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화된 '극우정치', '윤석열 탄핵'으로 끝나지 않는다

[윤석열 퇴진 시키고 평등으로] 서부지법 폭동, 악마화·엄벌주의로는 못 막는다

지난 19일 새벽 내란수괴 윤석열에게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윤석열 지지자 100여 명이 서부지법을 습격했다. "헌법 위의 '국민저항권'"을 선포하며 무너진 법치 위에서 직접행동을 벌이자는 전광훈과 청년들을 겨냥한 극우 유튜버들의 선동이 극단적 폭력으로 나타난 것이다.

당연히 이들의 행위를 용납해선 안된다. 저항은 법치라는 이름으로 가해지는 권력자들의 폭력과 억압에 맞서는 것이지, 부패하고 오만한 권력자를 살리겠다고 벌이는 난동에 붙일 이름이 아니다. 박탈당한 삶의 권리를 되찾기 위해 벌이는 장애인과 노동자들이 공권력에 저항하는 것을 '폭력'이라는 같은 이름으로 평가할 수 없다. 문제는 우리 사회가 내전에 가까운 위험에 놓였다는 것이다. 이로 인한 불안과 위험은 오롯이 우리의 삶으로 전유된다.

극우세력의 확산을 만든 토양

민주주의의 위기와 극우세력의 확산은 불평등의 심화, 전쟁위기, 기후위기와 재난, 미·중·유럽·러시아 등 세계 주요 국가 간의 경제·안보 갈등 등의 다중 위기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사회의 역사적 맥락도 존재하기 때문에 한두 가지로 원인을 파악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을 움직이게 하는 토양이 사회·경제적 불평등으로 인한 삶의 위기라는 점은 분명하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세계는 저성장·불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자본은 이윤을 찾아 도처를 헤매고 있지만 극소수에게 집중될 뿐, 불평등은 심화되고 있어 기존 시스템을 지탱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치솟는 물가, 불안한 일자리와 실질임금의 감소,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가계 부채, 불평등의 심화 등이 날로 커지면서 정치의 위기도 심화되고 있다. 2000년대 이후 극우 세력화와 극우 정치의 부상이 세계적 현상이 된 것은 이 때문이다.

우리 사회도 마찬가지다. 실제 저성장·불황 속에서 불평등은 악화 일로다. 불안정노동이 '정상으로 인식되고, 설사 일자리가 있더라도 고용불안은 일상이 됐다. 노인빈곤에 더해 청년빈곤도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20~30대의 절반은 1인 가구를 구성하고 있는데, 대부분이 취업난과 가계 빈곤에 허덕이고 있다. 청년 평균소득은 3천만 원이 채 되지 않고 있고, 10명 중 3명이 1천만 원 이하로 살아가고 있다. 보건사회연구원 발표에 따르면 청년층의 불평등지 인식 지수는 81.3%에 이르고 있다. 이로 인해 청년 자살도 급증하고 있는데 몇 해째 청년 자살률이 OECD 1위다. 청년들의 자살 시도 이유의 44.8%가 경제적인 이유다.

사회적 고립이 그 다음을 잇고 있다. 혼자라는 고립감, 경쟁에서 탈락하는 순간 삶의 현재와 미래가 모두 사라지는 불안과 공포가 지속되면서 만들어진 분노. 우리가 직면해야 할 삶의 모습이고 극우세력의 토양이다. 이 토양을 만든 것은 보수주의와 자유주의 정치세력이다. 그 무게의 차이를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다.

악마화와 엄벌주의로는 못 막는다

물론 극우집회에 나오는 사람들은 다양하다. 태극기부대로 상징되는 노인들의 결집은 일부일 뿐이다. 보수 기독교인들, 청년, 여성, 청소년도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고 있다. 이들의 분노는 지금의 위기를 만든 경제·정치 권력자들에게 향하지 않고 자신의 몫을 가로챘다고 여겨지는 사람들을 증오하고 혐오하는 힘으로 모아지고 있다.

이는 세계적 현상이기도 하다. 유럽과 미국에서는 이민자에게, 우리 사회에서는 여성·외국인·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폭력으로 나타난다는 점에서 다를 뿐이다. 여기에 극우의 오랜 뿌리인 반공이데올로기가 더해지고, 보수기독교의 신념이 세력화의 동력을 만들어내는 등 세력화의 논리와 동원체계가 강하다.

일회적 현상도 아니다. 전광훈으로 상징하는 보수기독교만이 아니라 법치를 말해왔던 국민의힘과 정부 고위관료들도 가세하고 있다. 심지어 소수자의 권리를 옹호해야 할 국가인권위에서까지 극우의 논리가 깊숙하게 스며들고 있다. 극우 세력화가 보수정치를 '극우정치'로 재조직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윤석열의 탄핵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극우세력에 동조하는 이들을 악마화해 '적'으로 만들어 대결하는 것은 오히려 극우세력의 결집을 만들어낼 뿐, 극우정치의 확산을 막을 효과적 대안이 아니다.

세상을 바꿀 '전환'의 시계를 돌리자

12.3 비상계엄의 주범과 내란의 동조자들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헌법재판소 판결을 앞두고 국민의힘 지지율이 올라가고, 계엄 직후 '탄핵 찬성' 여론이 가라앉는 것도 심상찮다. 더욱이 광장으로 모이는 목소리가 줄어드는 것은 위험신호다. 계엄 이전부터 이미 계엄상태와 다를 바 없었다고 외쳤던 노동자들, 윤석열 정부 하에서 지워진 여성과 소수자들의 목소리가 더 굳건한 연대로 모아져야 한다. 반드시 내란수괴 대통령 파면이라는 결론을 내야 한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극우정치의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그 토양을 갈아엎어야 한다. 불안·분노·증오가 쌓이는 삶의 위기를 바꿔낼 이야기를 펼쳐야 한다. 누구도 차별받지 않고 존엄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얘기할 공론장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 통해 삶과 세상을 바꿀 사회대전환의 시계를 돌려 민주주의 역사를 새로 써 나갈 때, 극우세력의 확산 역시 저지할 수 있다. 멈추지 말고 힘을 모으자!

▲윤석열 대통령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되자 일부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서울서부지방법원 내부로 난입해 불법폭력사태를 일으킨 19일 오후 서부지법 벽과 유리창 등이 파손돼 있다. ⓒ연합뉴스

(이 글은 '윤석열 퇴진! 세상을 바꾸는 네트워크'(이하 '세상을 바꾸는 네트워크')에서 발행하는 <윤석열 퇴진 시키고 평등으로>에 실렸습니다. '세상을 바꾸는 네트워크'에는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체제전환운동 조직위원회에 함께 하는 다양한 사회운동단체들, 노동운동단체들, 노동당·녹색당·정의당 등 진보정당들이 함께 하고 있습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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