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노숙인 등 복지 및 자립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 이후 지역사회 자활 중심 인프라 구축이 진행되었으나 노숙인 정신질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에도 정부와 지자체 모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왔다.
2025년 현재 서울특별시의 경우 3개의 종합지원센터에서 정신건강 전담팀을 운영하고 있으나 인적․물적 한계로 지원은 제한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지원체계가 열악한 지자체의 경우 정신질환 서비스를 외부기관 의존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2021년 노숙인 등의 실태조사(전국)에서 정신질환에 '질병있음'으로 응답한 경우 남성 노숙인은 15.8%인데 비해 여성 노숙인은 42.1%로 조사되었으며, 2022년 노숙인 일시집계조사 시점 기준 서울시 노숙인 시설입소자 중 중증정신질환은 25.5% 중 여성은 70.1%, 남성 29.9%로 여성 노숙인 중증정신질환은 남성의 2.34배로 나타났다.
정신질환 노숙인에 대한 구체적인 실태조사조차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던 상황에서, 2024년 서울복지재단의 '정신질환 거리 노숙인' 관련 연구는 전체 노숙인의 27.2%가 정신질환을 앓고 있으며, 이는 일반인의 4배에 달한다고 보고되었다. 그럼에도 정신질환 노숙인의 치료 접근성은 일반인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은 전달체계 보완과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입증해 주고 있다.
정신질환자의 사회적 방임과 노숙으로 유입
정신질환자의 자기 결정능력 한계에 따른 주거권, 적절한 치료를 받을 권리, 그리고 필요한 복지서비스를 받을 권리마저 실질적으로 박탈당하고 있다. 이는 거리 노숙의 고착화를 초래하게 되었으며 인간다운 삶은 고사하고 생명권까지 위협받는 실정까지 내몰게 되고 있다. 우리 사회의 '자기결정 존중'과 '사회적 절차 준수'라는 명분으로 방임하는 현상은 사회적 책임 회피로 비추어질 수 있다. 이와 함께 정신의료기관이나 정신요양시설의 탈시설화 정책은 보건복지의 전달체계 불안정으로 인해 노숙 생활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노숙인 복지실천 현장에서 뚜렷한 변화 중 하나는 신규 유입 노숙인 중 정신질환자의 비율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탈시설화 정책과 무관하지 않으며, 또 하나의 요인으로는 가족지지 관계의 변화가 있다. 전통적으로 정신질환 문제는 가족 내에서 해결하려고 노력을 하였지만 최근에는 가족 간 갈등과 단절로 인한 지지 관계 해체가 노숙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러한 사회 변화와 함께 새로운 사회적 위험 출현에 비해 우리 사회복지체계는 여전히 유형별 전문성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정신질환과 같은 복합적인 문제를 안고 있는 이들을 위한 전문기관 부재와 인력 부족 현실은 거리 노숙이라는 필연적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정신질환 노숙인 전달체계 보완 절실
보건복지부는 정신질환 노숙인 지원에 대한 필요성을 인식하고 '제2차 노숙인 등의 복지 및 자립지원에 관한 종합계획'에서는 종합지원센터에서 정신건강 지원사업을 필수사업으로 확대할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서울시뿐만 아니라 대부분 지자체는 정신건강 지원에 필요한 인력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정신건강 지원사업을 가장 먼저 시행한 서울시의 경우 3개의 종합지원센터의 총 11명의 정신건강 전문요원이 위기대응콜, 사례관리 및 사후관리, 병원 연계 및 정신과 진료 지원 등의 다양한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중증정신질환 노숙인의 지속적 유입으로 업무 부담은 점점 가중되고 있으며, 정신건강 전문요원의 현장 출동 2인 1조 기준을 맞출 1명의 인력도 투입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정신질환 노숙인 긴급성과 복잡성을 고려해 볼 때 노숙인 종합지원센터의 정신건강 지원사업의 중요성은 지속적으로 부각 될 것이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정신건강 지원사업에 대한 최소한 인력과 지자체별로 진행되는 정신 건강사업의 통일된 기준을 마련을 위한 적극적인 논의는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여성 노숙인의 경우 극단적인 기능 및 인지 저하 상태에서 발견·연계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와 함께 남성에 대한 경계나 적개심으로 남성 사회복지사의 관찰 및 상담에서 생활지도에 이르기까지 많은 제약을 받고 있다. 특히 여성 전담인력의 필요성과 함께 안전의 욕구가 강한 여성 노숙인의 심리적 안정이 확보될 만한 여성 전용공간 부재로 인한 종합지원센터 보호의 한계로 정신질환 여성 노숙인은 일시적 보호라는 한정적 서비스만 제공되고 있는 실정이다. 더 나은 안정적 보호를 위해 여성 전문기관 연계의뢰는 진행되고 있으나 정신질환은 연계에 큰 장애 요소로 작용하고 있어 거리 노숙을 예방할 현실적인 방안이 없다.
여성 정신질환 노숙인을 대상으로 그들의 심리적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서비스 적용으로는 의미 있는 결과를 얻기에는 어려울 것이다. 실효성 있는 여성 정신질환 노숙인 보호를 위해서는 기존 남성 중심 노숙인 전달체계에서 벗어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접근해야 할 것이다.
불안정한 정신질환 관련 노숙인의 주거 대책으로 '지원주택'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으나, 입주 선정부터 유지 및 사례관리에 이르기까지 여전히 보완이 필요한 여러 가지 문제들이 산재 되어 있다. 특히 입주 전 적응훈련 없이 지원주택으로 바로 입주가 진행될 때 주거 부적응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지원주택은 단순히 거처 제공이 아니라 지역사회에 안정적으로 정착하기 위한 하나의 과정으로 설계되어야 하며, 이에 따른 재활 계획과 정책적 고려가 함께 이루어져야 지원주택을 중심으로 병원-지원주택, 거리-지원주택을 반복하는 이른바 '회전문' 현상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초기 집중 치료적 개입을 위한 제도 마련 시급
보건복지부는 '정신보건법'은 2016년 5월 '정신건강복지법'으로 전면 개정하였고, 2017년 5월 시행되었다. 자기 결정능력에 제한이 있는 정신질환자에 대한 사실상의 구금 및 강제 치료를 법적으로 규율하여 그들을 보호하는 한편, 일정 범위의 강제 입원을 법적으로 뒷받침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2016년 개정은 정신질환자의 조기 치료적 개입을 가로막고 처치가 필요한 환자에 대한 치료적 접근성을 제안하여 노숙인의 치료적 개입을 가로막음으로써 유병률 및 중증정신질환으로 진행을 가속화를 불러오는 원인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정신질환 노숙인에 대한 전문적인 치료에 이르기까지 연계에 많은 시간과 노력이 투입되어야 하는 상황이나 이마저도 연계 당사자의 강한 거부 의사로 인하여 연계율은 높지 않은 실정이다. 이 경우 행정기관, 사법기관뿐만 아니라 의료기관의 적극적인 참여와 협조가 이루져야 하지만 관련 기관 담당 인력, 전문성 결여, 관련 제도 미비 외에 적용 기준 불일치 등의 문제로 비자의 입원은 매우 제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 결과 조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중증정신질환으로 진행된 노숙인의 거리 생활 예방에 한계가 있다.
정신질환자의 치료적 접근 제한을 완화하고자 보호 의무자의 범위 확대에 대해 논의되고 있으나 이는 별론으로 하고 중증정신질환 노숙인의 경우 치료 필요성은 있으나 실질적으로 보호 의무자의 협조나 동의를 구하는데 어렵거나 불가능한 경우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하여 사법기관이 입원을 결정하는 사법 입원제도의 도입을 인권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고려해 보아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비자의 입원 절차를 모두 진행할 시간적 여유가 없을 때 치료가 지연되는 위험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의사, 정신보건 전문가 또는 정신보건 분야 공무원 등에게 응급입원 결정 권한 부여를 중심으로 제도 개선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러한 제도 개선을 통해 선 치료 후 서비스 지원체계는 정신질환 노숙인에게 실효성 있는 정책이 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 된다.
비자의 입원의 절차적·제도적 미비는 정신질환 노숙인의 불필요한 계속 입원과 재입원 및 사회적 입원 비율을 낮출 수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치료를 위한 최소 입원을 허용하여 정신질환 노숙인의 초기 집중 치료적 접근을 가능할 수 있도록 보건복지부의 적극적인 정책 개선 의지를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