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법인세 줄여줄테니 美에 투자해라…안오면 관세 부과" 협박 통할까

'당근' 없이 높은 관세 유지 전략, 지속가능하기 어려워…이와중에 트럼프는 연일 거짓말 퍼레이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 (WEF, 이하 다보스포럼)에 화상으로 참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유럽과 중국 등에 무역적자를 보고 있다며 세계를 향해 미국에 와서 제품을 만들지 않으면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그는 미국의 무역 적자를 두고 또 다시 과장된 수치를 내놓으며 거짓말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23일(이하 현지시간) 다보스포럼 화상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전 세계 모든 기업을 향한 제 메시지는 매우 간단하다. 미국에서 제품을 만들어 봐라. 그러면 세상에서 가장 낮은 세금을 부과하겠다"며 "미국에서 제품을 만들지 않으면 관세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법인세율이 21%인데 이를 15%까지 낮추겠다며 "미국에서 제품을 만들 경우에만" 이같은 세율을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일자리를 창출하고 공장을 세우고 기업을 키우기에 미국보다 더 좋은 장소가 없다"면서 "관세는 우리 경제를 튼튼하게 하고 채무를 갚기 위해 필요한 자금을 재정에 보태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전임 정부가 제공했던 보조금 없이 관세를 무기삼아 압박하는 것만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미지수다.

김양희 대구대학교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22일 (사)한반도평화포럼이 주최한 토론회에 참석해 "(보조금과 같은) 소위 '당근'이 없어지고 관세가 늘어나면 그 안에서(미국에서) 생산할 때 생산비용이 늘어난다. 부품 조달 비용은 높아지는데 이미 미국 제조업 생태계는 망가졌고 숙련노동자도 별로 없다"며 관세로 위협하는 트럼프의 구상은 지속가능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각)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 화상 연설을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미국이 유럽과 중국, 캐나다 등을 표적으로 무역 적자를 보고 있다고 주장했는데, 그 수치를 과장해 언급하면서 연일 거짓말을 이어갔다.

그는 유럽연합(EU)에 대해 "그들은 우리의 농산물을, 우리의 자동차를 가져가지 않는다. 그들은 우리가 하려는 일에 관세를 부과한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미국 방송 CNN은 'EU가 미국의 농산물을 사지 않는다는 것은 완전히 잘못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방송은 "미국 정부는 EU가 2023년 회계연도에 123억 달러 상당의 미국 농산물 수출품을 구매했다고 밝혔고, 이는 중국, 멕시코, 캐나다에 이어 미국 농산물 및 관련 제품의 네 번째로 큰 수출 시장"이라고 전했다.

자동차 수출과 관련해서도 방송은 "유럽자동차제조협회의 2023년 12월 보고서에 따르면 EU는 미국 자동차의 두 번째로 큰 수출 시장으로 2022년 27만 1476대의 미국 차량을 수입했다. 이는 거의 90억 유로(한화 약 13조 원)에 달한다"며 "이 중 일부는 유럽 자동차업체가 미국 공장에서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이 중국과의 무역에서 발생한 적자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중국과 무역에서 엄청난 적자를 겪었고 바이든은 그것을 내버려뒀다"며 "1조 1000억 달러의 적자를 냈다. 터무니없고, 불공평한 관계"라고 말했다. 그러나 방송은 수치가 과장됐다고 전했다.

방송은 "중국과 상품 및 서비스 무역 적자 기록은 약 3780억 달러로, 트럼프의 첫 대통령 임기였던 2018년에 기록됐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방송은 "바이든 집권 하에서 변동이 있었지만 매년 3780억 달러보다는 낮았고, 2023년의 경우 적자폭이 약 2520억 달러로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때 기록했던 적자 폭보다 낮았다. 트럼프 집권 시 보였던 가장 낮은 적자 폭은 2020년 약 2820억 달러였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와 무역 적자가 2000억 달러라며 "불공평하다"라고 주장했지만 이 역시 거짓이었다. 방송은 "미국 정부에 따르면 캐나다와 상품 및 서비스 무역 적자는 2023년에 약 406억 달러였다"고 보도했다.

방송은 "미국이 우위를 보이고 있는 서비스 부분을 무시하고 보더라도 2023년 캐나다와 무역 적자는 약 723억 달러"라며 "여전히 트럼프가 주장하는 수치에는 크게 못 미친다"라고 전했다.

방송은 이어 "그리고 캐나다와 무역에서 적자를 기록한 것은 미국이 저렴한 캐나다산 석유를 대량으로 수입하여 미국인의 가스 가격을 낮추는 데 크게 기여했기 때문에 발생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방송에 따르면 미국은 2023년 평균적으로 하루에 약 390만 배럴의 캐나다 원유를 수입했다. 캐나다에 위치한 앨버타 오일샌드에서 나온 이 중질 원유는 주로 미국 중서부에 있는 정유소에서 사용하는데, 이 정유소는 중질 원유를 가솔린과 디젤과 같은 제품으로 가공하도록 설계되었다고 전해졌다.

미 투자은행인 레이먼드 제임스의 투자 전략 분석가이자 에너지 전문가인 파벨 몰차노프는 방송에 "캐나다 원유가 없다면 많은 미국 정유소가 다른 곳에서 중질 원유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고, 그런 상황에서는 운영을 중단할 수도 있다"며 이는 미국에 유리한 상황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사실 캐나다 원유를 수입하면 미국 정유 산업의 일자리를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된다"며 "게다가 미국 정유 회사는 캐나다 중질 원유가 텍사스와 루이지애나에서 생산되는 가벼운 저유황 원유보다 저렴하다는 점을 높이 평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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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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