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재판관 임명 보류한 최상목, 기관장 인사-민감 정책은 '과속 질주'?

[우석훈의 경제 과일방] 견제 없는 권한대행, '대대'통령 수준의 권한 행사

현재 한국의 권력은 헌재의 탄핵 결정을 긴장하며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매우 적은 확률로 윤석열이 돌아올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탄핵 결정 후 60일 후 새로운 대선이 열리게 된다. 이재명이 당선될 확률이 크지만 아직은 변수가 너무 많다. 그리고 그 기간 동안 경제부총리였던 최상목이 권한대행으로서 대통령의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

지금 그가 보여준 가장 공식적인 행보는 여야가 합의하지 못했다는 기이한 이유로 헌법재판관의 임명을 거부하고 있는 정도다. 이 건은 지금 헌재에서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그렇다면 정말로 권한대행이 소극적으로 자신의 권한을 해석해서, 모두가 만족하고 모두가 합의하는 일만 하고 있을까? 그렇지 않다. 최근 대통령과 비교하면, 합의를 중요하게 여겼던 문재인은 물론 권위주의적으로 일처리를 했던 윤석열보다 더 속도감 있고, 더 강력하게 그가 원하는 일들을 결정하는 중이다.

노무현 탄핵 때의 고건 권한대행은 "숨소리도 크게 내지 말라"고 할 정도로 정말로 최소한의 행정 행위만 했다. 그도 대선에 대한 꿈이 없지 않았지만, 권한대행 기간에는 책잡힐 일은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박근혜 탄핵 때의 황교안 권한대행은 좀 특이했다. 행정 행위는 최소한으로 했지만, 그 대신 각종 경제포럼 등에 참석해서 연신 메시지를 간접적으로 쏟아냈다. 노무현 정부의 초기 기조인 "기업하기 좋은 나라"가 자신이 정말로 하고 싶은 정책이라는 얘기를 했다. 그는 권한대행을 하면서 대선 꿈을 본격적으로 꾸기 시작했던 것 같다.

최상목의 경우는 어떨까?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각종 공기업 인사다. 용산의 비서실이 직접 권한대행의 인선에 개입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증거가 없다. 용산이 아니라 기획재정부에서 인선 과정에 관여한다는 얘기를 건너 들었을 뿐이다. 헌법에 "권한을 대행한다"는 규정만 있어서, 권한대행이라는 용어 자체는 법적 용어가 아니다. 그냥 언론 등에서 편의상 사용되는 용어다. 상황이 이러니 국무위원이 권한대행이 되는 경우, 누가 행정 지원을 하는 게 맞느냐가 논란이 된다. 원칙적으로는 대통령실의 공무원들이 권한대행을 지원하는 게 맞다. 대통령이 탄핵된 것이지, 대통령실의 직원들이 탄핵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인사권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다. 그렇다면 권한대행의 인사권도 그럴까? 논의된 바가 없다. 이전의 권한대행의 경우는 워낙 최소한의 행정만 했기 때문에 이런 게 논란이 되지도 않았다. 최상목은 다르다. 매우 적극적이고 심지어는 공격적으로 그의 인사권을 사용하는 중이다. 그러다 보니 현실적인 인사 업무를 기재부 공무원들이 하는 것이 과연 맞느냐, 이게 타당하냐, 이런 논란이 생겨날 수밖에 없다. 경제하던 공무원들이 뭘 안다고 여기저기 인사에 대해 보좌할 수 있을까?

<이데일리>가 최근 공공기관 알리오를 통해서 파악한 바로는 탄핵 이후 이미 임명된 기관장만 무려 14명이다. 이것도 감사나 사외이사 등은 빼고 기관장만 세었을 때 이렇다는 것이다. 지난 12월에 6명을 임명했고, 그 이후로 8명을 임명하면서 점점 더 공격적으로 임명권을 사용하고 있다. 발전공기업 등 많은 기업에 최근 인선을 서두르라는 공선이 와서, 현장에서는 당황하고 있다는 뉴스도 보도가 되었다.

이 정도면 민주화 이후 어떤 대통령보다도 더 공격적이고 적극적으로 권한대행이 인사권을 행사하고 있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인다. 문재인 때에는 집권 마지막 석 달 동안 인사권을 최소한으로만 행사했다고 전해진다. 보통 집권 후반부에는 '알박기' 논란과 함께 인사를 최소한으로 한다. 인사권을 행사하려고 하면, 야당과 언론에서 알박기 인사라고 집중적으로 견제하기 때문에 조용하고 신속한 임명이 이래저래 쉽지 않다.

권한대행이 인사권만 적극적이고 공격적으로 행사하는 것도 아니다. 지방 경제의 대책으로 LH공사를 통해서 매입임대주택을 사들이겠다고 했고, 철도 지하화 추진 지역도 세 군데 선정을 했다. 두 가지 모두 민감한 정책이고, 사회적 논란이 많은 정책이다.

원칙적으로 나는 매입임대주택에 대해서 찬성이지만, 미분양 대책으로 이걸 사용해도 좋은지에 대해서는 좀 더 많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미분양이라서 많은 할인을 받을 정도로 잘 교섭한다면 좋겠지만, LH공사가 이런 행위를 제도적 정비 없이 하기에 좋은 상태인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부채 비율이 높아진다는 것은 오히려 기술적 문제일지도 모른다. 분양가가 너무 높아서 미분양이 일어난 경우, 매입 가격 협상이 핵심이 된다. 너무 높아서 안 팔린 것을 비싸게 사주면 특정 업체들에 대한 특혜가 된다. 만약 입지가 주택가나 일터에서 너무 떨어져서 미분양이 된 경우라면? 매입임대주택이 저렴하더라도 신혼부부 등 일을 해야 하는 사람들이 별로 선호하지 않는 지역이 된다. 미분양이라도 다 같은 미분양이 아니다. 일단 경기 회복을 위해서 사준다는 접근은 그렇게 현명한 조치는 아니다.

지방경제 회생을 명분으로 추진하겠다고 결정한 철도 지하화 사업은 더 어처구니 없다. 부산, 대전, 안산이 우선 사업지구로 선정되었는데, 실제 경제가 어려운 지방은 부산 한 곳이다. 게다가 철도 지하화가 공장 등 경제 지역을 늘리는 것도 아니다. 결국은 아파트 공급으로 이어질텐데, 4조 원 넘는 돈을 들여서 토건 사업 좀 더 늘리는 게 무슨 지방경제 회생 대책인지 모르겠다. 예산 조기집행이라는 관점에서 본다고 하더라도, 이것보다 시급한 지역 경제의 인프라 사업이 없겠는가? 그리고 이런 중요한 결정을 권한대행이 하는 게 맞는 것인지, 그런 질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트럼프의 관세 대책 등 경제와 관련해서 권한대행의 역할이 사회적으로 요구되는 것은 맞지만, 그 힘을 미분양 주택매입과 철도 지하하에 쓰라고 국민들이 주문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

어느 대통령도 마음껏 행사하지 못한 견제 없는 인사권 남용, '대대'통령 수준의 정책 결정 권한, 그런 걸 지금 권한대행이 하는 중이다. 혹시라도 잡음이 새어나까까봐 신중하게 움직인 전임 권한대행과는 완전히 다른 행보다. 사람들은 그의 대권 꿈 때문이라고 해석하기도 하는데, 그건 아직 잘 모르겠다.

그보다는 자신이 인생의 최정점에 있다고 보는 게 조금 더 해석이 부드럽다. 인사권을 행사하면 '자기 사람'을 한 명이라도 늘릴 수 있다. 사업을 결정하면 어쨌든 수혜자가 생겨서, 조금이라도 자신을 좋아하는 사람을 늘릴 수 있다. 그게 지금 최상목 권한대행의 '과속 질주' 이유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국가라는 공적 기구를 활용하는 것처럼 보이는 그를 지금 견제할 정치적 장치는 없다. 그러나 그가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서 국가를 사용하는 것이 과연 헌법이 그리고 국민이 그에게 대행하라고 위임한 권한인지는 모르겠다.

헌재 재판관 임명을 보류한 그가 이렇게 적극적으로 인사권을 사용하게 될지, 누가 상상이라도 했겠는가? 부디 한국 경제의 미래를 위해서, 권한대행이 신중하게 엄중하게 그의 권한을 사용하기를 기대한다. 전임 권한대행이 최상목보다 힘 쓸 줄 모르거나 정치를 더 몰라서 그렇게 소극적으로 권한을 행사했던 깃은 아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민생경제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88만원 세대>, <성숙 자본주의>, <모피아>, <당인리>, <천만국가> 등 60여권이 넘는 사회과학서적과 소설을 쓴 우석훈 경제학자가 새 연재 '경제 과일방'을 시작합니다. 과일을 같이 먹으면서 한국 경제의 이것저것에 대한 가벼운 수다를 떨자는 뜻입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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