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의 슬럼프 극복…전국 U20대회 1위 질주 원광대 신지연 선수 '화제'

연습 즐기며 중압감 떨쳐내…"자신과의 싸움 계속 할 것"

누구에게나 어느 순간에 훈련이나 연습을 반복해도 효과가 없는 경우를 마주한다. 체육계 인사들은 이를 '슬럼프'라고 말한다.

고교 1학년 때 불꽃질주로 전국육상대회에서 1위를 거머쥔 한 육상 선수가 3년간의 슬럼프를 딛고 국내 U20 선수권대회에서 여자부 800m를 석권한 선수가 화제다.

주인공은 전북자치도 익산시의 원광대 스포츠과학부 1학년생인 신지연 선수(19)이다.

▲신지연 선수가 익산 종합운동장에서 연습을 하고 있다. 그는 이곳에서 일주일에 3번 정도 육상 연습을 한다. ⓒ프레시안

신 선수는 지난 22일 강원도 정선에서 열린 '제25회 한국 U20 육상경기선수권대회'에서 2분17초56의 기록으로 여자부 800m 1위를 차지했다.

그는 또 다음날인 23일에 열린 1500m 대회에서도 4분47초59로 2위를 거머쥐었다.

신지연 선수의 이번 800m 기록은 자신이 3년 전인 2022년 6월 제50회 KBS배 전국육상경기대회에서 세운 기록(2분16초59)에는 못 미친 것이었지만 3년 만에 2분10초대에 돌입한 것이어서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신지연은 고교 1학년 시절인 지난 2022년 KBS배 800m 여자 고등부 결승전에서 기라성 같은 선배들을 뒤로 하고 1위로 골인해 '대이변의 불꽃질주'라는 극찬을 받았다.

한 순간에 전국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된 신지연은 이후 극심한 중압감에 시달리게 됐고 전국체전 등 각종 대회에서 상위 순위에 들지 못하는 등 슬럼프에 빠지게 된다.

▲신지연 선수(가운데)는 지난 22일 강원도 정선에서 열린 '제25회 한국 U20 육상경기선수권대회'에서 2분17초56의 기록으로 여자부 800m 1위를 차지했다. ⓒ원광대학교

사실 그는 오른쪽 발의 복숭아뼈 아래에서 뼈가 자라 신경을 누르며 다리 감각이 마비되는 증상을 앓아왔다.

다리 수술을 받고 2개월을 쉬다 보니 육상 선수의 기록 회복은 더 쉽지 않았다. 2023년과 2024년은 이렇게 육상 선수의 존재감을 잃고 우울하게 보냈다.

"자신과의 싸움에서 무너졌던 것 같아요. 긴장감과 부담감을 극복하지 못해 각종 대회에 참가해도 기록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올해 초 원광대에 입학한 신지연은 강민혁 감독을 만나 심연(深淵)과 같이 깊은 슬럼프 극복에 나섰다.

첫 번째 슬럼프 극복 방안은 부담을 갖지 말고 육상을 즐기자는 마음가짐의 전환이었다. 고교 1학년 시절의 금빛 질주는 한순간일 뿐 그 압박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육상 자체를 즐기자고 마음먹으니 조금씩 기록도 좋아졌다.

두 번째 방안은 육상 경기를 타인과의 싸움이 아닌 자신과의 경쟁으로 바라보는 시각의 전환이었다. 순위에만 매달렸던 욕심을 버리고 자신의 기록에 도전하는 자기와의 싸움에 매진하니 오히려 자신감도 증대됐다.

"왜 이런 말 있잖아요? '아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만 못하다'는. 정말 그런 것 같아요. 즐기다 보니 부담감을 극복하게 됐고 타인이 아닌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생각하니 중압감도 사라졌어요."

신지연은 여자부 800m 1위와 1500m 2위의 성과를 올린 6월 대회에서 순위보다 기록을 먼저 봤다고 말했다.

▲신지연 선수의 목표는 자신의 기록 갱신과 역대 최고기록에 도전하는 것이다. ⓒ프레시안

"자신과의 싸움에서 자신감을 갖는 계기가 됐어요. 이제 중압감을 떨칠 수 있게 되었어요. 그것이 가장 기쁩니다."

신지연의 목표는 자신의 기록 갱신과 역대 최고기록에 도전하는 것이다. 여자부 800m의 역대 최고기록은 2분4초대로 알고 있어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하지만 이제 긴장과 압박에 시달리는 과거의 신지연이 아니다. 왜? 즐기니까….

그는 오늘도 육상 트랙에서 즐기면서 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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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홍

전북취재본부 박기홍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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