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친분 과시 머스크, 결국 '정부효율부' 수장으로…영향력 어디까지?

정부에 "기업가적 접근 도입" 신설 자문기관·외국 지도자들 통화 동석해 외교 영향력도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에 의해 자문기관 수장으로 지명돼 연방정부에 공식적으로 관여하게 됐다. 트럼프 당선자는 차기 정부 이스라엘 주재 미국 대사로 "팔레스타인인" 개념 자체를 부정하는 극단적 이스라엘 옹호자 마이크 허커비 전 아칸소 주지사를 내정했다.

12일(이하 현지시간) 트럼프 당선자는 보도자료를 통해 머스크를 신설된 정부효율부(Department of Government Efficiency·DOGE) 수장으로 내정했다고 밝혔다. 공화당 당내 경선에서 트럼프 당선자와 겨룬 기업가 출신 비벡 라마스와미도 머스크와 함께 이 부서를 이끈다.

트럼프 당선자는 효율부가 "정부 관료주의를 해체하고 과도한 규제를 대폭 줄이고 낭비적 지출을 절감하며 연방기관을 재구조화하는 길을 열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효율부가 "전에 본 적 없는 기업가적 접근 방식을 정부에 도입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기관은 부서(Department)로 명명됐지만 연방정부 내 일반적 부서가 아니라 "외부"에서 자문을 제공하는 형태로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당선자는 효율부가 "정부 외부에서 조언과 지침을 제공"하고 2기 행정부 출범 1년 반 뒤인 "2026년 7월4일 전에 작업이 마무리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인사로 대선에서 1억달러(약 1400억원) 이상을 쏟아 부으며 트럼프 당선자를 지원한 머스크의 정부 영향력이 공식화 됐다.

트럼프 당선자는 머스크에 전폭적 신뢰를 보이고 있다. 트럼프 당선자의 손녀 카이 트럼프가 소셜미디어(SNS)에 게재한 영상을 보면 트럼프 당선자는 선거일 밤 가족 사진 촬영 도중 "일론(머스크)과 그의 아들도 데려와야 한다"며 머스크와 가족 사진을 함께 찍었다. 카이 트럼프는 소셜미디어 게시글에서 머스크를 "삼촌"으로 지칭하기도 했다. 효율부의 약자인 'DOGE'가 머스크가 띄우는 가상화폐 도지코인(DOGECOIN)과 관련이 있다는 추측까지 나온다.

머스크의 영향력은 효율부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당선자에게 축하 인사를 건넨 타국 정부 지도자들과의 통화에 머스크가 동석했다는 보도가 나온다. 미 CNN 방송은 지난 6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트럼프 당선자와의 통화에 머스크도 참여했다고 해당 통화에 대해 잘 아는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방송은 해당 통화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이 머스크에 스타링크 위성 통신 서비스를 제공을 통해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도움을 준 데 대해 감사를 표했다고 전했다.

12일 <블룸버그> 통신은 알렉산다르 부치치 세르비아 대통령이 지난 10일 트럼프 당선자와의 통화 때 머스크가 참여했다고 시사했다고 보도했다.

머스크는 스타링크 등을 통해 이미 외국 정부에 영향을 미쳐 왔다. CNN을 보면 머스크는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그의 스타링크 위성 통신 서비스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해 우크라이나 부대 간 소통을 돕기도 했지만 월터 아이작슨이 머스크를 인터뷰해 지난해 출간한 전기에 따르면 확전 가능성에 대한 자신의 판단에 따라 크림반도 인근에서 스타링크를 차단하기도 했다.

미국 빌 클린턴 정부 아래 노동부 장관을 지낸 로버트 라이히는 지난 9월 영국 일간 <가디언> 기고를 통해 머스크가 이미 우주개발업체 스페이스엑스(X), 스타링크, 소셜미디어 엑스(X)를 통해 "미국 국가 안보에 대한 우려스러운 수준의 권한을 얻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스페이스엑스와 스타링크가 미군에 전략적 중요성을 갖게 됐고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사용되는 등 전세계적 영향력을 발휘 중인 상황에서 머스크가 "혼자서 한 국가의 스타링크와 인터넷 접속을 차단하는 것을 결정할 수 있다"고 짚었다.

라이히 전 장관은 "일론 머스크는 미국 국가 안보에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을 초래하고 있다"며 "미국 정부가 그의 보안 허가를 취소하고 그와 그가 통제하는 단체와의 계약을 해지하고 스타링크와 스페이스엑스를 대체할 자체적 대안을 빨리 마련할 수록 미국은 더 안전해질 것"이라고 촉구했다.

최근 소셜미디어를 통해 국정 전반에 대한 의견을 적극 표명하고 있는 머스크는 상원 공화당 지도부 선출에도 영향력 발휘를 시도 중이다. 지난주 대선과 함께 치러진 의회 선거에서 상원 다수당을 확보한 공화당 내에선 차기 상원 원내대표 경쟁이 벌어지는 중인데 머스크는 지난 10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릭 스콧 상원의원을 공개 지지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효율부 수장으로 머스크가 내정된 데 대해 이해 상충 우려를 제기했다. 신문은 머스크의 스페이스 엑스가 지난 10년간 100억달러(14조원) 이상의 연방 계약을 확보했고 스페이스엑스, 테슬라, 뇌신경과학 스타트업 뉴럴링크 등 그의 기업들이 최소 20건 이상의 연방기관 조사나 소송에 연루돼 있다며 이는 "머스크가 자신의 회사를 감시하는 기관들을 감시하게 된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당선자의 충성파 기용 인사는 이날도 계속됐다. 트럼프 당선자는 12일 보도자료를 통해 자신을 강력히 지지한 미 폭스뉴스 진행자 피트 헤그세스를 국방장관에 지명했다. 헤그세스는 미 육군 주방위군 소령 출신이지만 장성 등 관련 고위직 경험이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전문성보단 충성심에 중점을 둔 인사라는 평가다. 같은 날 역시 충성파로 불리는 존 래트클리프 전 국가정보국(DNI) 국장이 차기 정부 중앙정보국(CIA) 국장에 지명됐고 조 바이든 정부의 이민 정책에 반대해 온 크리스티 놈 사우스다코타 주지사는 이민 체계를 담당하는 국토안보부 장관에 내정됐다.

이날 트럼프 당선자는 차기 이스라엘 주재 미국 대사로 허커비 전 주지사를 지명했다. <AP> 통신, 미 CNN 방송을 보면 허커비 전 주지사는 요르단강 서안지구에 이스라엘이 "소유권"을 가지고 있으며 "팔레스타인인"이라는 개념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극단적 이스라엘 옹호자다.

한편 미 국무부는 지난달 13일 이스라엘 정부에 보낸 인도적 지원 요구 확대 서한 관련 "이스라엘이 미국법을 위반하지 않았다는 평가를 내렸다"고 밝혔다. 베단트 파텔 미 국무부 수석부대변인은 12일 언론 브리핑에서 이 같은 결과를 전하며 "오늘 발표할 미국 정책 변경은 없다"고 말했다. 미 국무부와 국방부는 지난달 30일 시한의 이러한 서한을 보내며 인도적 지원 확대가 확인되지 않을 땐 무기 공급 중단을 시사했다.

관련해 이날 세이브더칠드런, 옥스팜, 노르웨이난민위원회 등 8개 인도주의 단체는 미 정부의 요구 사항과 이행 내역을 평가하는 공동 보고서를 내 이스라엘이 서한 내용을 거의 충족하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단체들은 미 정부가 지난달 서한에서 가자지구로 하루 350대 규모 구호트럭이 반입돼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지난달 13일부터 이달 7일까지 실제론 하루 평균 42대의 트럭이 반입됐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 단체들은 공동성명에서 "사실은 명확하다. 현재 가자지구의 인도적 상황은 2023년 10월 전쟁 시작 이래 최저점"이라며 미국 정부의 결단을 촉구했다.

▲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에서 열린 행사에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자신이 설립한 슈퍼팩(Super PAC·특별정치활동위원회) 아메리카팩의 청원에 서명한 등록 유권자 중 한 명을 추첨해 1백만 달러(약 13억7700만원)를 지급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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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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