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호의 우리말 바로 알기] ‘담대(膽大)하다’의 문화문법

필자는 제자들에게 “강하고 담대하라!”는 얘기를 자주 한다. 진리 안에 살면 자유로울 수 있으니, 진리를 사랑하고 그 안에서 무엇이든지 담대하게 대처하라는 말이다. 지은 죄가 없으면 담대할 수 있다. 스스로 떳떳하면 언제나 자신 있게 자기의 의지를 피력할 수 있다. 이렇게 ‘담대하라’라는 말을 하지만 학생들이 그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 갑자기 의문이 생겼다. ‘담대(膽大)하다’는 말은 ‘쓸개가 크다’는 말인데, 그것이 어떻게 ‘배짱이 두둑하고 용감하다’라는 의미로 사용하고 있는지 아는 사람이 별로 없을 것 같다.

필자는 오래 전부터 한국어 어휘의미론에 ‘문화문법’이라는 개념을 적용하고 알리기 시작했다. 아직은 학문으로 보지 않는 경향이 있어 안타깝지만, 문화를 아는 것이 언어(어휘)를 아는 지름길인 것만은 확실하다. ‘담대하다’와 유사한 말로 ‘대담(大膽)하다’는 말도 ‘배짱이 두둑하고 용감하다’라고 사전에 등재되어 있다. 우리 속담에도 “귀가 작으면 앙큼하고 담대하다”고 했다. 관상학적으로 귀가 작으면 보기보다 훨씬 앙큼하면서도 배짱이 있는 것으로 판단하게 된다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담대하다’는 말은 ‘쓸개가 크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쓸개가 큰 것과 배짱과는 무슨 관계가 있는 것일까 알아야 한다. 요즘 필자가 수염을 기르고 다니니까 친구들이 “간이 배 밖으로 나왔다.”고 놀린다. ‘간이 부었다’는 말이다. ‘간’은 또 무슨 의미가 있길래 아내가 싫어하는 수염 기르는 것과 연관이 되어 있을까? 이 모든 것이 우리의 오장육부와 연관된 문화문법을 알야야만 해결할 수 있다.

‘쓸개’는 순우리말이고, 한자어로 ‘담낭(膽囊)’이라고 한다. 간 아래에 붙어 있는 내장의 하나이다. ‘담낭’을 줄여서 ‘담(膽)’이라고 한다. 그 역할은 간에서 분비된 담즙(쓸개즙)을 저장하고 지방을 유화시킨다.(<다음백과>에서 인용함)

‘담대하다’라는 용어를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한의학적 접근이 필요하다. 한의학에서 쓸개는 ‘명예와 자존심의 상처로 인한 분노를 주관한다.’고 한다. 사람들이 화났을 때 옆구리나 허리춤에 손을 올리는 동작이 양쪽 옆구리로 흐르는 대담한 용기의 통로인 족소양담경락을 과시하는 표현이라는 글이 있다.(네이버 블로그 <글 쓰는 한의사>에서 인용) 자존심이나 용기 등의 감정이 쓸개와 연관되어 있다는 말이다. 흔히 비굴한 사람을 일컬을 때 ‘쓸개 빠진 놈’이라고 한 것도 이러한 한의학적 소견과 유사하다. 요즘은 담낭 절제 수술한 사람이 많아서 ‘쓸개 빠진 놈’이라는 말도 조심해서 해야 한다.

쓸개는 쓴맛으로 인해 와신상담(臥薪嘗膽)이라는 한자 성어를 만들기도 했고, 친한 사이에는 ‘간도 쓸개도 다 빼 준다’는 말이 있다. 배신을 잘하는 사람에게는 “간에 붙었다 쓸개에 붙었다 한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하는 짓이 줏대가 없거나 온당하지 못한 사람이나 아부를 잘하는 사람을 일컬어 ‘쓸개 빠진 놈’이라고 하기도 한다. 간과 쓸개는 인간의 건강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간은 해독, 혈액관린, 영양소 대사를 담당하고, 쓸개는 담즙 저장과 소화 보조 역할을 한다. 특히 간은 담즙을 생성하는 것으로 쓸개와 함께 소화에 큰 역할을 한다. 한의학에서는 결단력과 용기 등의 기능이 쓸개에서 온다고 보았다.

그러므로 담이 약하면 우유부단할 수밖에 없다고 보는 것이다. ‘간담이 서늘해진다’는 말은 두려움이나 충격을 느낄 때 간과 쓸개가 차가워진다는 한의학적 관저에서 유래한 것이다.((<생명사랑 청솔정snccsj.com>에서 인용)

이상과 같이 우리말에는 장기와 관련된 어휘가 많다. ‘감담이 서늘하다’, ‘간이 떨어지다’, ‘간담이 내려 앉다’ 등과 같은 것들이 모두 문화문법이 아니면 해결하기 힘든 말들이다. 그러므로 한국어를 바로 알기 위해서는 한국의 문화를 제대로 알고 있어야 한다. 언어는 문화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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