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희귀병 걸린 입양인, 치료 위해 친생부모 정보 요청했으나 거부 당하다

'치명적 불면증' 앓고 있는 마티외 씨…아동권리보장원 "예외 조항 적용 불가 사례"라며 거부

치명적 불면증(Fatal Insomnia). 고용량의 수면제를 먹어도 잠들지 못하는 희귀 질병. 발병하면 전혀 잠을 자지 못해 정신적 기능이 악화되고 협응 능력이 상실되다가 몇개월에서 몇년 이내에 사망에 이를 수 있는 불치병이다.

1986년 전북 익산(이리)에서 태어나 생후 5개월 만에 홀트아동복지회를 통해 프랑스로 입양된 마티외 성탄(Matthieu Sung-Tan, 한국명 장성탄, 38세) 씨가 앓고 있는 병이다.

치명적 불면증은 크게 유전적으로 발생하는 가족성, 가족력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산발성 두 가지 형태로 나뉜다. 마티외 씨는 친부모가 누구인지 모르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을 받지 못한 상태다. 마티외 씨와 부인 로리안 씨가 지난해 8월부터 애타게 한국의 친부모를 찾기 시작한 이유다.

그러나 마티외 씨는 아직 친부모를 찾지 못했다. 해외입양인들의 가족찾기를 지원하는 보건복지부 산하 아동권리보장원은 마티외 씨에게 친생부모 정보 제공을 거부했다. 아동권리보장원은 당사자인 친생부모의 동의가 있어야만 정보 제공이 가능하다(입양특례법 제36조 제2항)는 입장을 밝혔다.

인터뷰를 진행할 수 없는 건강 상태인 남편을 대신해 부인 로리안 씨는 <프레시안>과 서면 인터뷰에서 "남편의 생명이 위협 받는 위급한 상황인데 왜 거부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입양특례법 제36조 제3항에는 친생부모가 사망했거나, 그 밖의 사유로 동의할 수 없는 경우에 입양인이 의료적 목적 등 특별한 사유가 있을 때에는 친생부모의 동의 없이도 입양정보를 공개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남편의 병은 난치성이고 장애를 일으키기 때문에 일을 할 수 없습니다. 남편은 심각한 신경정신과 및 인지 장애 증상을 보이고 있으며, 눈을 감고 안정을 취해도 전혀 잠을 잘 수가 없다고 말합니다. 기억상실증 증상도 보이고 있습니다.

이런 남편을 혼자 집에 둘 수 없어 저도 직장을 그만 뒀습니다. 남편과 함께 하는 시간이 너무 소중하기 때문입니다.

(남편의 발병 이후 저와 남편 모두 일을 할 수 없어) 집을 나와 부모님 집에서 함께 지내고 있습니다. 가족들의 도움과 지지가 없었다면 지난 몇달 간의 힘든 시간을 버틸 수 없었을 겁니다. 우리는 진단서가 없기 때문에 남편을 위한 장애 지원이나 재택 간호 등을 요청할 수도 없습니다.

이 병은 남편을 변화시키고 있고, 그 모습을 바라보는 저 역시 슬픔에 휩싸여 내면이 무너져 내리고 있습니다."

로리안 씨는 "그의 병이 가족성이라면 우리 두 자녀도 이 끔찍한 질병에 걸릴 확률이 90%나 된다는 뜻이라고 한다"며 "한국 입양기관과 아동권리보장원은 법과 지침을 따라야 한다고 말하는데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이냐"고 분노했다.

아동권리보장원은 <프레시안>의 질의에 서면 답변으로 "입양특례법 제36조 제3항은 친생부모가 사망했거나 사망에 준하는 사유로 동의의사를 밝힐 수 없는 상황에서 청구인(입양인)에게 의료적 사유가 있으면 친생부모의 동의 의사와 관계없이 공개할 수 있다는 의미"라면서 "위 근거법의 '사망에 준하는 사유'로는 혼수상태 등 친생부모가 동의의사를 표현할 수 없는 경우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아동권리보장원은 "장성탄 입양인의 경우 친생모가 생존해 있다"며 "보장원에서 입양인의 현재 상황을 포함하여 발송한 동의의사 확인을 위한 우편을 친생모 '본인이 수령'한 것이 확인됐으나 이후 동의 여부에 대한 회신이 없다"고 제3항이 적용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현행 법에 따르면 친생부모가 동의를 하지 않는다면 입양인의 상황이 아무리 절박하더라도 정보를 제공할 수 없다는 얘기다.

소라미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인권위 인권위원)은 <프레시안>에 "이런 안타까운 사례가 발생하는 것은 입양인이 친생부모 정보공개를 청구했을 때 친생부모가 동의여부 의사표시를 하지 않거나 부동의한 경우, 공개 필요성을 심사할 절차가 보장되어 있지 않아서 비롯됐다"고 지적했다.

소 교수는 "현행 입양특례법에서 의료상 목적 등 특별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친생부모가 동의하지 않아도 입양정보를 공개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어떠한 경우가 이에 해당하는지 하부 법령에서 정하고 있지 않고 있다"며 "그래서 정보공개를 한 사례가 전무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유엔 아동권리협약 제7조는 '부모를 알 권리'를 명시하고 있다. 한국은 1991년 유엔아동권리협약에 가입, 비준했지만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는 상태다. 지난해 아동권리보장원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외 입양인의 입양정보공개 청구 건수는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6087건이었는데, 이들 중 정보 공개에 동의한 사례는 1000건(16.4%)에 불과했다.

▲입양될 당시의 마티외 씨.ⓒ마티외 성탄 제공
▲발병 전 마티외 씨와 자녀들. 부인 로리안 씨는 사진을 메일로 보내면서 병으로 남편의 모습이 하루하루 변해가고 있어 차마 현재의 모습을 공개할 수 없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전했다. ⓒ마티외 성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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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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