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카드 배송 한다며 개인정보 파악…신종 보이스 피싱 ‘주의’

잘못된 주소 알려주고 카드사 아닌 다른 신고센터 안내, 특정 앱 설치 유도 후 개인정보 빼내가…38억 날린 70대 여성도 있어

#1. A 씨(60. 청주시 상당구)는 4일 오전 9시 경 신용카드 배송원으로부터 삼성카드를 배송 중이라는 전화를 받았다.

A 씨는 해당 신용카드사에 카드 발급을 신청한 적이 없어 “신청한 적이 없는데 무슨 카드를 배송하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카드 배송원은 A 씨의 생년월일을 말하면서 “카드 신청을 한 적이 없느냐”고 말하더니 “서울시 영등포구 문래동 현대 2차 아파트 000동 000호 아니냐”고 되물었다.

A 씨가 “저는 청주에 사는데요”라고 말하자 카드 배송원은 “그러면 타인이 선생님의 인적 사항을 도용해서 카드를 신청한 것 같으니 삼성카드 사고 신고 센터 연락처를 알려줄테니 신고를 하라”고 안내해줬다.

당황한 A 씨는 카드 배송원이 알려준 번호 1660-0000으로 전화를 걸어 상담원에게 자신이 신청하지 않은 카드가 어떻게 배송이 되느냐고 물었다.

상담원은 “최근에 해외에 간 적이 없느냐”, “베트남에서 발급된 것으로 나타난다”, “베트남에 아는 사람이 있느냐”고 했다.

A 씨가 “베트남에 간 적도 없고 아는 사람도 없다”고 하자 상담원은 그러면 “제가 안내 하는 대로 따라 해달라”며 “플레이스토어에 들어가 애니○○○”라는 앱을 설치하라“고 안내했다.

삼성카드 사고신고센터 전화를 걸면서 삼성카드라는 안내문구가 화면에 뜨지 않는 것부터 수상하게 생각했던 A 씨는 ‘앱을 설치하라’는 말에 전형적인 보이스 피싱임을 직감하고 전화를 끊었다.

A 씨는 정신을 가다듬고 난후 핸드폰에 있던 삼성카드 대표전화로 전화를 걸어 다시 확인한 결과 삼성카드 상담원으로부터 “신청된 카드가 없다”는 안내와 함께 “최근 유행하기 시작한 신종 보이스 피싱”이라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2. 서울에서 살다가 최근 청주시로 이사 온 70대 여성 B 씨는 최근 보이스 피싱을 당해 무려 38억 원이라는 거액을 모두 빼앗겼다.

B 씨는 편안한 노후생활을 보내기 위해 청주로 이사 했으나 보이스피싱을 당하면서 자신의 통장에 있던 돈을 모두 송금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을 당했다.

보이스 피싱범은 한 번에 5억 원씩 수차례에 걸쳐 B 씨의 통장에 있던 돈을 모두 가로채 수사를 담당한 경찰도 놀라게 하고 있다.

#3. 2년 전 텔레그램에 가입했던 C 씨는 지난해 보이스피싱을 당할 뻔했다가 텔레그램을 탈퇴하고 금융계좌 비밀번호를 모두 변경하는 등 한차례 큰 소동을 겪었다.

C 씨는 지난해 고속도로를 운행하던 중 지인으로부터 “혹시 텔레그램을 저에게 보내셨느냐”는 전화를 받고 “지금 고속도로에 있다”고 하자 지인은 “저에게 ‘지금 뭐하는 있는거냐’라는 텔레그램 문자가 왔습니다”라고 말했다.

누군가 자신의 텔레그램을 도용했다는 사실을 깨달은 C 씨는 “아무리 당신과 친해도 그런 말투로 문자를 보낼 관계는 아니잖아요”라며 사과를 건넸다.

그런데 잠시 후 후배가 전화를 걸어 “선배님, 저에게 텔레그램 보내셨어요? 저에게 선내님 명의로 텔레그램이 왔는데 ‘혹시 내 계좌 비번 기억하니?’라고 물어서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 전화를 드렸어요”라고 말해줬다.

순간 C 씨는 자신의 텔레그램을 해킹당했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그러나 고속도로에서 있는 상황에서 어떤 대처를 하기 어려웠던 C 씨는 은행 계좌번호를 고의로 5회 틀리게 입력시키는 방법으로 피해를 면했다. 이어 다음날 아침 은행에 방문해 1회 출금 한도와 1일 출금한도를 모두 10만 원으로 변경시켰다.

C 씨는 지금도 10만 원 이상 송금할 때만 변경한도를 상향시켰다가 송금 후에는 곧바로 10만 원으로 바꾸는 습관을 들였다.

C 씨는 지난해 지인으로부터 온 텔레그램에서 ‘아는 사람이면 클릭해달라’는 문구를 보고 클릭을 한 것과 텔레그램 본사 명의로 온 문자에서 자신이 ‘서울 성북구에서 활동하고 있다. 맞느냐’는 문구에 접속을 했던 것을 의심하고 있다.

다양한 수법의 보이스 피싱이 시민들에게 무차별적으로 침투하고 있어 시민들을 불안에 떨게 하고 있다.

삼성카드 관계자는 “신용카드 배송을 악용한 보이스 피싱의 경우 얼마 전까지는 문자메시지로 카드배송 중이라고 알리고 인적 사항을 입력하라는 방식으로 개인정보를 빼냈으나 얼마 전 부터는 신용카드 배송원이라고 속여 고객이 신청하지 않았다고 하면 신고센터를 안내하겠다고 속여 마치 삼성카드 상담원인 것처럼 안내를 하면서 특정 앱을 설치하게 한 뒤 개인정보를 빼내 피해를 입힌다”며 고객들의 주의를 당부했다.

청주상당경찰서 관계자도 “보이스 피싱이 처음 시작됐을 때는 자녀를 납치했다며 돈을 입금시키라는 등의 수법이었으나 이제는 신용카드 배송 등 일반인들이 쉽게 속아 넘어갈 수 있는 수법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당황하지 말고 침착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신용카드사 고객센터로 전화를 하면 핸드폰에 ○○카드 고객센터라는 명칭이 나타나도록 돼 있어 반드시 이를 확인해야 한다”며 “번호를 알려주는 대로 무조건 전화를 걸거나 상대방이 요구하는대로 따라서는 안된다”고 각별히 주의할 것을 안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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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철

대전세종충청취재본부 김규철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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