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이하 현지시간) 페루에서 장기간 사목 활동을 한 로버트 프랜시스 프레보스트(69) 추기경이 미국 출신으론 처음으로 교황에 선출됐다. 새 교황은 즉위명으로 레오 14세를 택했다.
교황청 <바티칸뉴스>에 따르면 이날 267대 교황으로 선출된 레오 14세는 바티칸 성베드로 성당 발코니에서 새 교황 탄생을 기다린 군중을 향해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있기를"이라는 말로 첫 연설을 시작했다. 첫 연설에서 "무기를 내리게 하는 평화", "다리를 놓고 대화하고 언제나 모두를 환영하는 데 열린" 교회를 강조한 레오 14세는 이탈리아어로 연설을 시작했지만 이후 스페인어로도 반복해 메시지를 전달했다.
<AP> 통신 등을 보면 미국 시카고 출신의 레오 14세는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남미 페루에서 오랜 사목 활동을 했다. 통신은 미국의 지정학적 영향력 탓에 미국인 교황 선출이 오랜 금기였지만 레오 14세가 페루에서 20년간 사목하고 페루 시민권까지 취득한 것이 이를 완화했을 수 있다고 짚었다. <바티칸뉴스>는 레오 14세를 아르헨티나 출신이었던 프란치스코 교황에 이은 "두 번째 아메리카 대륙 출신 교황", "북미 출신"으로 소개했다.
차기 교황이 개혁적이라고 평가됐던 지난달 21일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뜻을 이을지 관심이 모였던 가운데 <뉴욕타임스>(NYT)는 레오 14세가 "균형 잡힌 대안"을 제시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개혁적이었던 전 교황의 의제에 반대하는 보수파의 목소리가 있는 상황에서 보다 중도적인 태도를 취할 수 있다는 의미다.
<로이터> 통신은 새 교황이 레오 14세라는 즉위명을 택한 것이 향후 행보에 대한 단서를 제공한다고 추측했다. 1878~1903년 교황이었던 레오13세는 공정한 임금과 노동 조건, 노동조합에 가입할 권리 등 노동자 권리 옹호에 관심을 기울였다.
<뉴욕타임스>는 성소수자에 비교적 관용을 보인 프란치스코 교황과는 달리 레오 14세는 과거 "존재하지 않는 젠더"를 만들어낸다며 "젠더 이념"을 비난하고 동성 결합 또한 비판한 바 있다고 전했다. 신문은 다른 많은 가톨릭 고위 성직자들과 마찬가지로 레오 14세 또한 성적 학대 혐의를 받은 사제들에 단호하게 대응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는다고 덧붙였다.
<AP>는 레오 14세가 과거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JD 밴스 미국 부통령의 반이민 정책을 비판하는 게시물을 공유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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