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김경수·김부겸·임종석·박용진 한목소리로 "尹 탄핵"

李, 비명계와 한자리서 간담회…김부겸 "당에 쓴소리했지만 탄핵 의심없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당내 비명계 인사들이 한자리에 모여 윤석열 대통령의 파면을 한목소리로 촉구했다. 이 대표가 앞서 유튜브 방송에서 본인의 체포동의안 가결 과정을 언급하며 비명계와 검찰의 유착설을 제기한 이후 처음으로 모인 자리였다. 윤 대통령 석방이라는 큰 사건 앞에 민주당 내부 갈등은 일시 봉합되는 모양새다.

이 대표는 12일 서울 광화문에 설치한 민주당 농성장에서 '국난 극복을 위한 시국간담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엔 비명계 잠룡으로 꼽히는 김부겸 전 국무총리, 김경수 전 경남지사, 박용진 전 의원, 이광재 전 국회 사무총장,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등이 참석했다.

이날 계파를 초월해 함께 모인 이들은 이 대표의 제안으로 간담회에 참석했다. 윤 대통령의 석방을 예상치 못했던 민주당 등 야권은 당혹감과 위기감 앞에서 비상대응 체제에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이 대표의 '검사 유착' 발언에 비명계 의원들은 사과를 요구하는 등 논란이 됐으나, 윤 대통령 탄핵이라는 큰 의제 앞에서 당내 대선 주자들이 하나로 모인 것.

이 대표는 모두발언을 통해 "이번의 이 사태(윤 대통령 구속취소)도 지금은 많은 분들이 불안해하고, 심지어 다시 귀환할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까에 대해 공포감을 느끼고 있다"며 "21세기 선진국 대한민국에서 검찰통치도 부족해서 확실하게 군인으로 군정을 하겠다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어 이 대표는 "노상원이 작성했다는 수첩 내용을 보니, '1차로 500명을 수거해서 연평도로 가는 바다 위에서 배를 폭파해서 다 죽일 것인데, 2차, 3차, 10차까지 5000에서 1만 명 정도를 더 수거해서 죽여야 하는데, 1차와 같은 방법으로 죽이면 문제가 있을 수 있어서 다른 방법이 뭘까?' 이런 고민하는 장면이 나오다"며 "한국판 킬링필드를 만들려고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군을 통해 통치하겠다는 마음을 먹었다는 것인데, 이 상황이 지금 끝난 게 아니라, 언제든지 다시 재발할 수 있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또는 꼭 그렇게 되지 않더라도 엄청난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 그 결론에 이르기까지 지금과 같은 혼란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아마도 우리 국민들께 엄청난 불안과 공포감을 심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전 의원(왼쪽부터),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이재명 대표, 김부겸 전 국무총리, 이광재 전 국회 사무총장,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12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 앞 더불어민주당 천막 농성장에서 열린 국난극복을 위한 시국간담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이 대표는 또 국민의힘을 향해 "어떤 특정 소수가 그런 황당무계한 꿈을 꾸는 정신 나간 행태를 보였다고 쳐도, 수십 수백 수만 명이 모여 있다는 정치집단, 국민의힘이라고 하는 정치세력이 대체 대한민국 기본적 헌정질서를 파괴하는 이런 중대범죄, 대통령조차도 불소추 특권에서 제외되는 이런 내란, 군사반란죄를 보면 이런 행위에 대해서 책임을 느끼기는커녕, 이를 비호한다는게 도대체 이해가 되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에도 다시 한번 요청드린다"라며 "대한민국이라고 하는 국가공동체 전체를 위해서 이 대한민국의 발을 딛고 사는 5200만 우리 모두를 위해서 최소한의 양식을 회복하고, 최소한의 근본적인 책임을 회복하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단식에 나선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건강 걱정을 덧붙이기도 했다. 그는 "저도 광화문에서 2016년에 십여 일 있었는데, 잠을 잘 수가 없었다"며 "김 지사님 건강 많이 해치기 전에 상황이 정리돼야 할 텐데 걱정"이라고 했다.

지난 9일부터 단식농성에 돌입한 김경수 전 지사는 "지금 대통령이 파면되느냐 아니면 대한민국이 파면되느냐 갈림길에 서있는 것 같다"며 "내란범 우두머리가 버젓이 나와서 활보하고 관저에서 또 다른 내란을 지휘하고 있는데, 탄핵으로 반드시 이 내란을 종식시켜야 할 것"이라고 했다.

김부겸 전 총리는 "더이상 저희가 방치하고 미루면 내전 상태가 될 것 같다는 두려움 때문에 이 자리에 모였다"며 "저희는 그동안 이 대표의 당 운영에 대해 쓴소리를 많이 했지만 계엄, 내란, 내전까지 이어지게 한 국론 분열의 책임자인 윤 대통령이 탄핵돼야 한다는 점을 한번도 의심한 적 없다"고 밝혔다.

박용진 전 의원도 "선당후사 애당심과 위국헌신의 애국심으로 이자리에 와있다"며 "나라를 걱정하는 국민에게 민주당이 안심과 용기를 드리는데 작은 힘이나마 보태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이어 "두쪽 나버린 나라를 묶기 위한 첫걸음은 내란 수괴에 대한 즉각 탄핵 인용이다"라고 강조했다.

이광재 전 총장도 "오늘 이 자리는 민주당부터 하나가 되는 날"이라며 "나아가서 반드시 윤석열 파면을 이루고 대한민국이 하나 되는 나라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목소리 높였다. 임종석 전 실장 역시 "이 대표를 중심으로 민주당이 더 확실하게 국민 속에 뿌리 내리고 중심을 잡아주길 부탁드리고 모두가 한뜻으로 마음을 모아가겠다"고 힘을 보탰다.

한편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파면을 촉구하며 국회에서 광화문까지 걷는 도보행진을 이날부터 시작했다. 민주당은 이날 국회 본청 앞에서 출정식을 열고, 당 소속 의원들이 앞으로 윤 대통령 탄핵 인용시까지 매일 국회에서 광화문까지 약 8.8킬로미터 거리를 행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오늘부터 우리는 국회에서 광화문까지 내란수괴 윤석열의 신속한 파면을 촉구하는 정의로운 행진을 이어간다"며 "우리의 행진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투쟁이며, 헌법을 짓밟은 불의한 권력에 대한 준엄한 심판"이라고 말했다.

황정아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행진시) 48시간 전에 미리 사전 집회신고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어제 알게 돼서 오늘은 인도에서 조용히 침묵으로 도보행진을 할 것이고, 피켓팅없이 마스크 쓰고 조용하게 시위할 것"이라며 "14일에는 광화문에서 현장최고위를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황 대변인은 "당은 매일 14시 비상의총을 하고, 19시 광화문 집회를 하고, 21시 광화문에서 비상의총 및 릴레이 발언을 파면 선고될 때까지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는 '의원들의 집단행동이 헌재에 대한 압박으로 비칠 수 있다'는 지적에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윤석열 파면을 위해 모든 가용한 방법을 생각해본 것"이라며 "오히려 파면이 늦어지는 것이 불안과 혼란을 가중하고 대한민국 불확실성을 증대시키는 일이다. 대한민국을 이런 혼란 상황에 두는 것은 직무유기"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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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연

프레시안 박정연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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