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 정부 전 직원에 "지난주 뭐했나"며 성과 증명하라는 메일 보낸 머스크…공개 반발 커져

국방부와 국무부, 정보기관 등에도 업무 결과 보고하라는 머스크에 공화당 내에서도 비판 나와

트럼프 2기 정부에서 인력 및 예산 감축을 주도적으로 실시하고 일론 머스크 미 정부효율부 수장에 대한 반발이 나오는 가운데, 국가 안보를 다루는 기관에서는 머스크의 지시에 따르지 않겠다는 공개적 반발까지 나오고 있다.

미 일간지 <워싱턴포스트>는 23일(이하 현지시간) 머스크가 약 230만 명의 정부 직원들에게 22일 "지난주에 무엇을 했나?"라는 제목의 이메일에서 "지난주에 이룬 일을 대략 5가지 요점만 적고 관리자에게 참조로 보내라"라고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이메일의 답장 마감일은 미 동부 표준시 기준으로 24일 오후 11시 59분이다.

신문은 머스크의 이같은 지시에 대해 "정부 직원에게 자신의 업무를 정당화하라고 요구"한 것이라며 "혼란과 저항이 일어났다. 여러 정부 기관 간부들이 직원들에게 이메일에 답장하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특히 국가 안보와 관련한 업무를 담당하는 기관에서는 해당 이메일에 답을 하지 말라는 공식 시지를 내렸다. 털시 개버드 국가정보국장은 이날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기관의 민감하고 기밀에 해당되는 업무가 있다면서, 머스크의 이메일에 답장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국방부와 FBI, 국토안보부 직원들에게도 유사한 지시가 내려갔다.

캐시 파텔 연방수사국(FBI) 국장은 "FBI 절차에 따라 검토를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고 국토안부는 아무도 답하지 말라는 지침이 나왔다. 국무부에서 차관보 대행을 하고 있는 티보르 P. 나기는 메시지를 통해 "국무부를 대신하여 답할 것"이라며 "직원은 부서의 지휘 계통 밖에서 자신의 활동을 보고할 의무가 없다"고 말했다.

신문은 300명 이상의 연방 직원으로부터 메시지를 받고 인터뷰를 한 결과 정보기관과 국방부, 군 대원들 사이에서 특히 우려가 깊었다고 전했다. 익명을 요건으로 한 현역 군인은 신문에 "(이메일에 답한) 사람들이 기밀 정보를 보내지 않더라도, 이 모든 정보를 한곳에 모으는 것은 기밀 정보가 될 것이며, 이는 국가 안보 위반"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이 이메일은 행정부를 넘어 입법부와 사법부에까지 전달된 것으로 나타났다. 신문은 입법부에 속하는 의회도서관에서 직원들에게 이메일에 답장하지 말라는 지침이 있었다고 전했다. 또 사법부를 담당하는 미국 법원 행정부 국장실에서 신문이 입수한 메모에 따르면, 행정부에 속하지 않은 일부 판사와 사법부 직원들도 이메일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뉴욕주의 하킴 제프리스 민주당 하원의원 원내대표는 이날 성명을 내고 "머스크는 성실한 연방 정부 직원, 그들의 자녀, 가족에게 트라우마를 안겨주고 있다. 그는 (이메일과 같은) 요구를 할 법적 권한이 없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머스크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X'의 본인 계정에서 이메일에 답장하지 않는 직원은 사임한 것으로 간주될 것이라는 경고성 메시지를 내놨다.

이를 두고 신문은 "머스크의 위협은 연방인사관리처가 지난 5일 발표한 평가의견과 모순되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 의견에서는 정부 전체 이메일에 대한 모든 응답은 '명백히 자발적'이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전했다. 신문에 따르면 이번 메일은 연방인사관리처에서 발송됐다.

공화당 내에서도 머스크의 이번 지시를 두고 의문과 비판이 나왔다. 뉴욕주의 마이클 롤러 공화당 하원의원은 ABC 방송의 <디스위크>에 출연해 "많은 연방정부 직원이 노조에 가입돼 있다"며 "그것(이메일)이 어떻게 실행 가능한지 모르겠다"고 의아해 했다.

알래스카주의 리사 머카우스키 공화당 상원의원은 머스크의 이메일에 대해 "터무니없다"며 "머스크가 지난주 연방 직원들이 무엇을 했는지 진정으로 알고 싶다면 각 부서와 기관, 자신이 감축하려는 일자리에 대해 알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신문은 "특정 기관의 많은 직원은 명확한 승인 없이 업무에 대한 정보를 제3자에게 공개할 수 없다고 보안 전문가들이 지적했다"며 "(전문가 중) 일부는 230만 명의 연방 직원이 모두 자신의 연락처 정보, 관리자의 연락처 정보 및 업무에 대한 세부 정보를 공유하는 하나의 이메일 서버에 답장해야 하는 경우 보안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고 밝혔다.

다만 머스크의 지시에 따르겠다는 입장을 밝힌 부처들도 있다. 사이버 보안 및 인프라 보안국(CISA) 직원들은 국토안보부가 머스크 지시에 반대되는 내용의 메모를 보내기 몇 시간 전에 확실히 답장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신문에 전했다. 또 국립 해양 대기청의 일부 부서에서는 직원들이 답장 초안을 내라는 지시를 받았지만 아직 보내지 않았다.

NASA(나사, 미 항공우주국)의 경우 이메일을 직원들의 업적을 자랑할 기회라면서, 직원들이 신속하고 정확하며 세부적으로 답장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나사는 "다음 2주 안에 4회의 발사와 2회의 달 착륙이 있으며, 이는 우주의 첫 번째 단계에 대한 이해를 확장할 임무"라는 내용을 메일로 밝힐 것이라는 방침을 내놨다.

그런데 직원들이 이러한 방침에 반대하기 시작했다. 이에 나사는 일단 추가적인 이메일 작성을 멈추고 지침이 있을 때까지 제출하지 말라고 공지를 정정했다.

▲ 11일(현지시간) 일론머스크(왼쪽) 정부효율부 수장이 자신의 아들(가운데)과 함께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인력 감축과 관련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 3,000원
  • 5,000원
  • 10,000원
  • 30,000원
  • 50,000원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국민은행 : 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