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비 10배 현실화? 트럼프 행정부, 방위비 재협상 요구

국방부 "재협상 요청 없었다"지만… 트럼프는 "방위비 분담금+무역 협상 '패키지'" 이미 요구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한국의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실제 이달 초 미국이 한미 국방 당국자 간 회의에서 지난해 체결된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을 재협상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이에 대해 미측이 요청한 바 없다고 밝혔다.

12일 <동아일보>는 외교 소식통을 인용, 지난 1~2일 워싱턴에서 열린 제26차 한미 통합국방협의체(KIDD)에서 미 국방부 당국자들이 한국 당국자들에게 "주한미군 주둔 비용을 정확히 평가할 필요가 있다.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을 다시 협상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이에 대해 한국 측 당국자들이 "한미동맹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협력하자"는 원론적 답을 내놨다며, 미국의 방위비 분담금 인상에 대해 정부도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양국은 이번 KIDD에서 한미 동맹 정책방향 전반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했다. 다만 이 회의 석상에서 방위비 분담금 재협상을 요청한 바는 없는 것으로 안다"며 "공식 또는 비공식이든 방위비 분담금 재협상을 미측이 요청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전 대변인은 방위비 분담금 문제와 관련해 "미측이 재협상 요청을 해서 우리 국방부가 지금 논의하거나 검토하고 있는 것은 없다"며 정부가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는 보도에 대해서도 부인했다.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AFP=연합뉴스

국방부 측은 당시 대화에서 방위비 분담금 문제가 거론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그간 트럼프 대통령이 밝혔던 입장을 고려해 보면 위 회의에서 해당 사안이 언급됐을 가능성은 매우 높아 보인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4월 8일 한덕수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과 통화 이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트루스소셜'의 본인 계정에 경제문제와 관련 "한국에 제공하는 막대한 군사 보호 비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면서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제기했다고 밝혔다.

이어 9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취재진에게 유럽에 주둔하는 미군과 관련해 유럽으로부터 그에 따른 배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한국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과는 무관한 사안 중 하나이지만, 타당하다고 생각되기 때문에 논의의 일부로 (방위비 분담금을) 포함시킬 것"이라며 "모든 문제를 하나의 패키지로 묶는 것이 좋다"고 말해 분담금 재협상 의지를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처음 대통령 선거에 출마했던 지난 2016년부터 지금까지 한국을 비롯한 일본, 유럽연합(EU) 등 주요 동맹국들이 방위비를 충분히 지출하지 않는다면서 대폭 인상을 요구해왔다. 그가 강조하는 소위 '미국 우선주의'를 현실화하는 대표적인 공약으로 방위비가 활용돼 왔고, 재선에 도전했던 지난해에도 여러 차례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시사했다.

실제 한국 정부는 트럼프 1기 정부와 방위비 협상에 상당히 애를 먹었다. 2019년 제10차 방위비 분담 특별협정(SMA) 협상 과정에서 미국 측은 한국에 1조 원 이상의 금액을 요구했다. 협상에 진전을 보이지 못한 양측은 결국 유효기간 1년 및 한국 측 분담금 1조 389억 원에 합의했다. 이는 한국의 국방예산 인상 비율인 8.2%를 적용한 결과였다.

이후 열린 11차 SMA 협상에서 미국 측이 제시한 인상 수준은 더 높아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50억 달러를 요구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면서 합의가 불가능한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이에 10차 협정이 만료된 이후에도 새로운 협정이 타결되지 못했고, 결국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인 2021년 3월 분담금을 13.9% 증액하고, 향후 2025년까지 한국의 국방비 증가율에 맞춰 이를 인상하는 데 합의하는 것으로 마무리된 바 있다.

12차 협정은 지난해 미 대선이 열리기 약 한 달 전인 10월 4일 체결됐다. 분담금은 이전보다 8.3% 증가한 1조 5192억으로 책정됐는데, 양국은 2026년부터 2030년까지 5년 동안 이 협정을 적용하며 국방비 증가율 대신 8~9차에서 적용됐던 소비자물가지수(CPI) 증가율을 연간 증가율로 사용하기로 합의했다.

당시 협정 만료가 1년 이상 남아있었는데도 빠르게 진행한 배경을 두고 트럼프 대통령의 집권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트럼프의 집권 전에 미리 적정한 수준의 분담금을 확정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었다.

그런데 방위비 분담금 결정에도 여전히 트럼프 정부가 인상을 요구하고 나오면서 오는 6월에 들어설 새 정부가 미국의 요구를 마냥 무시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국방부 장관 대행인 김선호 차관이 오는 5월 말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아시아안보회의(ASA)인 샹그릴라 대화에 불참하기로 했는데, 방위비가 주한미군 역할 문제 등과도 연관돼 있으니 회의에 참석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전 대변인은 "SMA를 논의하는 곳은 외교부다. 국방부 차관이 주무 논의 대상자가 아니고, 샹그릴라는 방위비 분담금을 논의하는 곳은 아니다"라며 "(회의 참석 여부에 대해) 대선 전의 여러 가지 안보적인 상황을 고려했다는 측면을 말씀드린 바 있다"고 말해 김 대행 참석에 선을 그었다.

전 대변인은 한미 간 좀 더 밀착해야 하지 않냐는 지적에 "지금 한미 간 필요한 논의는 여러 가지 루트를 통해 이뤄지고 있고, 실무적으로 필요한 논의가 충분히 되고 있다"며 "설사 샹그릴라(회의)에 차관이 가지 않는다고 해서 한미 간에 필요한 소통이 부족해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 지난해 10월 2일 한미 간 제12차 한미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이 타결됐다. 이태우(오른쪽) 한미 방위비분담 협상대표와 린다 스펙트(Linda Specht) 국무부 정치군사국 선임보좌관이 악수하고 있다. ⓒ외교부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 3,000원
  • 5,000원
  • 10,000원
  • 30,000원
  • 50,000원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국민은행 : 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