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서 성탄절에 얼어 죽은 3주 영아…"여분 옷 없어 아이 몸 못 데워"

"전쟁 뒤 10번 이상 이주·난민 텐트서 담요 한 장 의지"·최근 저체온증 영아 잇단 사망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서로를 탓하며 가자지구 휴전 협상이 다시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성탄절에 가자지구 난민촌에서 생후 3주 영아가 겨울 추위를 이기지 못하고 얼어 죽었다. 우크라이나엔 성탄절에 에너지 시설을 향한 러시아 미사일이 쏟아져 사상자가 발생하고 50만 명 이상이 추위에 떨었다.

25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보건부 국장 무니르 알부르시는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이스라엘이 일방적으로 지정한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 인근 지중해 연안 알마와시 지역 천막에서 생활하던 태어난 지 3주된 여아 실라 마흐무드 알파시가 "극도의 추위로 인해 얼어 죽었다"고 밝혔다. 칸유니스 나세르 병원 소아과·산부인과 책임자인 아흐메드 알파라는 미 CNN에 지난 48시간 동안 실라를 포함해 저체온증 영아 3명이 따뜻한 쉼터를 확보하지 못하며 잇달아 숨졌다고 말했다. 사망한 다른 두 영아는 각 태어난 지 3일, 한 달이 된 상태였다.

알부르시 국장이 공개한 영상에서 실라의 아버지 마흐무드는 실라의 주검을 안은 채 아이가 이날 오전 4시에 깨 젖을 먹을 때만 해도 괜찮아 보였지만 아침에 일어나 다시 젖을 먹이려 했을 때 "완전히 파랗게 돼 있는 걸 발견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아이 입 밖으로 피가 흘러 나오고 있었는데 아이가 추위에 혀를 깨문 것"이라고 했다. 그는 아침에 실라가 "나무토막처럼 굳어 있어" 급히 병원으로 데려갔지만 살리지 못했고 병원으로부터 "추위로 인해 사망했다"는 판정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가자지구 북부 가자시티에 살던 실라의 가족은 전쟁 뒤 "열 번 넘게" 피난처를 옮긴 끝에 칸유니스, 라파를 거쳐 알마와시 천막촌에서 "옷도, 먹을 것도, 물도 없는 상황"에서 지내고 있었다고 한다. 마흐무드는 <AP> 통신에 24일 밤 기온이 9도 정도로 어른도 견디기 어려운 추위였다고 전했다. 알마와시는 바닷가의 빈 땅으로 천막으로는 바람을 다 막을 수 없었고 땅에서 냉기도 올라왔다. 이날 밤새 세 번이나 울면서 깬 실라는 담요 한 장에 의지하고 있는 상태였다.

실라의 어머니 나리만은 CNN에 "실라를 품에 안고 따뜻하게 해주려 했다. 하지만 여분의 옷이 없어서 아이를 따뜻하게 해 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 공보 담당자인 로잘리아 볼렌은 지난 20일 언론 브리핑을 통해 가자지구 전쟁은 "어린이에 대한 전쟁"이라며 지난해10월7일부터 14달간 1만4500명의 어린이가 사망한 것으로 보고됐다고 밝혔다. 이는 가자지구 보건부가 밝힌 전쟁 발발 뒤 가자지구 전체 사망자 수 4만5338명의 3분의 1에 달하는 것이다. CNN은 알부르시 국장은 어린이 사망자 수를 1만7600명 이상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볼렌은 "가자지구에 겨울이 찾아 왔는데 어린이들은 춥고 젖고 맨발인 채다. 많은 아이들이 여전히 여름옷을 입고 있다"며 병원에도 약, 의료용품, 의사가 없다고 호소했다. 그는 "심각한 부상을 입은 어린이와 부모가 가자지구를 떠나 동예루살렘 등에서 생명을 구할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할 것, 가자지구에 대한 대규모 지원 및 휴전을 촉구했다.

몇 달간의 교착 상태를 깨고 합의가 임박한 듯 했던 휴전 협상은 다시 지연 중이다. 25일 <로이터> 통신,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을 보면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협상 지연 책임을 서로에게 돌리고 있다. 하마스 쪽은 이스라엘이 "철수, 휴전, 수감자, 난민 귀환" 등 관련 추가 조건을 제시해 협상이 지연되고 있다고 비난했다. 반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25일 성명을 통해 하마스가 "이미 도달한 합의를 어기고 협상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도 성탄절에 에너지 시설을 표적으로 삼은 러시아 미사일이 쏟아져 사상자가 발생했고 난방이 끊겨 주민들이 추위에 떨었다. <AP>는 우크라이나 공군을 인용해 러시아가 25일 우크라이나의 연료 및 에너지 시설을 미사일 78기, 무인기(드론) 106대 등을 동원해 공습했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공군은 이 중 미사일 59발, 무인기 54대를 요격했고 52대의 무인기를 교란시켰다고 밝혔다. 통신은 공습 탓에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성탄절 아침에 지하철역으로 대피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로이터>는 해당 지역 주지사들을 인용해 이 공격으로 동남부 드니프로페트로우스크에서 1명이 사망하고 북동부 하르키우에서 6명이 다쳤다고 보도했다. 공격으로 인해 하르키우에선 50만 가구가 난방 없이 추위를 견뎠고 키이우를 포함해 우크라이나 곳곳에서 정전이 발생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오늘 푸틴(러시아 대통령)은 고의적으로 성탄절을 선택해 공격을 감행했다. 이보다 더 비인도적인 일이 있나?"라고 비난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가 에너지 시설을 목표로 삼았다며 "그들은 우크라이나를 정전(blackout) 시키기 위해 계속 싸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24일(현지시간) 가자지구 중부 데이르알발라의 한 쉼터에서 팔레스타인 여성이 영양실조 상태의 5살 딸을 품에 안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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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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