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의원 끄집어내" 명령 받은 부하들 일관된 증언조차 전면 부인

尹, 탄핵심판 직접 방어…최상목 '쪽지' 논란 및 국회 의결 행위 방해 의혹 부인

윤석열 대통령이 "탄핵 사건 내용을 제일 잘 아는 사람은 저 자신"이라며 자신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제기한 국회를 향해 "대통령보다 훨씬 강한 '초갑'"이라고 비난했다. 또 탄핵심판 쟁점 중 하나인 '국가비상입법기구 설치 및 예산 마련'을 내용으로 하는 '쪽지'에 대해서는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준 적 없다"고 전면 부인했다.

윤 대통령은 21일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자신에 대한 탄핵 사건 3차 변론에 출석해 피청구인으로 방어권을 행사했다. 그는 약 2시간 40분간 진행된 변론에서 네 번에 걸쳐 약 5분간 발언했다.

윤 대통령은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의 출석 확인 후 첫 발언에서 헌법 재판관들을 향해 "저의 탄핵 사건으로 고생하게 해 송구하다"며 검사 출신인 자신처럼 "헌재도 헌법수호를 위해 존재하는 기관인 만큼 여러 모로 잘 살펴주길 바란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재판 1시간 30여분께 이뤄진 피청구인 신문 과정에서 문 권한대행이 "비상입법기구 관련 예산을 편성하라는 쪽지를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준 적이 있느냐"라고 질문하자, "저는 이걸(쪽지를) 준 적도 없고, 그리고 나중에 계엄을 해제한 후에 한참 있다가 이런 메모가 나왔다는 것을 기사에서 봤다. 근데 그 기사 내용이 부정확하다"며 "이거를(쪽지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밖에 없는데 김 전 장관이 그때 구속이 되어 있어서 구체적으로 확인을 못했다"고 답했다.

관련해 "그 내용을 보면 내용 자체가 모순되는 것 같다. 하여튼 그 부분에 대해서는 그렇다"고 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18일 영장실질심사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쪽지를 내가 쓴 것인지, 김 전 장관이 쓴 것인지 기억이 확실하지 않고, 메모의 취지도 잘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윤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선초 당시 기재부 장관이었던 자신에게 '국회 관련 자금 완전 차단, 비상입법기구 관련 예산 편성' 등의 내용이 담긴 쪽지를 건넸다고 밝힌 바 있다.

문 권한대행의 "이진우 수도방위 사령관, 곽종근 특수전 사령관에게 계엄 선포 후 계엄 해제 결의를 위해 국회에 모인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라고 지시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없다"고 부인했다.

자신의 명령을 따랐다가 내란 주요 임무 종사 등 중범죄 혐의로 구속 기소된 부하들의 일관된 증언조차 전면 부인하고 있는 셈이다.

윤 대통령은 향후 재판에서 김 전 장관 등 증인들과 윤 대통령이 직접 대면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해 달라는 국회 측 요청에 "제가 지금 직무 정지된 상태이기 때문에 어떤 영향력도 행사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 사건 내용을 제일 잘 아는 사람은 바로 피청구인인 대통령 저 자신"이라며 "그래서 그런 주장은 좀 이해가 안 된다"고 반박했다.

▲ 1월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출석한 가운데 윤 대통령 탄핵심판 3차 변론이 진행되고 있다. 오른쪽 피청구인석 1열 오른쪽(또는 위쪽)이 윤 대통령. ⓒ연합뉴스

윤 대통령은 부정선거 음모론 언급 자제에 대한 국회 측 요청에 대해 "음모론을 제기하는 것이 라니라 팩트를 확인하는 차원"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아까도 (국회 측에서) 부정선거 의혹이 음모론이라고 하고, 계엄을 정당화하기 위해 사후에 만든 논리라고 하는데 이미 계엄을 선포하기 전에 여러 가지 어떤 선거의 공정성에 대한 신뢰에 좀 의문이 드는 것들이 많이 있었다"며 "2023년 10월 국가정보원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전산 장비의 아주 극히 일부를 점검한 결과 문제가 많이 있었기 때문에 부정선거 자체를 '색출하라'는 것이 아니라 '선관위의 전산 시스템을 전반적으로 스크린 할 수 있으면 해봐라. 어떤 장비들이 있고 어떤 시스템에 의해서 가동이 되는지 (확인해 봐라)' 그런 것이었기 때문에 저희가 무슨 '선거가 전부 부정이어서 믿을 수 없다' 하는 그런 음모론을 제기하는 것이 아니라 팩트를 확인하자는 그런 차원이었다는 점을 이해해 달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특히 국회 측이 증거로 제출한 계엄군의 국회 및 선관위 관천청사 침입 장면이 담긴 CCTV 영상에 대해 계엄 해제 요구 의결을 막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그는 "군인들이 (국회) 본청사에 진입을 했는데 직원들이 좀 저항을 하니까 스스로 나오지 않나. 얼마든지 더 들어갈 수 있는데도"라며 "이 점을 국회의 의결을 방해했다는 얘기를, 자꾸 (탄핵) 소추위원 측에서 또 더불어민주당에서 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가사(假使, 가정해 말하면) 그러면 12월 3일 4일 밤에 내려진 의결을 군을 투입해서 방해했다고 한다면은, 그럼 이제 더 이상 계엄 해제 요구를 못하고 계엄이 쭉 그냥 가는 것이냐(라면) 저는 그렇지 않다고 본다"며 "대한민국에서 국회와 언론은 대통령보다 훨씬 강한 '초갑'이다. 만약에 제가 무리를 해서 계엄 해제 요구 의결을 못하게 한다 해서 (못하지 않는다). 국회가 아니라 다른 장소에서도 할 수 있고, 그 이후에 얼마든지 계엄 해제 요구를 할 수가 있다"고 변명했다.

그러면서 "그것을(해제 요구 의결을) 만약에 막았다고 한다면, 그것은 정말 뒷감당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저는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 의결 절차를 문제삼기도 했다. 그는 "계엄 해제 요구 여러가지 증언들을 막 모아 가지고 (국회 측에서) 얘기를 하는데, 저도 방송을 보고 있었는데, 의원들 사이에서 '빨리 하자'(고 했지만) 우원식 국회의장은 '그래도 절차를 밟아여 된다'면서 좀 국회법에 맞지 않는 아주 신속한 결의를 했다"고 비난했다. 그럼에도 "저는 그거를 보고(계엄 해제 요구 의결안이 통과된 것을 보고) 바로 군을 철수시켰다. 그래서 국회 마당에 있던 사람들(계엄군)이 나갔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국회의장 공관 CCTV 영상과 관련해 "국회의장 공관 옆에 군인들이 지나가면서 마치 국회의장을 새벽 2시에 체포할 것처럼, 그게 아마 제가 볼 때는 퇴각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이 아닌가 싶다"며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그것을(계엄 해제 요구 의결을) 그 당시에 막거나 연기한다고 해서 그게 막아지는 일이 아니라는 점을 말씀드린다"고 부연했다.

한편, 이날 헌재 앞에서는 경찰을 폭행한 여성이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종로경찰서는 이날 안국역 인근에서 여성 한 명을 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현장 체포해 수사 중이라고 전했다.

경찰은 윤 대통령의 헌재 출석으로 인한 폭력 사태 방지를 위해 안국역과 재동초등학교 인근에 기동대 64대 부대와 병력 4000여 명을 배치하고, 192대의 경찰 버스를 동원해 차벽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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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선

프레시안 이명선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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