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의 '정치인 체포 명단' 작성 경위와 관련한 국정원 내 CCTV가 공개되는 등 홍 전 차장의 메모를 둘러싼 '거짓 증언' 공세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마지막 변론기일인 10차 변론에서도 거셌다. 홍 전 차장은 "제 사무실에서 3분 거리 국정원장 관저, 그 짧은 거리에서 이뤄졌다고 하면 어디에서 이뤄졌다고 해도 놀랄 일이 아니지 않느냐"고 윤 대통령 측 공격을 정면 돌파했다.
홍 전 차장은 20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윤 대통령 탄핵심판 10차 변론에 증인으로 재출석해 "(당시) 보좌관에게 정서를 한번 시켜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혼자만 가지고 있었고 혼자만 썼다면 누가 믿어주겠는가"라며 "도리어 조태용 국정원장이 저의 보좌관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체포 명단을 봤던 사람의 어떤 증언이 나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정치인 체포 명단 작성이) 이뤄진 것은 국정원 청사 내다. 제 사무실에서 3분 거리에 있는 원장 관저 그 선상에서 이루어진 것"이라며 "시간은 (여인형 방첩사령관과 일반폰으로 한) 통화 내역으로 이미 정해져 있고 사무실에서 관저까지 그 짧은 기간의 거리 내에서 이루어졌다면 그 어디서 이루어졌다 하더라도 크게 놀랄 일이 아니지 않나"라고 설명했다.
여 전 사령관으로부터 전해 듣고 적은 메모의 내용은 확실하며 윤 대통령을 비롯한 계엄세력이 정치인을 체포하고 구금하려 했음은 분명하고, 부차적인 문제로 주의를 돌리는 건 적절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국민의힘은 이날 계엄 당일 밤 홍 전 차장의 동선이 담긴 국정원 CCTV를 공개하면서 "사실과 다르다", "시간과 장소가 여러차례 번복됐다"며 홍 전 차장의 증언 및 메모에 대한 신빙성을 깎아내렸다. 또 조 원장은 지난 13일 8차 변론에서 "CCTV로 확인했다"며 홍 전 차장이 여 사령관과 통화했다는 시간에 홍 전 차장은 자신의 사무실에 있었다고 했다.
홍 전 차장은 국회 측의 "22시 53분경 국정원장 본관 대기실에서 윤 대통령의 전화를 받았느냐", "공관 비서실 직원이 증인이 전화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는데 맞느냐"라는 물음에 모두 "맞다"며 윤 대통령과의 통화 사실을 재차 확인했다.
국회 측이 이어 "지난 증인 심문 때는 22시 58분경과 23시 06분경 여 사령관과 두 차례 통화를 했는데 시간 차이가 8분밖에 되지 않고 그래서 통화 장소와 통화 내용을 정확하게 구별하지 않고 축약해서 통화 내용을 섞어서 진술한 것으로 보이는데 맞느냐"고 하자, 그는 "그렇게 진술했다"고 했다.
홍 전 차장은 다만, "22시 58분과 23시 06분 전화 내용을 혼동한 부분이 있어 정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22시 58분 통화에서 여 사령관이 불러주는 명단을 받아 적으려고 보니 일반폰으로 통화하고 있어 "좀 예민한 것 같으니 보안폰으로 바꾸자"고 했는데 보안폰에는 여 사령관이 연결되어 있지 않아 "보안폰 연결이 불가해서" 23시 06분 일반폰으로 다시 전화했고 "불러주는 명단을 그때부터 받아적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 전 차장은 국회 측이 "22시 58분경에는 보안폰으로 연결까지 하려다가 안 돼서 사무실로 복귀했고 사무실로 복귀한 후에 23시 06분경 이제 통화를 다시 여 사령관과 해서 체포 명단을 들었다는 건가"라고 상황을 재차 확인하자, "그렇게 기억된다"고 했다.
"언론 보도 등에 따르면 'CCTV에 22시 58분경에 본청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찍혔다' 이런 보도가 있는데 증인이 기억하는 22시 58분경의 장소는 국정원장 공관 공터라는 말인가"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했다.
홍 전 차장은 다시 국회 측이 "국정원은 CCTV 일부 정보만 선별적으로 공개하고, 증인이 CCTV상 언제 어디서 통화하는 모습이 찍혔는지에 대해서 전혀 밝히지 않고 있지 않나"라고 하자, "네"라고 동의했다. 관련해 국회 측은 CCTV 촬영 시간과 실제 시간 간 오차가 발생하며, 이를 보정해야 한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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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장원 , 조태용 '4가지 메모설' 반박…"명단은 동일하다"
홍 전 차장은 조 원장이 제기한 '4가지 메모설'에 대해서도 "명단(메모)은 다 동일하다"고 반박했다. 조 원장이 메모지에 대해 '포스트잇'이라고 한 데 대해서도 "포스트잇이 아닌 그냥 하얀 종이였다"고 말했다.
홍 전 차장은 자신이 보좌관에게 명단을 다시 작성하라고 한 이유에 대해 "12월 4일 오후에 명단을 보고 있으니까, 두 명이 생각이 안 났던 부분이 머리를 맴돌았고 '한두 명 정도가 더 있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누군가에게) 물어볼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기 때문에 혼자서 이렇게 할까 저렇게 할까 하다가 특별한 의미는 없지만 보좌관에게 '너 머리 좋으니까 한번 다시 써봐라'고 얘기를 했다"고 했다.
이에 국회 측이 "12월 3일 밤에 작성한 체포 명단과 12월 4일 오후에 작성한 체포 명단이 동일한가"라고 묻자 "명단은 다 동일하다"고 홍 전 차장은 답했다.
국회 측은 "조 원장도 인정한 부분이 그 다음 날(12월 4일 오후) 작성된 그 메모지하고 전날 원래 메모지나 정서시킨 메모의 인원 수가 거의 일치한다는 것"이라면서 "메모 버전이 몇 개 있지만 그 내용은 동일하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 측이 홍 전 차장에게 메모에 적힌 '14~16명' 부분에 대해 여러 번 물었지만, 그때마다 그는 "처음에 10명 정도였던 것 같고 그 다음에 제가 기억을 해서 12명 정도를 추가했"으며 "'한두 명 정도가 더 있지 않나' 해서" 기억을 되살려 추가했다고 일관되게 진술했다.
홍 전 차장은 윤 대통령 측이 명단을 다시 작성한 것을 두고 "어떤 다른 목적, 정치적으로 활용하거나 또는 증인의 입지를 확보하기 위한 목적으로 작성했던 것 아니냐"고 몰아가자 "그 메모로 어떤 정치적 입지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그는 자신의 메모에 대해 "정보기관 특성상 뭐를 기억하거나 메모하거나 알려고 노력하는 부분이 습관"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 측은 또 메모를 옮겨 적은 보좌관을 두고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친구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홍 전 차장은 "제가 보좌관의 친구까지는 기억하지 못한다"고 답했다.
尹 "홍장원, '방첩사 도와줘라'를 '대통령 체포 지시'로 만들어"
윤 대통령은 홍 전 사령관의 진술에 대해 홍 전 사령관이 거짓으로 지어낸, '거짓 증언'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윤 대통령은 "홍 전 차장에게 이런 얘기('방첩사 도와줘라' 등)를 한 것은 (홍 전 차장과 여 사령관이) 육사 선후배이기 때문"에 "정보를 경찰만 주지 말고 방첩사에도 주고 지원을 좀 해주라는 얘기"에 불과한데 홍 전 차장이 "이를 무슨 목적어 없는 체포 지시"로 진술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그는 "여 사령관이 경찰에다가 물어보니 경찰이 어렵다고 해, 국정원은 미행이라도 하고 하니 위치 확인하는 데 좀 도움이 될까 해서 한 얘기를 이렇게 엮어가지고 '대통령의 체포 지시'로 만들어냈다는 게 핵심"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홍 전 차장은) 12월 5일 사표 내고 6일 해임 되니 이걸 가지고 (앙심을 품고) '대통령이 체포 지시했다'라고 엮어낸 것이 바로 메모의 핵심"이라고 항변했다.
윤 대통령은 특히 조 원장이 영부인인 김건희 전 코바나컨텐츠 대표 계엄 전후 문자를 주고 받았다는 사실에 대해 "제 처와 국정원장 간 휴대폰 문자 주고받았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그건 저도 알 수 없는 것이지만"이라며 "어떤 건지 좀 궁금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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