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게 성사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가자지구 휴전 합의가 이스라엘이 내각 승인을 미루며 막판 진통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19일(이하 현지시간)로 예정됐던 휴전 발효가 하루 미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극우 반대로 연정이 무너질 수 있는 상황에서 베나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시간을 벌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는 가운데 미국은 휴전이 제때 발효될 것이라며 안정감을 주려 애썼다.
17일 이스라엘 총리실은 "협상팀으로부터 인질 석방을 위한 합의가 이뤄졌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확인했다. 중재자들에 의해 휴전 합의가 발표된지 이틀 만이다. 총리실은 이날 안보 내각을 소집한다고 밝혔지만 합의안 승인을 위한 전체 내각 표결은 "나중에" 이뤄질 것이라고만 해 정확한 시기를 명시하지 않았다.
이날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을 보면 네타냐후 총리 대변인은 합의에 반대하는 이들이 법원에 청원할 24시간이 확보돼야 한다며 전체 내각 회의가 18일 밤 이전엔 열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매체는 18일 밤 내각 회의가 열리더라도 반대자 청원을 위한 또 다른 24시간이 필요하므로 결국 19일 밤을 넘기게 돼 휴전 협정 발효가 예상보다 하루 늦어진 20일에 시작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합의 관련 내각 표결은 당초 16일에 이뤄질 예정이었지만 이스라엘 총리실이 하마스가 막판에 어깃장을 놓고 있다고 주장하며 지연됐다. 16일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을 보면 이스라엘 총리실은 이날로 예정됐던 휴전 합의 관련 내각 승인 투표를 미루고 성명을 통해 "하마스가 합의를 어기고 마지막 순간에 위기를 조성해 협정을 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총리실은 "하마스가 합의의 모든 요소를 수용했음을 중재자들이 이스라엘에 통보할 때까지 이스라엘 내각은 소집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휴전 기간 중 인질과 교환될 팔레스타인 수감자 석방 관련, 하마스가 이스라엘에 거부권을 부여하는 조항을 철회하려 시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하마스 고위 당국자 아자트 엘레시크는 하마스가 15일 합의된 휴전 협정을 준수 중이라고 밝혔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이스라엘 당국자를 인용해 네타냐후 총리가 내각 투표를 미루는 진짜 이유는 연정을 지키기 위함이라고 보도했다. 이 당국자는 세부 내용이 협상에서 마무리 중이긴 하지만 비교적 사소한 것이라며 투표 지연 원인은 "연정 정치"라고 설명했다. 네타냐후 연정에 속한 극우 정당들은 휴전이 성립될 경우 연정에서 탈퇴해 정부를 무너뜨리겠다고 위협해 왔다. 매체는 이스라엘 다른 언론에서도 네타냐후 총리가 극우 장관을 설득할 시간을 벌기 위해 투표를 미루는 중이라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극우 정당 오츠마 예후디트(이스라엘의 힘)를 이끄는 이타마르 벤그비르 이스라엘 국가안보장관은 16일 내각이 휴전 협상을 승인하면 집권 연정에서 탈퇴하겠다고 선언했다. 같은 날 베잘렐 스모트리히 이스라엘 재무장관이 이끄는 극우 정당 독실한 시오니즘도 협상 반대 입장을 밝히며 1단계 휴전 뒤 전쟁으로 복귀하지 않으면 연정에서 탈퇴할 수 있다고 위협했다.
15일 합의에선 총 3단계로 이뤄진 휴전 중 1단계 6주간의 휴전만 최종 합의됐고 2단계 이후 관련해선 1단계 휴전 16일 뒤부터 협상을 재개하기로 했다.
네타냐후 연정은 이스라엘 의회(크네세트)에서 120석 중 68석으로 과반을 점하고 있어 6석을 점하는 오츠마 예후디트가 탈퇴할 경우 62석으로 쪼그라들고 7석을 점하는 종교적 시오니즘까지 탈퇴할 경우 과반을 잃게 된다.
야당은 극우 탈퇴로 집권 연정이 과반을 잃더라도 휴전 이행을 위한 "안전망"을 제공하겠다고 제안했다. 제1야당 예시 아티드를 이끄는 야이르 라피드는 16일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네타냐후 총리에게 말한다. 두려워하거나 위축되지 말라. 당신은 인질 협상을 타결하기 위한 모든 안전망을 얻게 될 것"이라며 "이는 우리가 겪었던 어떤 의견 차이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
미국은 합의가 제때 이행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19일 기자회견에서 "이 어렵고 힘든 협상에서 미진한 부분이 있다는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며 "일요일(19일)에 합의 이행이 시작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국가안보소통보좌관도 미 CNN 방송에 휴전 협상이 "주말이 끝날 때까지 이행이 시작될 좋은 경로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스라엘 내각 투표가 지연된 것을 백악관이 "알고 있고 이스라엘 정부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며 "이 시점에서 이것(협상)이 탈선할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 어떤 것도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20일 자신의 "취임 선서 전"에 협상이 마무리돼야 한다고 팟캐스트 인터뷰에 경고했다고 전했다.
휴전 합의가 발표된 뒤에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습은 계속됐다. 16일 가자지구 보건부는 지난 24시간 동안 이스라엘 공격으로 가자지구에서 81명이 죽고 188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보건부 집계에 따르면 2023년 10월7일부터 이달 16일까지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 공격으로 4만6788명이 죽고 11만453명이 다쳤다.
휴전이 합의됐지만 이후에도 재건을 위해 갈 길이 멀다는 우려는 계속됐다. 15달간의 공격으로 가자지구 인구 50명 중 1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될 뿐 아니라 전체 건물의 3분의 2가 손상된 것으로 추정된다. 재건을 위해선 통솔력 있는 지도부가 필수적인데 프랑스24 방송은 전후 가자지구 통치 문제가 여전히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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