 전시관은 항일 의병과 독립운동가들의 발자취를 조명하는 공간으로 구여순의 삶과 업적을 상세히 전시하고 있다.
증손녀 류인영(16) 양은 "할아버지가 애써주신 덕분에 우리가 편하게 지내고 있는 것 같다"며 "주제관에서 역사를 훑어보니 업적이 놀랍고 공부가 된다"고 소감을 전했다.
오 군수는 "인물의 고장 의령에 구여순 선생은 또 하나의 역사이자 의령 사람의 긍지"라며 "경남에서 항일 의지를 이야기할 때 의령을 빼놓으면 안 된다. 의령군청에서 의병탑 방향으로 뻗은 '충익로'에 군민 3000여 명이 '대한독립만세'를 외쳤고 그 중심에 구여순 애국지사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오 군수는 "의령 곳곳에 선열들의 독립 만세의 의지가 서려 있다. 항일의병의 독립 만세 운동 활약을 기억할 만한 공간과 장치를 마련하는 고민을 하겠다"고 밝혔다.
구여순은 1919년 3·1운동 당시 의령 만세운동을 주도해 징역 2년형을 살고 출옥 후 중국으로 망명해 의열단에 가입·무장 항일투쟁을 이어갔다. 이후 고려구국동지회를 조직해 항일운동을 전개했으며 광복 후 김구 선생과 함께 신탁통치 반대와 친일 청산 운동을 펼치다 고문 후유증으로 생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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