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인들이 신앙으로 위장해 '파시즘'에 길을 터주는 역할을 해서는 안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전 연세대 은퇴교수이면서 통합교단 교회의 장로로 시무하고 있는 양혁승 장로는 10일, 페이스북에 "기독교인들이 파시즘에 길을 터줘서야 되겠는가?"라고 물으면서 "오늘날 우리 사회는 민주공화국 체제를 지켜낼 것인가, 아니면 권위주의적 파시즘 체제로 퇴행할 것인가 사이의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고 진단했다.
양혁승 장로는 이어 "역사는 우리에게 중요한 교훈을 준다"며 "파시즘은 단순히 특정한 정치 이념이 아니라, 사회적 불안과 위기를 기회로 삼아 대중을 선동하고 권력을 장악하는 위험한 흐름"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20세기 초반, 이탈리아와 독일이 파시즘에 빠져들었던 과정을 살펴보면 오늘날 우리가 경계해야 할 지점이 분명해진다"면서 "기독교인들이 이러한 흐름에 동조하는 것은 더욱 심각한 문제이며 우리는 신앙의 이름으로 자유와 인간의 존엄을 파괴하는 데 가담해서는 안 된다"고 잘라 말했다.
파시즘은 불안과 두려움을 기반으로 한다
이어 이탈이아와 독일에서 파시즘이 등장하게 되는 사회적 배경을 설명했다.
"1차 세계대전 이후, 이탈리아와 독일은 심각한 사회·경제적 위기에 직면했다. 이탈리아는 전쟁 승전국이었지만 경제난과 사회 불안이 극심했고, 독일은 패전의 충격과 함께 베르사유 조약으로 인한 굴욕적 배상금 부담을 떠안아야 했다"며 "두 나라 모두 전후 혼란 속에서 정치적 극단주의가 부상했다"고 부연 설명했다.
이탈리아의 경우를 보면 1920년대 베니토 무솔리니는 불안에 휩싸인 대중을 선동하며 파시스트당을 성장시켰다. 그는 사회주의자들과 좌파 세력을 ‘국가의 적’으로 규정하고 폭력적 수단을 동원해 정치적 대립을 극대화했다.
무솔리니는 "이 나라는 무너지고 있다. 강력한 지도자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끊임없이 주입하며, 민주적 절차가 문제 해결에 무능하다는 인식을 퍼뜨렸다. 무솔리니는 1922년 ‘질서를 되찾겠다’는 명분으로 로마로 진군했고, 이에 국왕이 굴복하여 그를 총리로 임명했다. 이후 그는 국가 안정을 이유로 반대 세력을 탄압하며 독재 체제를 구축했다.
독일에서도 마찬가지였다. 1차 세계대전 패전 후 바이마르 공화국은 정치적 혼란과 경제적 불황 속에서 허덕였다. 그에 더해 1929년 세계 대공황이 발생하자 실업률이 급등했고, 국민들은 극심한 불안을 겪었다.
이때 아돌프 히틀러는 '국가 재건'과 '국민의 단결'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유대인, 공산주의자, 바이마르 공화국의 정치인들을 독일이 몰락한 원인으로 지목하며 강력한 지도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1933년 힌덴부르크 대통령은 히틀러를 총리로 임명했고, 독일 의회 방화 사건이 일어나자 히틀러는 공산주의자 척결을 빌미로 긴급조치를 발동하고 비상대권을 거머쥐었다. 결국 히틀러는 총통으로 군림하며 일당 독재 체제를 구축했다.
양혁승 전 교수는 "이 사례들은 공통적으로 대중의 불안과 두려움을 극대화하여 권력을 장악하는 파시즘의 전형적인 패턴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파시즘은 '국가 위기'를 핑계 삼아 권력을 강화하고 민주적 절차를 약화시키는 전략을 사용하는데 경제적 위기, 사회적 혼란, 그리고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대중은 민주적 절차보다 '강력한 해결책'을 원하게 되고, 이를 파시즘은 교묘하게 이용한다"는 것이다.
양 교수는 "오늘날 우리 사회에도 사회적 위기와 혼란을 과장하고, 특정 세력을 '국가의 적'으로 설정하며, 민주적 시스템과 현행 헌정 질서가 무능하다는 인식을 조장하는 흐름이 있는데 우리는 그것이 파시즘의 징조임을 깨달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독교인은 파시즘에 동조해서는 안 된다
양 전 교수는 "파시즘이 인간의 자유와 존엄을 억압하는 체제라는 점에서, 기독교 신앙과 절대적으로 충돌한다"고 봤다.
역사적으로 기독교인들 중 일부는 파시즘을 용인하거나 심지어 적극적으로 협력하기도 했다고 설명한다.
독일에서는 일부 교회 지도자들이 나치 정권에 협력하며 히틀러를 '신이 보낸 지도자'로 미화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 결과는 참혹했다. 독재 정권은 결국 교회마저 국가 통제 아래 두려 했고, 본회퍼와 같은 신학자들은 이를 거부하고 저지하려다가 목숨을 잃었다.
양 전 교수는 "기독교 신앙은 인간의 존엄과 자유를 강조하며, 모든 사람을 하나님의 형상대로 창조된 존재로 본다. 따라서 억압과 폭력을 기반으로 하는 파시즘은 기독교적 가치와 근본적으로 양립할 수 없다"면서 "과장된 공산주의 위협을 막겠다는 명분으로 우익 독재를 받아들이는 것은 또 다른 독재를 용인하는 것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결론적으로 양 전 교수는 "자유 민주주의를 지킨다는 것은 단순한 정치적 입장이 아니라,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를 보호하는 신앙적 책임이기도 하다"면서 "기독교인들은 파시즘이 조장하는 공포와 불안을 경계해야 하며, 그것이 불러올 위험을 직시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한다.
특히 "우리는(기독교인) 파시즘이 아닌 자유와 정의의 편에 서야 하며, 어떠한 명분으로도 독재와 억압을 정당화해서는 안 된다. 지금이야말로 기독교인들이 진정한 신앙적 분별력을 가지고 올바른 길을 선택해야 할 때"라고 말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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