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필요에 의해 손잡은 네타냐후와 트럼프, 정의도 평화도 파괴했다

[정욱식 칼럼] 네타냐후와 트럼프는 '이란 핵 무장 예방' 을 위해 전쟁 일으킨 것이 아니다

이스라엘에 이어 미국도 이란을 공습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정권 연장을 위해 '전쟁 중독'에 빠진 베냐민 네타냐후 정권을 만류하지는 못할망정, 불법적이고 위험천만한 전쟁에 가세한 것이다.

이들이 이구동성으로 주장하는 것이 바로 "이란의 임박한 핵무기 개발 저지"이다. 여기서 두 가지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하나는 '이란의 핵무기 개발이 정말 임박했었느냐'는 것이고, 또 하나는 설령 그렇다고 해도 '이스라엘과 미국의 예방적 선제공격이 정당화될 수 있느냐'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두 가지 모두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다.

먼저 미국 정보기관의 판단을 살펴보자. 털시 개버드 국가정보국 국장은 3월 25일 보고서에서 "미국 정보기관들의 평가를 종합해보면, 이란이 핵무기를 만들고 있지 않으며 최고지도자인 하메네이가 2003년에 유예한 핵무기 프로그램을 승인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란의 우라늄 농축 활동이 우려스러운 것이 사실이지만, 핵무기 개발이 임박했거나 이를 결단했다는 근거는 없다는 뜻이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입장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IAEA는 6월 9일 보고서에서 이란이 60%까지 농축한 약 400kg의 우라늄을 보유하고 있는 것을 "심각한 우려 사항"이라고 밝혔다. 이는 이스라엘이 6월 13일 이란을 공습한 주요 근거로 악용되었다. 하지만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6월 17일 CNN과 인터뷰에서 "우리는 이란이 핵무기 개발로 나아가려는 체계적인 노력의 증거를 전혀 가지고 있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처럼 미국 정보기관과 IAEA는 이란의 우라늄 농축 활동이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라고 하면서도 이란이 핵무기 제조를 결단했거나 이것이 임박했다고 보지는 않았다. 또 미국과 이란은 협상 과정에 있었다. 그런데 이스라엘은 미국-이란 협상을 이틀 앞두고, 미국은 2주의 시한을 준다고 해놓고선 하루 만에 이란에 대한 기습적인 공습을 단행했다.

이란에 대한 무력 사용이 정당화될 수 있는 근거는 두 가지이다. 하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UNSC)가 이란의 핵개발이 국제평화와 안정에 큰 위협이 되고 외교적 해결이 불가능해졌다고 판단해 군사 행동을 결의하는 것이다.

또 하나는 이란의 이스라엘이나 미국에 대한 공격이 명백하고도 임박했을 경우에 이스라엘이나 미국이 자위권을 발동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스라엘과 미국의 이란 공격은 어느 것에도 해당되지 않는다. 유엔 헌장을 위반한 불법적인 공격인 셈이다.

이러한 사례는 2003년 미영연합군의 이라크 침공을 연상시킨다. 당시 미국과 영국은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정권이 대량살상무기(WMD)를 개발하고 있다며 침공을 강행했었다. 하지만 점령 후 이라크 전역을 샅샅이 뒤졌지만, 이러한 의혹을 뒷받침할 만한 근거를 찾지 못했다. WMD는 '이라크 땅'이 아니라 침공을 정당화하려고 했던 부시 행정부와 블레어 정부의 '마음 속'에 있었던 셈이다.

마찬가지로 임박했다는 이란의 핵무장설은 객관적인 진실이라기보다는 네타냐후와 트럼프의 정치적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허구에 가깝다. 이란이 미국과의 협상 과정에서 2015년에 체결했다가 트럼프가 2018년에 파기한 포괄적 공동행동계획(JCPOA)에 준하는 양보를 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기에 더욱 그러하다.

하지만 트럼프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 체결된 이란 핵협정보다 더 강력한 협정, 즉 이란의 평화적 핵이용 권리도 박탈하려는 과욕을 부렸다. 또 네타냐후는 미국과 이란의 핵협정 타결이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 완화로 이어질 것을 막고자 미국과 이란의 협상에 견제구를 날리기에 바빴다.

이란의 핵무장 예방이 목표였다면 이는 협상을 통해 달성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정치적 욕심에 사로잡힌 네타냐후와 트럼프는 협상의 문은 닫고 전쟁의 문을 열고 말았다. 중동 정세는 물론이고 전 세계적인 파장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현실이다.

▲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지난 4월 7일 (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회동 후 손을 흔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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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욱식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군사·안보 전공으로 북한학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1999년 대학 졸업과 함께 '평화군축을 통해 한반도 주민들의 인간다운 삶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평화네트워크를 만들었습니다. 노무현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통일·외교·안보 분과 자문위원을 역임했으며 저서로는 <말과 칼>, <MD본색>, <핵의 세계사> 등이 있습니다. 2021년 현재 한겨레 평화연구소 소장을 겸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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