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3일 대통령 윤석열은 전국민을 향해 계엄령을 선포하였다. 대한민국 현대사의 아픔이자, 5.18광주민주항쟁을 촉발하여 수많은 희생자를 낸 1980년 전두환 신군부의 계엄령 선포 이래 45년만의 일이다. 성숙한 민주주의 국가로 평가받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믿기 어려운 초유의 사태였다. 이로 인하여 윤석열은 현직 대통령 신분으로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체포, 구속되기에 이르렀다. 수없이 많은 민초들의 희생을 통해 성장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왜 윤석열 정권과 같이 역사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리는 괴물을 탄생시켰을까.
윤석열 정권이 탄생한 배경은 단연코 대한민국의 경제성장과 함께 기형적으로 커져오면서 사회를 좀먹은 부동산 문제를 떼어놓고는 설명하기 어렵다. 특히 낡은 주택공급론 환상은 문재인 정부 부동산 실패의 주원인이었다. 부동산 자산가층의 지지도 얻으려던 민주당의 '짝사랑'이 부동산 공급론과 규제 완화로 구체화했고 이는 결국 윤석열 정부 탄생과 긴밀히 얽혔다. 지금이라도 주택공급 만능 환상을 극복해야 한다.
고액자산가와 고가주택 소유자들의 일관된 투표성향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 대한민국 역사상 유례없는 수준으로 주택가격이 폭등했던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 따르면 지난 2021년 7월 서울지역 아파트 가격은 문재인 정부 4년동안 최대 79%까지 치솟았다. 이는 서울지역 소재 일부 단지를 샘플링하여 발췌한 후 평균한 금액이다. 고액자산가, 초고소득자, 정부고위층들이 주로 소유하고 있는 아파트 가격과 그 상승폭을 보면 더욱 놀랍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체포, 구속된 윤석열이 당선 전에 거주했고, 배우자인 김건희가 소유한 서울 서초동 아크로비스타는 기획재정부 김윤상 차관, 대검찰청 심우정 차장검사 등 윤석열 정부 주요인사들이 소유한 아파트다. 호가와 실거래가가 30억, 40억에 이르는 초고가주택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전 12~13억 수준에서 거래되던 아크로비스타 139㎡형은 2024년 10월 최고 29억5000만 원에 거래됐다. 이 기간 2.5배 이상 폭등하였다.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소유한 서울 압구정동 한양아파트는 유인촌 문화관광부 장관, 이주호 교육부 장관, 강경성 산업통상자원부 차관, 강인선 대통령비서실 비서관 등 주요인사들도 소유했다. 이 전 장관의 압구정동 한양3차아파트 161.9㎡형은 2023년에 53억 원에 실거래된 바 있고, 현재 호가는 70억 원에 달한다. 문재인 정부 출범 전에는 20억대 전후 수준이었다. 3배가 넘는 상승폭, 30억 이상 상승한 상승액 모두 놀라운 수준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집값 폭등으로 그 누구보다도 더 큰 자산가치 상승의 수혜를 입었던 것은 바로 초고가 자산 보유층이었다. 다만 고소득자, 초고가 자산보유층은 변함없이 견고하게 국민의힘과 같은 보수정당을 지지해왔다.
박근혜 탄핵 정국에서 문재인 후보가 당선된 2017년 19대 대선 당시 강남, 서초, 용산 3개구의 문재인 득표율은 각각 35%, 36%, 39%로 40%를 넘지 못했다. 특히 이들 지역에서는 당시 홍준표 후보와 안철수 후보 지지율의 합계가 문재인 후보 지지율보다 높았다. 이들을 제외한 서울 대부분 구에서 문재인 후보 득표율이 40~45%를 보였던 것과 대조된다.
문재인 정부 재임 당시 치러진 2020년 4월 21대 국회의원 총선에서 전체 300석 중 민주계열 163석, 국민 미래 후보가 84석을 차지해 전체적으로 여당 지지세가 높았다. 당시 서울의 25개 구 중 강남, 서초, 용산, 송파 4개구에서만 국민의힘 의원이 당선되었다.
윤석열 정부가 탄생한 2022년 대선에서 전체 득표율은 윤석열 후보 48.56%와 이재명 후보 47.83%로 박빙의 차이였으나, 고가 부동산이 몰려있는 서울의 경우는 달랐다. 전통적 보수지지 지역인 강남, 서초, 송파, 용산 뿐만 아니라 전체 25개구 중 무려 14개구에서 윤석열의 지지율이 더 높았다. 서울지역의 득표율도 윤석열 50.6%, 이재명 45.7%로, 전국 평균과 비교하여 윤석열이 크게 앞섰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 출범 2년후 치러진 2024년 4월 총선에서는 윤석열 정부의 난폭하고 미숙한 국정운영에 대한 평가가 반영되어, 전체 300석 중 민주연합 175석, 국민·미래 108석을 각각 차지하였다. 다만 야당의 압도적 우세 하에서도 서울의 25개 구 중 강남, 서초, 용산, 송파 4개구에서는 국민의힘 의원이 당선되었다.
초고가부동산 부자들과 자산가들이 몰려 있는 강남3구 등의 전통적인 보수 지지층이 아니라 여타 지역의 민심이 윤석열을 선택한 것이 윤석열 당선의 결정적 원인이었던 셈이다. 결국 자신의 권력유지, 장기집권을 꿈꾸며 국민을 상대로 전쟁을 벌이겠다고 작정하고 평온한 한밤중에 계엄령을 선포하였던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을 대통령으로 선택한 것은 강남3구, 용산구와 같은 부동산 부자들이 아니다. 초고가 부동산 소유자, 초부자들이 아닌 사람들이 왜 윤석열을 선택했는지, 윤석열 정부를 탄생시킨 이들이 그가 함량미달임을 알았음에도 윤석열을 선택하며 가졌던 욕망은 무엇이었는지 다시 한 번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민주당 정부의 부동산 부자 짝사랑 결과는
문재인 정부 당시는 세계적인 저금리 시기였다. 이에 더해서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위기상황이 발생했다. 그로 인하여 당시 전 세계에서 정부지출 확대 현상이 나타났고 그 결과 과잉유동성이 심각한 문제가 됐다. 이 유동성이 집값을 밀어올리는 근본 원인이었다.
그럼에도 문재인 정부는 집값 급등에 핀셋규제와 같은 소극적 대응으로 일관하였다. 정부는 겉으로는 임차인 보호를 내세웠지만, 사실상 부동산 부양정책인 전세자금대출 확대를 용인했고, 주택담보대출을 우회할 수 있는 사업자대출 규제를 하지 않고 임대사업자 혜택 등으로 보이지않는 퇴로를 열어놓아 결국 부동산 거품을 키웠다.
집값 상승이 심각해지자 그제야 정부는 부랴부랴 다주택자에 대한 급격한 증세를 도입하고 고가주택과 저가주택을 인위적으로 구분하여 현실화율을 달리하는 등 가격의 원칙과 기준을 무너트리는 공시가격의 이중 산정에 나섰다. 또 충분한 준비와 검토없이 갑작스러운 임대차보호법 개정으로 임대인과 임차인간 분쟁을 유발하고, 신규 전세가격을 폭등시키는 등의 혼란을 야기했다.
문재인 정부는 앞에서는 부동산 가격을 잡겠다고 공언하며 실수요자와 부동산투기꾼이라는 이분법으로 국민을 편가르기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실수요자 보호를 내세우며 주택구입을 장려하는 부동산 부양정책을 폈다. 문재인 정부 당시인 2021년 여야는 1주택자의 양도세 비과세구간을 9억에서 12억으로 상향하는 내용으로 소득세법을 개정하였다. 종부세 기본공제액을 6억원에서 9억 원으로 인상하는 법안을 내놓았던 것도 2021년 민주당이었다. 결국 종부세법 개정안은 윤석열 정부인 2023년에 여야합의로 통과되었다. 자산소유자에 대한 혜택을 확대하는데 여야가 따로 없었다. '실수요자 보호'라며, 마치 서민을 위한 정책인 것처럼 펼쳐온 1주택자 감세, 우대 정책이 사실상 누구에게 가장 큰 혜택이었을까.
경실련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 장차관 38명 중 18명(47.4%), 대통령실 고위공직자 48명 중 16명(33.33%)이 종부세 납세 대상자다. 유인촌 장관, 이상민 전 장관 등 장차관들, 대통령실 정진석 비서실장, 성태윤 정책실장을 비롯한 대통령실 공직자들은 서울 강남, 서초, 용산 등 고가부동산이 집중된 지역에 1주택 또는 2주택을 소유했다.
윤석열 정부의 장차관, 대통령실 고위공직자들의 상당수가 소유하고 있는 강남 일대 초고가주택 가격 수준은 수십억 원으로 이미 서민 소득으로 마련할 수 없는 비현실적인 가격이 되어 있는데, 상승폭은 더욱 커지고 있다. 도봉구의 2억짜리 아파트도 6억으로 3배 상승하였다. 상승한 금액은 4억이지만, 20억에서 60억으로 오른 압구정동 아파트도 상승률은 3배다. 상승비율은 3배로 동일하지만, 상승한 금액은 4억과 40억, 10배의 차이를 보인다. 더 비싼 집에 살수록 더 큰 돈을 버는 구조다.
이들의 자산소유형태를 보면 정부가 내세운 '실수요자보호'가 누구를 위한 것이었는지 명확히 드러난다. 고소득층은 소위 '똘똘한 한 채 마련'이라 불리는 투자전략에 따라 실거주와 투자,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었다. 가격이 계속 오를 지역의 초고가주택을 1채 또는 2채만 소유하여, 1주택자로서의 세금혜택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마치 서민을 위한 정책인것처럼 포장된 실수요자 보호는 사실상 초고가 부동산 소유자들의 주택 보유비용을 낮추고, 양도차익에 대한 비과세 구간을 높여 큰 절세혜택을 주었다. 이로인한 프리미엄이 초고가부동산 밀집지역 부동산가격의 장벽을 더 높이는데 작용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부에서부터 민주당은 실수요자 보호를 내세워 초고가 부동산 밀집지역 부동산의 혜택을 더 크게 만드는 1주택자 우대정책을 확대해왔다. 게다가 민주당 원내대표 박찬대 의원, 고민정 의원, 장경태 의원 등은 종부세 감면, 폐지를 주장하기까지 했다. 윤석열 정부 심판을 내세워 이재명 당대표를 중심으로 치러진 2024년 4월 22대 총선에서 민주당이 압승한 직후의 일이다. 평균주택가격이 높아졌다는 이유로 1주택자 공제 구간은 대폭 커졌고, 이로 인하여 가장 큰 경제적 이득을 누리고 있는 이들은 초고가 부동산 밀집지역의 1주택자들이다. 지난 수십년간 강남3구, 고가 부동산소유자들은 어느 경우에도 민주당 계열 정당에 표를 준 적이 없는데도 말이다.
이상민 전 장관과 같은 강남 압구정동 한양아파트 실수요자, 즉 똘똘한 초고가주택 한 채 소유자가 가장 큰 절세혜택을 얻게되었다는 것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부동산 가격 급등으로 인하여 전국민이 '실수요자'라는 이름 아래 투기대열에 유입되었다는 것이다. 투기는 다주택을 통해서만 일어난 것이 아니라, 똘똘한 한 채 1주택 소유전략을 통해서 훨씬더 광범위하게 일어났다. 1주택이든 아니든 간에, 자신의 소득과 괴리된 부동산 구입, 시장의 변동성에 대처하기 어려운 경제적 여건에서 과도한 부채를 사용하였다면 그것은 투기다. '실수요자 1주택' 프레임은 투기꾼이라는 오명에 면죄부를 주었지만, 사실상 전국민을 부동산 투기대열로 몰아간 투기수단이자, 강남3구와 같은 고가부동산 소재 지역, 집값이 높은 지역의 매물, 즉 공급을 감소시키고, 가격을 더욱 높이는 양극화 수단으로 사용되었다.
부동산 투기심리 확산의 역풍 – 실수요자 프레임의 위험성
문재인 정부의 가장 큰 실책은 '실수요자 보호'라는 이름으로 전국민을 투기대열로 몰고 간 것이다. 집값 급등기 청년서민들은 사적대출인 전세를 끼고 당장 자신이 직접 거주할 능력이 안 되는 주택을 무리하게 구입하였다. 사실상의 부채인 전세보증금을 자신의 돈으로 돌려줄 능력이 안 되는 집주인은 전세가격이 조금만 하락해도 당장 큰 위기에 빠지게 된다. 이들의 불안한 지위는 더욱 부동산가격 상승에 매달리게 만든다. 집값 폭등이 투기수요를 유발하고, 투기수요는 다시 집값을 폭등시키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그럼에도 정부는 자신이 직접 거주할 능력이 안 되는 주택을 무리하게 구입한 1주택자도 투기꾼이 아니라 실수요자라 했다. 천정부지 오르기만 하는 주택가격 대비 비과세 한도가 높아지면 양도차익이 클수록 더욱 이익이 커진다. 결국 1주택자 세금혜택은 집살 돈이 아직 부족한 사람들의 투기수요까지 자극하였다. 정부는 본질적이고 근본적인 문제를 외면한 채 현상만을 쫒아다니며 일관성없는 정책만 나열하면서 시장에 혼돈을 초래하였다. 그 결과는 명확했다. 강남3구 일부 지역의 초고가부동산 소유자들은 언제나 자신들의 이익을 지키고 세금을 줄이기 위해 변함없이 보수 정부를 지지해왔으나, 이제는 투기대열에 합류하여 고관여층이 되어버린 평범한 사람들까지 누적된 부동산 피로감에 보수정부를 지지하게 됐다.
실수요자 보호라는 명목으로 확대된 세금 혜택은 고가 자산보유층일수록 더 크게 받았다. 신혼부부, 청년주거지원, 출산장려정책이라는 각종 명목으로 세금까지 동원해가며 지원한 저리의 대출지원정책은 지속적으로 유효수요를 창출하여 부동산 가격을 떠받치는 기반이 되었다. 아직 소득이 부족한 2030 젊은이들을 포함한 서민들까지 빚내서 집사고, 집사서 돈벌자는 대열에 대거 합류하였다. 특히 축적 자산이 부족해 변동성에 취약한 이들은 일관성없는 부동산 정책과 금융변동성에 고스란히 노출되었고, 이들은 모두 부동산 고관여층이 되었다. 이미 부동산이 삶에 절대적인 요인이 된 마당에 뒤늦게 정부가 취한 부동산 불 끄기는 서민층까지 문재인 정부에 등을 돌리게 만드는 결과를 낳았다.
결국 저금리, 유동성 상황에서 정부의 방만한 관리로 인해 부동산 시장으로 모든 돈이 유입되었고, 그 결과 소득수준이 부족한 사람들까지 대거 부동산 시장을 떠받치는 존재가 됐다. 고가부동산 소유자가 아니라 보통의 평범한 사람들, 청년 서민들도 집은 무조건 사야한다는 노이로제에 사로잡혔다. 이 과잉 유동성과 유효수요 폭증이 대출, 전세제도와 얽히면서 취약한 계층에 더 큰 피해를 주는 사태가 잉태된 것이다.
'1주택자는 실수요자, 다주택자는 투기자'라는 프레임은 결국 아직 주택을 구입할 능력이 부족한 평범한 사람들의 투기심리를 자극해 부동산으로 돈 벌고 싶은 욕망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만들었고, 결국 민주당에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그것이 바로 2022년 윤석열 정부가 탄생한 배경이다.
주택공급은 서민주거안정을 위한 비법인가
국토교통부는 1월13일 2025년 주요업무추진계획과 정부정책방향을 발표하였다. 정부는 시장안정화를 위한 공급확대를 위하여 정비사업 규제 합리화, 노후계획도시 특별법 제정, 신규택지후보지 21만 호 발표를 주요 정책성과로 홍보했다. 또 주거안정을 위해 공공주택 25만 호를 공급하는 가운데 이중 신축매입으로만 11만 호를 공급하기로 했다. 공공주택 2만8천호의 본청약을 추진하는 등 주택 공급을 늘리겠다고도 밝혔다. 국토부는 또한 정비사업활성화를 위한 재건축 진단, 재개발요건 등의 규제 개선에 나서는 한편 신도시 선도지구 정비계획수립, CR리츠 보증절차 개선 및 한도 확대, 지방 준공후 미분양 LH매입 및 임대 활용방안 검토 등을 공급대책으로 제시했다.
정부는 '주택공급'과 '서민주거안정'을 동일한 의미로 사용하고 있다. 이는 국민의힘이나 민주당 정부, 여야를 막론하고 일관된 입장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부동산 가격 폭등이 사회적 문제가 되자, 당시 국토교통부 김현미 장관은 '주택이 빵이라면 밤새워서라도 만들겠지만, 당장 아파트 공급은 어렵다'며 다세대, 빌라 등을 매입하여 질좋은 품질로 임대주택으로 공급하겠다고 말하여 큰 논란이 된 바 있다. 결국 서민주택의 보루인 저층주거지의 땅값이 올랐다. 전세대출과 전세보증은 전세사기주택 공급을 폭증시켰고, 전세사기주택들과 경쟁하면서 서민, 청년층이 주된 수요층인 다세대주택가격과 전세가격까지 올랐다. 이러한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매입임대주택정책은 윤석열정부의 주된 공공임대주택 확보수단이다. 정부의 잘못된 정책으로 인하여 유발된 전세사기문제는 아직 근본적인 해결책이 제시되지 못했는데도 말이다.
과연 주택공급만 많아지면 서민 주거가 안정되는가.
역대 정부의 주택공급량을 비교해보자. 박근혜 정부 45만 호, 이명박 정부 35만7천호, 노무현 정부 36만3천호, 문재인 정부 54만6천호 수준으로 문재인 정부 당시 주택공급량은 역대 정부와 비교하여 적지 않았다(2021년 11월 국민과의 대화). 그러나 가장 많은 주택을 공급한 문재인 정부에서 주택가격이 가장 많이 올랐으며, 가계부채도 덩달아 폭발하였다. 집값을 잡기 위해 주택공급량을 늘리자는 소리는 부동산 산업 이해관계자의 주장일뿐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이를 그대로 받아들인다.
지금의 경제 현실에서 부동산 문제는 결코 주택공급을 늘리는 것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아직도 정부의 주요정책방향에 공급확대를 위한 규제완화, 매입임대를 통한 공공임대주택 확대가 첫 번째 정책으로 제시되고 있으니 부동산 문제는 더욱더 고착되고 심화할 것이 뻔하다. 소득과 괴리된 가격, 가격과 괴리된 공급은 얼마나 공허한가.
국민 소득수준과 괴리된 고분양가의 주택이 너무 많이 지어져서, 안그래도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한 가운데 PF대출, 미분양 문제는 해결 불가능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지금 지나치게 높은 주택가격을 소화할 수 있는 수요층이 부족해서 미분양과 미계약이 폭증하고, 건설사들이 도산하고, 역대 최대의 경매물량이 쏟아지고 있다.
이제 대한민국의 고도성장 시대는 끝났다. 산업화, 도시화, 인구증가와 도시로의 인구집중으로 주택 수요가 폭발적으로 커지는 시기는 다시 오지 않는다. 이제는 그간 무분별하게 확장했던 도시가 노후화하고, 인구감소로 비어가는 도시를 더는 채워줄 사람이 없다는 것이 사회적 문제가 되는 시대다. 2023년 연간 출생아수는 23만 명으로 베이비부머 시대의 20%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한국은 세계에서도 유례없는 최저출산율을 기록하고 있다. 그런데 아직도 우리 부동산정책은 고도성장기의 환상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주택공급론은 성장시대의 낡은 유물이다. 수요자의 소득을 고려하지않는 공급은 허상이다. 경기확장기에 돈을 풀어 부동산을 부양하고, 투기심리를 자극하게 만드는 1주택 중심주의, 다주택자는 투기꾼, 1주택자는 실수요자라는 프레임은 서민을 부동산 투기에 더욱더 골몰하게 만든다. 초고가부동산 밀집지역의 자산가들에게만 일방적으로 유리한 지형을 만들고, 대한민국의 초양극화를 심화해 결국 한국을 공멸의 길로 이끌고 있다.
지난 수십년간의 투표성향을 보면 고액자산가와 초고가주택 소유자들은 민주당 등의 야당에 표를 준적이 없었다. 그럼에도 오히려 민주당은 부동산 표를 얻겠다는 환상에 사로잡혀 점점더 우경화되어 가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실패한 부동산 정책이 결국 윤석열이라는 괴물을 탄생시켰는데도 말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3년이 채 되지 못한 상태에서 윤석열은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체포되고 구속수감되기에 이르렀다. 어쩌면 조기대선이 열리고 민주당이 정권을 되찾을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재명 당 대표를 중심으로 치러진 22대 총선 이후, 민주당이 실패한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극복하리란 어떠한 대안도 보이지않는다. 오히려 부동산에 관해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와 점점 더 비슷해져가고 있다. 윤석열이 구속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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