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에너지부가 한국을 '민감국가'(Sensitive Country)로 분류해 규제하려 한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정부는 미국 측과 긴밀하게 협의하고 있다며 해당 보도가 사실임을 시사했다. 여당에서 제기되는 독자 핵무장론이 지금과 같은 상황을 만들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3일 이재웅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민감국가 목록에 대한 질문에 "외교부는 이 문제에 대해서 관계부처와 함께 적극 대응하고 있으며, 미측 관계기관과도 긴밀하게 협의 중"이라며 "에너지부의 민감국가 리스트는 현재 최종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앞서 9일 <한겨레>는 한미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 "미 에너지부는 4월15일부터 한국을 민감국가로 분류하기로 하고 산하 국립연구소들에 이를 사전 통보하는 등 행정적 준비를 시작했다"며 "미국의 동맹인 한국은 그동안 항상 '비 민감국가'였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민감국가 명단으로 분류된다는 공문이 에너지부 산하 연구기관들에 이달 초에 통보되었다고 한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민감국가 지정과 관련 "미 에너지부는 국가 안보나 핵 비확산, 지역적 불안정성, 경제안보 위협, 테러지원 등의 이유로 민감국가를 지정하고, 이들 국가의 연구기관이나 학자들과의 교류를 엄격하게 제한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지난 1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출석한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민감국가 지정과 관련 "에너지부에서 우리에게 사전 통보해서 알게 된 것이 아니고 비공식 경로를 통해 알게됐다"며 "우리가 문제제기를 해서 에너지부에서 파악하고 있는 단계"라고 답한 바 있다.
당시 회의에서 조 장관은 미 에너지부의 홈페이지를 살펴보면 민감국가를 분류하는 이유로 미국의 국가안보, 핵 비확산, 테러 지원 등 세 가지가 있는데 이 중 한국이 어디에 해당하느냐는 더불어민주당 홍기원 의원의 질문에 "경위, 배경조차 파악이 안된 상태라 세부 사항에 대한 답을 들은 상황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정부는 미국 측에 어떤 사유로 민감국가로 분류됐는지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13일 기자들과 만난 외교부 당국자는 미측에 사유를 설명 받았냐는 질문에 "논의가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는 말씀드리지 않겠다"는 답을 내놨다.
이에 일부에서는 한국이 '미국의 국가 안보'를 위협하거나 '테러 지원'을 하는 국가가 아니라는 점에서 결국 '핵 비확산' 문제 때문에 '민감국가'로 분류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당시 외통위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이 마음만 먹으면 1년 만에 핵무장 가능하다고 했다. 여당 의원들도 무분별하게 한미동맹의 근간을 흔드는 말을 해왔다"며 "이 문제를 풀려면 외교부의 노력도 중요한데, 문제제기를 했던 책임져야 할 정치인들인 대통령과 여당 정치인들이 적극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여당의 핵무장론에 대한 비판은 이날도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국회에서 열린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1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비공식 제보를 받은 것을 가지고 상황 파악 중이다 이렇게 답변했다"며 "정부의 안일함과 무능함에 할 말을 잃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민감 국가 분류 원인이 일부 보수 정치인의 핵 무장론에 있다는 분석이 많다"며 "미국은 국가 안보, 핵 비확산, 테러 지원 등을 기준으로 민감 국가를 지정해 왔다. 그런데 대통령을 비롯한 국민의힘 유력 인사들이 핵무장을 주장하니까 미국 정부가 이것에 제동을 걸기 위해서 경고를 보내는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진 정책위의장은 이어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전방위적 압박도 확대되고 있다. 철강과 알루미늄 등의 25% 고관세에 이어서 소고기 수입 확대까지 강요당할 판"이라며 "그야말로 우리 수출 시장은 응급 상태 코드블루 상태"라고 진단했다.
그는 "윤석열 정부 내내 굳건한 한미 동맹을 최대 성과로 꼽아왔지 않았나"라며 "하지만 실상은 한미 동맹을 저해하고 국가 안보와 수출 경쟁력을 위협하는 경거망동에만 앞장서 왔다"고 꼬집었다.
진 정책위의장은 "국민의힘은 현실성 없는 핵무장론을 즉각 철회하고 민주당이 제안한 국회 차원의 통상 대책 특위를 수용하기를 촉구한다"며 "정부도 민감 국가 지정 철회에 외교적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동시에 통상 압력을 완화할 방안을 마련하고 국회와 협력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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