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산서원 가는 길, 여전히 ‘험로’… “유네스코 세계유산 진입로가 이래서야”

세계유산 품격에 어울리지 않는 ‘도로 현실’

경북 안동시 병산서원 진입로 일부 구간이 행정당국의 외면속에 주민과 관광객의 원성을 사고 있다. 병산서원은 2019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안동의 대표 유적임에도, 이곳으로 향하는 진입로는 여전히 위험천만한 비포장도로가 남아 있어 ‘세계유산의 길’이라 부르기 민망하다는 지적이다.

문제가 된 도로는 안동시 풍천면 병산리에 위치한 군도 5호선(병산길)으로, 안동시가 지난 2019년부터 추진해 2021년 총 2.2km 구간을 정비했고, 완공을 발표했다.

▲안동시 풍천면 병산리에 위치한 군도 5호선(병산길) 해당 구간 비포장도로의 가장자리는 이미 침하되거나 붕괴가 진행된 곳이 적지 않았다. ⓒ 프레시안(김종우)
▲ 안동시 풍천면 병산리에 위치한 군도 5호선(병산길), 관광버스가 진입했다가 승용차와 마주치며 ‘아찔한 교행’을 벌이다 버스 뒷바퀴가 수로에 빠지는 장면. ⓒ 프레시안(김종우)

“도로가 무너지고 있다”… 침하·붕괴, 차량 통행 위협

13일 〈프레시안〉취재를 종합하면, 해당 구간 비포장도로의 가장자리는 이미 침하되거나 붕괴가 진행된 곳이 적지 않았다. 특히 도로 폭이 좁은 구간에서는 차량 두 대가 마주칠 경우, 한 대는 아예 도로 가장자리로 밀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관광버스가 진입했다가 승용차와 마주치며 ‘아찔한 교행’을 시도하다 버스 뒷바퀴가 수로에 빠지는 장면도 실제로 목격됐다.

현장에 있던 관광객은 “차를 타고 병산서원 가는 길이 이렇게 위험한지 물랐다”며 “관광이 아니라 롤러코스터를 타는 기분에 사고 날까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문화재 보호’ 명분 속 무책임한 관리?

앞서 안동시는 문화재청의 현상변경 허가 조건 때문에 전 구간 포장이 불가능했다고 해명했지만, 이는 곧 ‘포장할 수 없는 구간이라면 더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는 책임으로 되돌아온다. 그러나 해당 구간은 배수로조차 제대로 정비돼 있지 않아, 장맛비나 집중호우 시 도로 유실 우려까지 제기된다.

지역 주민 황모 씨는 “병산서원은 세계인이 찾는 장소인데, 그 진입로가 비포장에 붕괴 직전이라는 건 행정의 직무유기”라며 “문화재 보호라는 명분 뒤에 숨어 관리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 안동시 풍천면 병산리에 위치한 군도 5호선(병산길), 관광버스가 진입했다가 승용차와 마주치며 ‘아찔한 교행’을 시도하다 버스 뒷바퀴가 수로에 빠지는 장면. ⓒ 프레시안(김종우)
▲안동시 풍천면 병산리에 위치한 군도 5호선(병산길), 포장된 도로 가장자리가 침하,유실되어 버스의 통행이 아슬하게 보인다. ⓒ 프레시안(김종우)

정비 완료 3년 만에 드러난 민낯… “책임은 누가?”

총 2.2km 구간 중 약 1.4km는 황토콘크리트로 포장되었고, 나머지는 쇄석 처리 등 ‘부분 포장’에 그쳤다. 도로 폭은 평균 5.0~5.5m로 확장됐지만, 포장되지 않은 구간의 교행 불편과 안전 위협은 전혀 해소되지 않았다.

게다가 정비 사업 이후 해당 도로에 대한 정기적인 유지·보수 계획조차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다는 점에서, 사후 관리 부실 또한 지적받고 있다. 주민들과 관광객들은 “기껏 돈 들여 도로를 만들었는데, 결국 ‘쇼’만 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다.

주민들과 관광객들은 비포장 구간의 신속한 재정비 및 추가 포장, 도로 가장자리 보강 및 안전 시설 확충, 우천 시 배수를 위한 구조물 설치 등의 개선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길 하나 제대로 못 만들면서 관광도시 말하나”

문화재 전문가는“문화재 보호는 중요하지만, 그 보호가 관광객의 안전을 위협하는 수준까지 되어서는 곤란하다”며 “안동시는 단순한 ‘보존’을 넘어, 어떻게 ‘보존과 접근성’을 함께 고려할 것인지에 대한 해답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세계유산의 도시 안동, 그 이름에 걸맞은 책임 있는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지금처럼 ‘명소는 멀리서만 보라’는 식의 무책임한 행정이 계속된다면 결국 지역 이미지와 관광 산업 전체를 갉아먹는 부메랑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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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우

대구경북취재본부 김종우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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