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김동연 경기지사의 ‘성동격서’…GH로 오세훈 때리기?

경기도의 ‘GH 이전 절차 전면 중단’ 선언, 코앞으로 다가온 조기 대선 포석으로 읽히기도

경기도가 21일, 경기주택도시공사(GH) 구리시 이전 절차의 전면 중단을 선언했다. 발표는 고영인 경기도 경제부지사가 진행했지만 김동연 경기지사의 강력한 의지가 표현된 것이라 할 수 있다.

고영인 부지사는 기자들과의 문답에서 김 지사가 이러한 뜻을 내비친 시기를 ‘1월 초’라고 명시했다. 비상계엄 관련 사태가 한참 진행 중인 시기였다는 점이 주목된다. 또한 기자회견문을 자세히 살펴보면 백경현 구리시장과 함께 오세훈 서울시장에 대한 내용이 많이 차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오세훈 시장은 작년 2024년 총선 정국에서 구리시와 김포시의 서울편입을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얼마 전 토론회에서는 지방분권을 골자로 하는 개헌을 주장하였습니다. 구리/김포의 서울편입 주장이 지방분권 개헌 취지와 맞다고 생각하십니까?”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방분권에 역행하고, 갈등을 부추기는 구리/김포 서울편입 추진에 대한 포기선언을 조속히 하시길 바랍니다.”

겉으로는 구리시의 서울 편입을 비판하고 있지만 그 속에는 잠재적인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오세훈 서울시장에 대한 견제가 숨어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또한 “구리시로의 이전을 전면 백지화하는 게 아니라 구리시의 반응을 지켜볼 것”이라고 여지를 남겼고 남양주시의회의 ‘GH 남양주시 유치에 대한 요청’에 대해서도 “타 지역으로의 이전은 아직 계획에 없다”며 선을 그으며 향후 여론의 움직임에 대한 기대가 있음을 숨기지 않았다.

기자회견이 끝난 후 구리시 지역 정가의 움직임도 매우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신동화 구리시의회의장은 경기도의 기자회견이 끝나자마자 ‘경기도의 GH공사 구리 이전 중단 발표에 따른 긴급 입장문’을 발표했다.

신 의장은 입장문을 통해 백경현 시장의 GH 구리 이전에 대한 불확실하고 애매모호한 입장과 시의 소극적인 대응을 강력하게 질타하며 오는 24일에 개회될 제345회 구리시의회 임시회에 백 시장이 직접 의회에 출석해서 GH공사 구리이전과 관련된 긴급현안질문의 답변에 임해줄 것을 촉구했다.

또한 GH 구리시 이전을 이끌어냈던 안승남 前구리시장도 백경현 시장에게 “경기주택도시공사 구리시 이전이 중단되지 않도록 경기도와 함께 확정사업에 행정력을 집중하고 서울시로의 편입 선동을 중단하고 이를 홍보하는 현수막을 모두 철거하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구리시의 서울 편입 관련 이슈는 어제 오늘 거론된 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헌재의 대통령 탄핵 심판 종결을 앞두고 전격적으로 기자회견을 가진 것도 의미가 크다고 볼 수 있다.

잠재적 경쟁자인 오세훈 서울시장을 견제하고 구리시 지역에서 민주당의 영향력을 극대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김동연 경기지사의 이번 결정은 매우 정교하게 기획된 노림수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21일 오전, 경기도청 브리핑룸에서 고영인 경제부지사가 구리시 서울 편입 주장 관련 GH 구리 이전에 대한 경기도의 입장발표를 하고 있다.ⓒ경기도

이제 남은 것은 백경현 구리시장의 대응이다. 경기도와 구리시민들의 눈과 귀가 백 시장에게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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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환

경기북부취재본부 이도환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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