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미 미사일 사거리 연장에 미사일로 대응…푸틴 "똑같은 방식 대응할 것"

극초음속 기술 탑재한 중거리 탄도 미사일 발사…"러시아 군대 투입하려는 국가, 진지하게 생각하라" 경고성 메시지도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에이태큼스(ATACMS) 미사일을 러시아 본토에 사용할 수 있도록 승인하면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에 대항해 중거리 탄도 미사일(IRBM)을 시험 발사했다면서 공격이 확대된다면 그에 따라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21일(이하 현지시각) 푸틴 대통령은 대국민 성명에서 "미국과 영국의 장거리 무기(미사일)에 대응하여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방위 산업 단지 내 시설에 대한 공격을 실시했다"며 "최신 중거리 미사일 시스템 중 하나인 (극초음속 탄도 미사일을 탑재한)오레쉬닉에 대한 테스트도 수행했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테스트는 성공적이었고 발사를 통해 의도한 목표를 달성했다"며 "우크라이나 드니프로시에 있는, 소련 때부터 미사일과 기타 무기를 생산하던 가장 크고 유명한 산업 단지 중 하나가 타격을 입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러시아 매체 <리아노브스티>는 해당 산업단지가 '유즈마쉬'라는 이름의 공장일 가능성이 높다며 "우크라이나 정부는 자체 탄도 미사일 프로그램을 개발‧시행하려고 움직이고 있다"고 전했다.

매체는 "(푸틴) 대통령의 성명에 따르면, 이는 초음속 탄두를 장착한 중거리 탄도 미사일"이라며 "속도는 초당 2~3km다. 모든 방공 및 미사일 방어 시스템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인터넷에 게시된 야간 공격 영상으로 판단할 때, '오레쉬닉'은 다중 독립 표적 탄두를 장착했고 평균 사거리는 1,000~5,500km"라며 이 미사일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현재는 없다고 전했다.

매체는 "온라인에 게시된 카메라 영상에는 거의 수직으로 착륙한 6개의 모습이 나타나는데, 오레쉬닉의 표준 적재량은 탄두 6개라고 추정할 수 있다"며 "폭발은 없었는데 공격은 아마도 불활성 탄두, 즉 공포탄으로 수행되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푸틴 대통령은 "파괴 대상을 선택할 때 필요하다면 그에 대한 대응책으로 우리는 민간인에게 사전에 알리고 우방국 시민들에게 위험 구역을 떠나라고 요청할 것"이라며 "우리는 인도적 이유로 이를 수행할 것인데, 적은 오레쉬닉에 대한 대응책이 없기 때문"이라고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이번 미사일 시험 발사에 대해 "우리는 러시아에 대한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의 공격적인 조치에 대응해 오레쉬닉 미사일의 시험 발사를 진행한 것"이라며 시험 발사 중 "파괴 대상"은 "러시아 연방의 안보에 대한 위협에 따라" 선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우리는 우리 시설에 무기를 사용하려는 국가의 군사 시설에 우리의 무기를 사용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며, 공격적인 행동이 확대될 경우 단호하게 똑같은 방식으로 대응할 것"이라며 "러시아에 군대를 투입할 계획을 세우고 있는 국가의 지배 엘리트가 이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기를 권고한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미국이 2019년 터무니없는 구실로 중거리 핵전력 조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한 것은 실수였다"며 "이런 종류의 미국 무기가 세계 어느 지역에 등장할 때까지 러시아는 중거리 및 단거리 미사일을 배치하지 않아야 할 의무를 지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미국은 (핵‧미사일) 장비를 생산할 뿐만 아니라, 군대 훈련 중에 유럽을 포함한 세계 여러 지역으로 첨단 미사일 시스템을 이전하는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면서 "러시아가 아니라 미국이 국제 안보 시스템을 파괴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미국 및 영국의 미사일을 이용해 러시아 본토를 공격한 전황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미국의 하이마스(HIMARS)와 영국 스톰 섀도우 등의 무기가 러시아 영토인 브랸스크와 쿠르스크에 있는 군사 시설을 타격했다"고 전했다.

<리아노브스티>는 이 공격으로 브랸스크 지역 탄약고에 화재가 발생했으며 인명피해는 없었다고 러시아 국방부를 인용해 보도했다. 다만 21일 북부군 사령부 중 한 곳이 공격을 받았는데, 시설과 서비스 담당의 외부 보안 요원 중 사망자와 부상자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매체는 "대통령은 사령부와 작전 요원은 다치지 않았다고 명시했다"고 덧붙였다.

푸틴 대통령은 "적들(우크라이나)이 이러한 무기를 사용하는 것이 특별 군사작전 구역의 전투 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없음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며 "우리 군대는 전선에서 성공적으로 전진하고 있다. 우리가 설정한 모든 임무가 달성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21일 우크라이나 공군은 러시아 측이 아스트라한 지역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러시아 대통령실) 대변인은 "미사일 발사 전 자동 핵확산 방지 핫라인을 통해 미국 측에 통보했다"고 전했다.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각) 대국민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크렘린궁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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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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