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우크라이나 대통령과 각각 통화하면서 전쟁 종식을 위한 실질적 협상에 착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하지만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이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과 크림반도의 우크라이나 재편입을 비현실적이라고 평가하면서 실제 종전까지 순조로운 협상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12일(이하 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트루스소셜'의 본인 계정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장시간 생산적인 전화 통화를 가졌다"며 "우리는 우크라이나, 중동, 에너지, 인공지능, 달러 파워를 비롯해 여러 주제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매체 <타스통신>에 따르면 양국 대통령 통화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직전인 지난 2022년 2월 12일 푸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당시 미국 대통령 간 실시된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식과 관련해 "우리는 각자의 팀이 즉시 협상을 시작하기로 합의했으며, 우크라이나의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전화해 대화 내용을 알리는 것으로 시작할 것"이라며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 존 랫클리프 CIA 국장, 마이클 월츠 국가 안보 보좌관, 스티브 윗코프 중동 특사가 협상을 주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제가 대통령이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전쟁에서 죽었다"며 "이제 끝나야 한다. 더 이상 생명이 희생되어서는 안 된다"며 강한 종전 의지를 내보였다.
그는 "우리 둘 다 우리 국가의 위대한 역사와 우리가 2차 세계 대전에서 함께 싸웠다는 사실에 대해 생각했다. 러시아는 수천만 명의 목숨을 잃었고 우리도 마찬가지"라며 "우리는 함께 하면서 얻을 수 있는 큰 이점에 대해 이야기했고, 우선 우리 모두 동의했듯이 러시아-우크라이나와 전쟁에서 수백만 명이 죽는 것을 막고 싶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은 저의 매우 강력한 선거 모토인 '상식'을 사용했다. 우리 모두 이를 믿고 있다"며 "서로의 국가를 방문하는 것을 포함하여 매우 긴밀하게 협력하기로 동의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측도 정상회담에 열린 태도를 보였다. 이날 러시아 매체 <타스>통신은 "푸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대면 회담를 하기로 합의했다"며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합의를 포함한 상호 이익 분야를 다루는 미국 관리들을 맞이할 준비가 되었다며 미국 측에 모스크바 방문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방송 CNN에 따르면 러시아에 방문한 마지막 미국 대통령은 2013년 G20 정상회의 당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었다. 푸틴 대통령은 2015년 유엔 회의에 참석한 것이 마지막 미국 방문이었다.
<타스>통신은 러시아 대통령실인 크렘린궁의 드미트리 페스코프 대변인이 양 정상 간 1시간 30분 간의 긴 통화를 가졌다면서 "미국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갈등에 많은 관심을 기울였으며, 이를 종식시키는 데 도움을 주고 싶다는 의사를 표명했다"고 전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푸틴 대통령은 우리가 '협력'할 때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을 지지했다"며 "푸틴 대통령은 갈등의 근본 원인을 제거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트럼프 대통령과 '평화 회담'을 통해 지속적인 합의에 도달할 수 있다는 데 동의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도 통화를 가졌다. 그는 이날 트루스소셜 본인 계정에서 "방금 젤렌스키 대통령과 통화했다. 대화는 매우 잘 진행됐다"고 말했다.
그는 "젤렌스키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처럼 평화를 만들고 싶어한다. 우리는 전쟁과 관련된 다양한 주제를 논의했는데, 주로 금요일(14일)에 뮌헨에서 열리는 회의에 대해 이야기했다. JD 밴스 부통령과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대표단을 이끌 것이다. 회의 결과과 긍정적일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 역시 메신저인 텔레그램의 본인 채널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대화를 나눴다. 미국과 매우 실질적이고 훌륭하고 세세한 논의를 가졌다"고 밝혔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긴 대화에서 우리가 어떻게 협력하여 진정한 평화를 더 가까이 가져올 수 있는지에 대해 진정한 관심을 가지는 것에 감사드린다"며 "우리는 외교, 군사, 경제 등 여러 측면을 논의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이 그에게 한 말을 저에게 알려줬다"고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리는 미국의 힘이 우리와 파트너 국가들과 함께 러시아와 푸틴을 평화로 끌고 가기 위한 충분한 압력이 된다는 것을 믿는다"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14일 뮌헨안보회의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해결을 위한 논의를 기대한다고 밝힌 것과 관련,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우크라이나가 NATO(북대서양조약기구)에 가입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는 입장을 내놨다고 미국 방송 CNN이 전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방위연락그룹 회의에서 트럼프 정부는 미국의 국경을 보호하고 중국과 전쟁을 억제하는 데 주의를 기울일 것이라면서, 미국이 더 이상 유럽과 우크라이나의 안보를 우선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또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침공하기 전인 2014년 이전 국경으로 복귀는 "비현실적인 목표"라고 선을 그었다.
이에 대해 CNN은 "많은 NATO 동맹국은 실제로 크림반도를 러시아로부터 돌려받는 것이 현실적이지 않다는 헤그세스 장관의 의견에 동의할 것이고, 우크라이나 대통령조차도 평화 회담의 전제로 그것을 주장하지 않았다"며 "한 NATO 관계자는 헤그세스 장관이 2022년 이전 우크라이나 국경으로 돌아가는 것이 비현실적이라고 말했다면 더 우려되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방송은 "하지만 안보 보장에 대한 (미국의) 입장은 젤렌스키를 걱정시킬 것이다. 그는 이번주 미국의 리더십 없이 유럽만으로는 우크라이나에 의미 있는 안보 보장을 제공할 수 없다고 말했다"며 "젤렌스키는 또한 자국이 NATO에 가입하는 것이 러시아가 미래에 새로운 공격을 시작하는 것을 억제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계속 주장해 왔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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