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북한 평양 상공에 진입한 무인기와 남한군이 사용하는 무인기가 유사하다는 국방부 산하 연구소의 분석이 나왔다. 김용현 당시 국방부 장관과 윤석열 정부에서의 군 당국은 무인기를 평양에 보냈는지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는데, 이번 분석으로 윤석열 정부가 계엄 빌미를 마련하기 위해 무인기를 날린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15일 조용진 방사청 대변인은 국방과학연구소(ADD, 이하 국과연)의 분석에 대해 "상세 내용을 현재 파악 중에 있다"며 즉답을 피했다. 그는 국방과학연구소가 이같은 분석을 하게 된 배경에 대해 "작년에 국정감사 시 후속조치 요청사항에 따라 분석한 결과를 보고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 더불어민주당 부승찬 의원이 국과연으로부터 제출받은 '북 전단무인기 비교분석' 자료에 따르면, 두 무인기 비교 결과 "전체형상은 매우 유사"하며 핵심 부품 5종의 위치도 동일하다고 분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체적으로 국과연은 양 무인기가 전체 형상뿐만 아니라 좌우 수직꼬리날개의 조종면 구동기 위치, 데이터링크 안테나, 엔진부의 배기구, 냉각덕트 그리고 덕트베인작동기 등 핵심부품 5종의 위치 역시 동일하다고 밝혔다.
국과연은 양 무인기의 기체 하단부에 차이가 있는데, 남한 무인기에는 착륙 시 충격 방지를 위한 '랜딩폼'이 설치돼 있지만 북한이 공개한 무인기에는 이 부품이 없다고 밝혔다. 국과연은 만약 해당 기종에 전단통을 장착했다면, 랜딩폼을 제거한 자리에 이를 설치했을 가능성에 주목했다.
전단통 투하 작동장치와 관련해 국과연은 "제작사 제공 소프트웨어(SW)를 사용하여 임무계획이나 전단통 작동명령 등을 쉽게 구성할 수 있"다고 평가했는데, 부승찬 의원실에 따르면 정식으로 소형정찰무인기의 제작사 제공 소프트웨어를 운영하는 기관은 드론작전사령부 뿐이다.
국과연은 이어 남한 무인기 성능이 북한이 지난해 10월 27일 공개한 비행경로인 '백령도→초도→남포→평양'을 따라 비행이 "가능"하다고 평가했다.
국과연은 "무인기 기체 외부에 별도 장치를 설치할 경우 항력증가 및 무게중심 변화에 따른 비행성능 영향성 검토가 필요”하다며 “제3자(사업 비관련자)가 전단통 장착을 위한 비행체 수정을 수행하였다면, 해석 등의 기술적 검토 보다는 비행시험 등 실제 시험을 통한 보정이 이루어졌을 것으로 판단됨”이라고 평가했다.
부승찬 의원은 "국방과학연구소가 과학적 분석을 통해, 우리 군이 지난해 10월 평양에 무인기를 침투시켜 전단을 살포했다고 인정한 것"이라며 "당시 드론사 무인기의 평양침투가 전시계엄의 분위기와 명분을 만들기 위한 것이었는지, 연루 의혹이 있는 국가안보실, 드론사령부 등에 대한 전면적인 수사가 즉각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부 의원은 "정당한 명령 없이 자행된 침투라면 형량이 사형뿐인 군형법 제18조 '불법전투개시죄'가 적용될 수도 있다"며 "강압에 따라 어쩔 수 없었다고 한다면 감경을 받을 수도 있으니, 관계자들은 자신을 위해서라도 그 전모를 명명백백히 밝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방부와 합참이 그간 평양에 무인기를 보냈는지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는데 이에 대해 국방부의 현재 입장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전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의원실에서 ADD(국과연)에 필요한 자료를 요청하셨고 그에 따라 ADD가 필요한 답변을 한 것"이라며 "그것 자체가 어떤 결론을 내리는 게 아니어서 그것만 가지고 이렇다, 저렇다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10월 11일 북한은 외무성 중대성명을 통해 3일과 9일, 10일 평양에서 무인기가 발견됐다면서 남한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용현 당시 국방부 장관은 초기에는 부인하는 취지로 발언했으나 이후 김 장관과 합참 모두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와 관련 비상계엄 이후인 지난해 12월 9일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군으로부터 제보를 받았다면서 김용현 당시 장관의 지시로 평양에 무인기를 보냈으며 김 장관의 후배인 충암고등학교 출신 여인형 방첩사령관이 실무적으로 기획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박 의원은 이러한 행위가 사실상 계엄을 전제로 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무인기가 계엄과 연계된다는 논지의 주장을 펼쳤다.
북한에서 발견된 무인기가 남한의 무인기와 유사하다는 주장은 지난 1월 27일 SBS의 보도에서도 제기된 바 있다. 방송은 지난해 10월 12일 새벽 4시 20분 무인기 추락을 신고한 접수자가 찍은 무인기 사진을 보도했는데, 북한이 남한의 소행이라고 주장한 무인기와 외형이 똑같다고 전했다.
방송은 이 무인기들이 지난해 10월 1일 국군의날 시가행진에 등장한 드론작전사령부의 정찰 무인기와도 유사한 모양을 하고 있다면서, 핵심 장비인 엔진과 안테나는 연천과 평양 무인기 모두 같은 회사의 제품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2월 3일 이성준 합참 공보실장은 어떻게 평가하냐는 질문에 "외형적으로 비슷한 것은 있다고 알고 있다"고 답했다. 겉으로 보면 무인기 앞쪽에 있는 RF안테나도 비슷하고 꼬리에 있는 엔진 등 내부적인 면까지 들어가도 유사하니 평양과 연천에서 똑같은 무인기가 발견됐다고 판단해도 무방하지 않냐는 질문에 이 실장은 "글쎄요"라며 명확한 답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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