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의 통일부, 윤석열·문재인의 통일부 넘어서야

[평화너머 연속기고] ⑤·끝 한반도 평화와 남북 화해에 전념하는 통일부를 보고 싶다

윤석열 3년 반, 남북 관계의 파괴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이 집권 3년 반 동안 망가뜨린 것 중에 남북 관계를 빼놓을 수 없다. "자유의 북진" 운운하며 흡수통일을 노골적으로 말했고, 수시로 북측을 자극하고 도발하면서 내란의 빌미로 삼으려 했다. 그 사이 북측도 '남북 관계는 교전 중인 적대적 두 국가'로 고착되었다고 규정하며 통일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재명 정부가 출범했고 정동영 의원이 통일부장관 후보자로 지명되었다. 5선의 현역 국회의원이자, 2000년대 통일부장관과 여당 대선후보까지 지냈던 중량감 있는 정치인을 통일부 수장으로 선택한 것은, 단절된 남북 관계를 진지하게 풀어나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믿고 싶다.

통일부 명칭보다 중요한 것

정동영 장관 후보자는 지명 직후 "평화와 안정을 구축해야 통일 모색도 가능하다"며 통일부의 명칭 변경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발언했다. 이후 좌우를 가리지 않고 '한국이 통일을 포기한다는 메시지를 준다'며 통일부 명칭 변경에 반대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하지만 "통일"을 빼느냐 마느냐 논쟁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통일부 명칭 변경 문제까지 고민해야 할 만큼 나빠질 대로 나빠져 있는 남북 관계가 우리의 현실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일이다.

지금 남북 관계는 단 한 번의 공식, 비공식 만남을 기대하기 힘들 정도로 악화되어 있다. 따라서 언제 성사될지도 모를 교류협력 활성화 같은 걸 섣불리 얘기하기보다 윤석열 정권이 망쳐놓은 것들부터 바로잡아야 할 때다. 그와 함께 한반도 평화와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해 우리 내부에서 할 수 있는 일부터 하나씩 해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북한의 반응'보다 '우리의 책임'에 집중할 때

무엇보다 우리의 안전과 평화를 증진하는 일이라면 북측의 반응이나 대응을 의식하지 않고 실행에 옮기는 것이 필요하다. 최근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한 것처럼. 윤석열 정권과 국방부는 "북한이 먼저 끄지 않으면 우리도 멈출 수 없다"는 식이었지만, 이재명 정부는 접경지 주민들의 고통과 불안을 외면하지 않았다. 1년 넘게 지속된 확성기 소음과 군사적 긴장 속에 지친 주민들의 일상을 회복시키는 조치를, 북의 대응과 무관하게 선제적으로 단행한 것이다.

이와 함께 우리의 잘못을 직시하고 바로잡을 용기도 가져야 한다. 남북 관계가 악화되면 늘 '북한 탓'을 해온 것이 우리 사회의 관성이다. 하지만 남측의 책임이 컸던 경우도 적지 않다. 앞서 언급한 확성기 문제 역시 윤석열은 북측의 대남 오물 풍선에 대응한 조치라고 했지만, 그에 앞서 남측의 대북 전단 살포가 있었다는 점은 외면했다. 우리 내부의 문제를 회피하는 한 진정한 변화는 일어날 수 없다.

착각하지 말자: 문재인 정부도 책임이 있다

윤석열을 청산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해서도 안 된다. 우리는 종종 2018년 4.27 판문점 선언과 9.19 평양 공동선언의 뜨거운 감동을 떠올리면서 "코로나만 아니었으면 남북 관계도 괜찮았을 것"이라고 착각한다. 그러나 남북 관계는 코로나 팬데믹 이전인 2019년부터 이미 파탄의 길로 접어들었다. 그래서 정동영 장관 후보자도 "문재인 정부 3년, 윤석열 정부 3년 등 6년 동안 (남북 간) 단절 상태"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는 이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무엇보다 미국의 눈치를 너무 봤다. 9.19 평양 공동선언 두 달 뒤 만든 한미 워킹그룹에서 대북 타미플루 지원을 무산시켰고, 기자들이 금강산에서 열린 남북 민간 교류에 카메라와 노트북을 가져가지 못하게 만들었다. 대북 제재 사항도 아닌 금강산 '관광'도 미국 눈치를 보며 재개하지 않았다.

이렇게 하다 보니 대화의 공간은 더욱 좁아졌고, 통일부는 민간 교류를 제지하는 일을 성실히 했다. 작년 9월 더불어민주당의 더민주혁신회의가 개최한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 선언과 차기 민주정부의 과제" 토론회를 보면 문재인 정부가 얼마나 세심하면서도 과도하게 대북 제재를 신경 썼는지 생생한 사례와 함께 확인할 수 있다.

평화와 화해협력에 진심인 통일부로

이제 통일부는 제자리를 찾아야 한다. 노동부가 노동자의 권익을 위해, 환경부가 생태계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존재하고 움직여야 하는 것처럼, 통일부는 남북의 평화, 화해, 협력을 장려하고 지원하는 일에 앞장서야 한다. 그것도 일관되게. 윤석열 정권 때처럼 남북교류협력법 위반신고센터를 만드는 통일부, 문재인 정부 때처럼 민간단체나 지자체에 '동작 그만'을 시키는 통일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

정동영 장관 후보자가 장관에 취임한다면, 지명 직후 얘기했던 평화와 안정의 구조적 정착에 앞장서는 통일부를 만들어주기를 바란다. 접경지역 주민을 포함해서 누구도 불필요한 남북의 대립 때문에 고통과 불안을 겪지 않아야 한다.

9.19 군사합의 복원과 법제화

이종석 국정원장이 내정자 시절 '9.19 군사합의' 복원을 강조한 바 있다. 정동영 후보자 역시 2024년 윤석열 정부가 '9.19 군사합의' 효력을 정지하자 "전쟁으로 비화될 수 있다"면서 비판하기도 했다. 국정원장과 통일부장관이 '9.19 군사합의'를 복원하고, 그 합의를 이행하여 한반도 군사 충돌의 여지를 줄이는 정책을 추진할 것을 기대한다.

더 나아가 9.19 군사합의를 법제화할 것을 제안한다. 9.19 군사합의 내용을 토대로 하여 접경지역 일대를 완충지대로 설정하고 그곳에서의 군사훈련을 중단하는 것을 법으로 규정하는 것이다. 또한 우발적 군사 충돌이 발생하면 일선 지휘관은 '비례적 대응' 원칙에 따라 조치하고, 즉시 군 통수권자에게 보고하는 문제 역시 법으로 규제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런 내용을 담은 소위 '한반도평화특별법'(가칭)이 제정되어야 한반도 평화와 남북 관계를 현장의 군지휘관이 아닌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이 책임지는 체계가 구축될 수 있다.

대북 인식과 남북 관계에 대한 우리 사회의 논의가 더 자유롭고 개방적이고 합리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국가보안법 철폐와 같은 의제도 적극적으로 제기하는 통일부가 되기를 바란다.

'친북 사이트' 차단 문제, 결자해지할 때

소위 친북 사이트 차단조치도 해제해주기를 바란다. 정동영 장관 후보자가 통일부장관에, 이종석 현 국정원장이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에 재임 중이던 2004년 11월 소위 "친북" 사이트들을 차단했다. 당시 노무현 정부, 그리고 정동영 장관의 통일부는 이것이 일시적인 조치라고 했고, 2005년 1월 초 당시 정동영 장관은 '곧 차단을 해제할 것'이라고 밝히기까지 했다. 그러나 그 "일시적"이 20년 하고도 8개월이 지났다. 이 문제 역시 문재인 정부 당시 차단을 푸느니 마느니 잠시 설왕설래 하다가 말았다.

이제 두 사람이 다시 그 문제에 대해 결정할 만한 위치에 갔으니 결자해지의 차원에서 풀어주기를 바란다. 북한 원전을 꼼꼼히 읽고 연구한 실증적 북한 연구의 사실상 1세대인 이종석 국정원장이 이 문제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부디 두 사람이 합심해서 우리 사회의 북한 관련 '정보 폐쇄성'을 깨는 데 앞장서주시기를 바란다.

흡수통일론의 상징 이북5도위원회 개편을

마지막으로 이북5도위원회를 현실에 맞게 개편하고 운영하는 문제를 통일부장관이 적극적으로 검토할 것을 제안한다. 1949년 이승만 정부는 황해도, 평안(남북)도, 함경(남북)도 등 38선 이북 지역을 '미수복지역'으로 설정하고, 이북5도청을 설치하여 지금의 이북5도위원회가 유지되고 있다. 사실상 명예직이라 할 수 있는 5명의 도지사의 연봉은 1억 5천만 원에 달하며, 기사와 관용차 그리고 1500만 원 상당의 업무 추진비가 별도로 제공된다.

비록 한반도 전체를 대한민국의 영토로 규정하고 있는 우리나라 헌법에 근거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북한 지역을 '미수복지역'으로 전제하고 운영되는 이북5도위원회는 흡수통일을 지향했던 냉전 시대의 산물이다.

이재명 정부가 이전 정부와는 다른 남북 화해 정책을 추진하려면 이북5도위원회처럼 구시대적이고 흡수통일 지향적이며 실효성도 없는 행정기구를 현실에 맞게 개편하는 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 비록 통일부 소관 업무는 아니더라도, 흡수통일을 전제로 하는 이북5도위원회를 현실에 맞게 운영하는 것은 통일부장관의 업무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 이재명 대통령. ⓒ대통령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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