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리 목장 사라질 위기... 개발 사업 부동의해야

겨울철 귤껍질을 말리는 풍경으로 알려진 서귀포시 성산읍 신천리 목장이 개발 광풍에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신천리 목장과 나란히 붙어있는 신풍목장 또한 온천개발을 위해 사업계획을 준비하고 있다.

▲신천리 목장 사업 조감도.ⓒ제주환경연합

제주시트러스PFV(주)는 서귀포시 성산읍 신천리 26번지 일원 12만891㎡에 휴양콘도와 휴양문화시설을 계획하고 있다. 현재 전략환경영향평가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데, 사업자는 주민 공청회에서 사실과 다른 주장을 하고, 이를 전략환경영향평가서에 거짓으로 작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제주환경연합은 12일 성명을 내고 신천리목장 개발사업 전략환경영향평가에 대해 제주도가 부동의 할 것을 촉구했다.

제주환경연합은 사업 예정지인 신천리 목장이 "하수처리구역 외 지역에 해당하고 상수도 공급능력도 부족해 개발 입지로 부적정한 곳"이라며 "주민들은 사업 시행으로 개인하수처리시설을 통해 방류수를 인근 해양에 배출할 경우 마을어장이 크게 오염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사업자는 제주도 상하수도본부 하수도부와 협의를 해 공공하수도로 연계처리하게 되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제주도 하수도 담당자는 사업자가 문의한 것은 맞지만 협의가 되었다는 주장은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했다"면서 "더군다나 현재 개발사업 입지의 적정성을 판단하는 과정에서 행정이 관여하는 것은 맞지도 않고, 하수도정비기본계획 변경의 최종 결정권자는 환경부이기 때문에 제주도가 하수처리구역 편입 여부를 사전에 가능하다고 협의할 수도 없다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마장굴.ⓒ제주환경연합

제주환경연합은 "결국 사업자가 주민 반발을 우려해 거짓으로 주민들에게 제주도와 협의가 완료됐다고 했고, 거짓 전략환경영향평가서까지 만들어 제주도에 제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천리 목장은 제주도 목장사(牧場史)의 중요한 문화재와 다름없는 곳이다. 조선 정조 때 국영목장으로서 별도의 관리자를 두어 소를 키웠고, 조정에 진상할 말들이 육지로 가기 전에 머물기도 했다. 1776년에 제작된 제주삼현도에는 천미장(川尾場)으로 부르고 있다. 또한 목장 내 동굴이 있음을 표기해 놓기도 했다.

1872년 제주삼읍지도에는 소를 기르는 목장인 우장(牛場)으로 표기가 된다. 이는 당시 조정의 농업 장려 정책으로 농사일에 쓰는 소(농우)를 늘리려 한 정황을 파악할 수 있다. 신천리 목장은 이후 일제 식민지를 거치며 마을 공동목장으로 전환된 점을 감안하면 대략 300년의 역사·문화적 가치를 갖는 제주의 목장이다.

사업부지 한가운데에는 마장굴(천연용암동굴)이 분포하지만, 아랑곳 하지 않은 채 개발사업이 계획되고 있다. 사업계획에 따르면 1일 오수량 발생량은 312톤이며, 총 용수 수요량은 1일 481톤으로 산정하고 있다.

▲제주삼현도-천마장 대평굴.ⓒ제주환경연합

제주환경연합은 "마장굴은 제주도내 많은 용암동굴 중에 유일하게 해안가로 입구가 형성된 천연동굴"이라면서 "2023년 제주도 세계자연유산본부의 조사 결과, 마장굴은 일주도로에서 시작해서 목장을 관통해 해안까지 총연장 약 600m에 달한다"고 강조했다.

또 자연유산본부 결과 보고서에는 "'동굴의 바닥은 양배추 꽃모양의 아아용암과 부분적으로 새끼줄용암이 발달하며, 용암유선과 용암내각 구조가 잘 발달'해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사업자가 마장굴을 보호하기 위해 내놓은 대안은 동굴 경계로부터 약 10m의 완충공간을 확보하는 것이 전부"라고 지적했다.

제주도는 조만간 전략환경영향평가에 대한 협의절차를 진행할 방침이다.

제주환경연합은 "오영훈 지사는 올해 신년사에서 올해를 ‘창조적 진화’의 원년으로 만들고자 제주의 자연과 문화적 정체성을 지켜며,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루겠다고 약속했다"며 "제주인의 정체성을 지키고, 지속가능한 농촌공동체를 위한 제주도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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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창민

제주취재본부 현창민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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