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접전 예측되는 미 대선, 경합'주' 아니라 '카운티'를 봐야 할 판

경합주 승부 가를 8곳 카운티…2012년부터 세 번 연속 승자 맞춘 카운티도 관심

미국 대선이 이틀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역사적인 박빙 승부를 벌이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에 미국에서는 대선 승부를 가를 경합주뿐만 아니라, 경합주에서 승부를 가를 지역에 대한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3일(이하 현지시각) 미 NBC방송이 지난달 30일부터 2일까지 등록 유권자 1000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전국단위의 해리스와 트럼프의 지지율은 49%로 동률을 기록했다.

미 일간지 <뉴욕타임스>(NYT)와 시에나대가 10월 24일부터 2일까지 7개 경합주에서 7879명의 투표 참여 의사가 확실한 유권자를 상대로 한 여론조사에서는 해리스가 4곳에서 우세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런데 이번 조사는 다소 혼전 양상을 보였다. 해리스가 기존에 우위를 보였던 펜실베이니아주의 경우 이번에는 두 후보가 동률을 기록했고, 트럼프가 약간 우세했던 노스캐롤라이나주와 조지아주에서는 해리스가 앞서는 모습을 보였다. 물론 모두 오차범위 내에서 엎치락 뒤치락 하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야후뉴스>는 "양 후보가 역사적으로 접전을 벌이고 있으며, 이에 특정 경합주뿐만 아니라 해당 주 내의 특정 카운티가 관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누가 승리할지에 대한 단서를 얻기 위해 주목해야 할 8곳의 카운티"를 소개했다. 카운티는 영미권에서 주로 사용하는 행정구역으로, 일반적으로 주(州)보다는 작고 시 또는 군 보다는 크다.

올해 선거의 최대 분수령이 될 펜실베이니아주(선거인단 19명)에서 주목해야 할 카운티는 주 북서부에 위치한 '에리'카운티라는 지역이다. 매체에 따르면 이 카운티는 "민주당이 강세를 보이는 도심도 있고 보수적인 농촌 지역도 있으며, 이념적으로 혼합된 교외 지역도 있어 펜실베이니아 전체의 축소판과 같다"고 평가된다.

또 이 카운티에서 승리한 후보가 최종 대통령에 당선되기도 했다. 2012년부터 2020년까지 세 번의 대선에서 각각 오바마, 트럼프, 바이든이 우세했던 카운티가 미 전역 3143개 카운티 중 25개에 불과한데, 에리 카운티도 이 중 하나에 포함된다.

지난 9월 10일 해리스와 트럼프의 TV 토론 이후 실시됐던 미 일간지 <USA 투데이>와 서퍽 대학교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해리스가 48%, 트럼프가 44% 지지를 받아 오차범위 내에서 해리스가 앞섰다.

또 다른 경합주로 16명의 선거인단이 걸려있는 조지아주의 '코브' 카운티도 주목할만한 지역이다. 매체는 "민주당이 최근 선거에서 승리한 비밀이 '교외'(도심지를 벗어난 주택 지역)지역에 있었다"며 "코브 카운티는 이러한 현상에 부합하는 가장 적절한 사례"라고 전했다.

애틀란타 시 북서쪽에 위치한 코브 카운티는 그동안 인구 구성이 백인이 주를 이뤘기 때문에 수십 년 동안 공화당 지지세가 확고했다. 그러나 인종이 급격히 다양해지면서 지금은 흑인 30%, 라틴계 15%, 아시아계가 6% 정도이며 거주자의 약 16%는 이민자다. 또 카운티 내에는 고학력자와 부유한 사람들이 많다.

2016년 당시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이 카운티에서 트럼프에 2% 포인트 차로 이겼고 2020년 민주당 후보였던 조 바이든 현 대통령의 경우 14% 포인트 차로 승리하면서, 1992년 이후 조지아주에서 처음으로 승리한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됐다. 이는 조지아주 전체 승리를 위해 이 카운티가 핵심 승부처라는 뜻이기도 하다.

선거인단 10명이 걸려있는 위스콘신주의 '워케샤' 카운티는 스콧 워커 전 위스콘신 주지사가 70% 이상의 득표율로 승리한 공화당의 소위 '텃밭'이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한 이후 이 지역에서 공화당의 지지세가 다소 옅어졌다.

이 카운티의 86%는 백인이며 대학 이상의 교육을 받은 유권자가 많다. 또 카운티의 가구 평균 소득은 10만 달러 이상으로 미국 평균에 비해 35% 높다. 그런데 2012년 대선 당시 밋 롬니 공화당 후보는 67%의 지지를 받았지만 2020년 트럼프는 60% 이하의 지지를 얻었다. 반면 2020년 바이든은 2012년 후보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 비해 9% 이상 많은 지지를 받았다.

이 카운티에는 40만 명의 주민이 거주하고 있는데, 2020년 바이든은 2012년 오바마에 비해 약 2만 5000표를 더 얻었다. 그리고 바이든은 2020년 위스콘신주에서 트럼프를 2만 682표 차이로 앞섰다. 이번 선거에서도 이 카운티에서 해리스가 얼마나 선전하냐가 위스콘신주의 전체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 보라색으로 표시된 곳이 미 대선 주요 경합주. 숫자는 각 주에 배정된 선거인단 인원이다. ⓒ프레시안(이재호)

선거인단 6명이 걸려있는 네바다주의 와쇼 카운티는 2016, 2020년 각각 클린턴과 바이든의 승리에 중요한 역할을 했던 지역이다. 네바다주의 경우 지난 6번의 대선 중 4번의 대선에서 양 후보가 3% 포인트 차이를 보이는 데 그쳤다.

2016년 클린턴은 트럼프에 2.4% 차로 승리했고 바이든 역시 2020년 같은 차이를 보였다. 2020년 당시 트럼프는 네바다 주민의 약 4분의 3이 거주하는 클락 카운티에서 약간의 상승세를 보였으나, 바이든이 와쇼카운티에서 5% 포인트 차이로 승리하면서 네바다주를 민주당이 가져가게 됐다.

매체는 와쇼 카운티가 민주당 경향이 강해진 이유로 2016년 테슬라가 '기가팩토리'를 열었고, 첨단 기술 일자리가 생겨나면서 대학 교육을 받은 유권자들이 이 지역으로 오기 시작했다는 점을 꼽았다.

매체는 "여론조사에 따르면 네바다 유권자의 약 20%를 차지하는 히스패닉 사이에서 트럼프가 승리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에, 해리스가 주 전체에서 승리하려면 와쇼카운티에서 바이든이 얻은 표와 비슷하거나 이보다 더 많은 표를 얻어야 한다"고 내다봤다.

미 북부에서 15명의 선거인단이 걸려있는 미시간주도 대표적 경합주 중 한 곳인데, 미시간주의 가장 큰 도시인 디트로이트가 속한 웨인 카운티의 표심 향방이 주 전체의 승부를 가를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매체는 "트럼프는 웨인 카운티, 대도시인 디트로이트에서 승리하지 못할 것이다"라며 "그럼에도 트럼프가 (미시간주 전체) 선거에서 이긴다면 웨인 카운티는 그 이유를 설명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웨인 카운티는 미시간주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데, 175만 명의 주민이 거주하고 있다. 그리고 여기에는 해리스를 어렵게 만들 수 있는 두 그룹이 밀집해 있다. 흑인 미국인이 38%이며 아랍계 미국인이 약 8% 정도다.

2008년 오바마는 웨인 카운티에서 74%를 득표했고 2020년 바이든은 68%를 얻었는데, 전문가들은 공화당이 디트로이트 서쪽에 거주하는 백인 노동계급 유권자들에게 접근하고 있기 때문에바이든의 득표가 줄어든 것이라고 분석했다.

민주당에게 또 한 가지 어려운 점은 중동 문제에서의 정부 대처 부분이다. 매체는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가자지구 전쟁에 대한 바이든 행정부의 접근 방식에 반대하는 흑인 남성과 아랍계 미국인들의 민주당 지지가 약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해리스가 바이든보다 득표를 적게 할 경우 미시간주에서는 좋은 결과를 얻기 힘들다.

11명의 선거인단이 걸려있는 애리조나주의 매리코파 카운티의 경우 2020년 바이든이 4만 5000표를 득표해 해리 트루먼 이후 최초로 이 카운티에서 승리한 민주당 후보이자 빌 클린턴 이후 최초로 주에서 승리한 민주당 후보가 됐다.

그런데 최근 흐름을 보면 공화당이 유권자 등록에서 상승세를 보였고, 여론조사에 따르면 주 전역에서 트럼프가 소폭 우위를 점하고 있는 상태다. 이는 국경 및 이민 문제와 연관이 있다는 것이 매체의 설명이다.

매체는 "국경 보안은 애리조나 전역에서 큰 문제이며, 이는 공화당 후보에게 도움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트럼프는 애리조나 카운티 인구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히스패닉 주민들 사이에서 민주당의 주도권을 빼앗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매체는 "해리스에게 여전히 기회는 있다. 매리코파 카운티에 위치한 피닉스에는 점점 더 극우화되고 있는 공화당에 반대하는 '네버 트럼프'(Never Trump, 결코 트럼프는 안된다) 공화당원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다"며 "또 선거에서 민주당의 승리 이슈였던 임신중지의 경우 지난 5월 임신중지금지법을 폐지하는 법안이 통과된 바 있다"고 전했다.

16명의 선거인단이 걸려있는 노스캐롤라이나주의 경우 카바러스 카운티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카바러스 카운티는 1948년 해리 트루먼 당시 민주당 후보가 승리한 이후 모든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의 손을 들어줬다.

그런데 2020년 바이든은 1976년 선거에서 지미 카터 민주당 후보가 제럴드 포드 공화당 후보에 한 자리수 이내로 차이를 좁힌 이후 가장 적은 격차로 트럼프에 패했다. 오바마는 2008, 2012년 선거 모두 공화당 후보와 20% 포인트 가까운 격차를 보이며 패한 바 있다.

약 10년 사이에 민주당 후보에 대한 지지세가 강해진 이유에 대해 매체는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샬럿의 북동쪽으로 성장하는 교외 지역 구성이 변하고 그 결과 유권자가 달라졌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카바러스 카운티는 샬럿의 북동쪽에 위치해 있다.

2000년까지 카라버스 카운티의 흑인 인구는 약 12%까지 떨어졌지만 현재 다시 20%에 육박하고 있다. 이 지역의 아시아계와 히스패닉계 인구도 급증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몇 년 동안 유권자 등록이 많아졌는데, 백인이 아닌 주민들의 증가세가 가장 높았다. 이에 2022년 민주당의 다이아몬드 스테이턴-윌리엄스는 노스캐롤라이나 의회에서 카바러스를 대표하는 최초의 비백인 의원이 되기도 했다.

미국의 대부분의 주에서는 특정 후보가 한 표라도 더 많이 받을 경우 그 주가 보유하고 있는 모든 선거인단을 승리한 후보에게 몰아주는 이른바 '승자독식제'를 도입하고 있다. 하지만 네브라스카주와 메인주는 승자독식이 아닌 다른 방식을 취하고 있는데, 네브레스카 주의 두 번째 선거구인 더글라스 카운티가 전체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5명의 선거인단이 걸려있는 네브레스카주는 1968년 이후 모든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가 우위를 보였다. 1991년 네브레스카주는 주 전체 승자에게 선거인단 2명을 배정하고 나머지 3개의 선거구에서 각 선거구의 승자가 선건인단을 챙기는 방식으로 선거인단 배정 방법을 바꾸기로 결정헀다.

이에 트럼프는 주 전체 및 3개 선거구 중 1,3 하원 선거구에서 확실한 승리가 예상된다는 것이 매체의 분석이다. 하지만 더글러스 카운티와 주에서 가장 큰 도시인 오마하가 있는 제2선거구는 다르다. 오바마는 2008년 제2선거구를 표적으로 삼아 승리했고, 바이든도 2020년에 같은 승리를 거두면서 1석을 챙겨갔다.

제2선거구 주민의 약 90%가 더글러스 카운티에 거주하는데 이들은 대부분 백인이고 교육을 받은 교외 주민이며, 오마하 북부에는 상당수의 흑인이 거주하고 있다. 2020년 바이든은 이곳에서 11%격차로 승리했는데 이는 2008년 오바마가 승리했을 때보다 두 배가 넘는 차이였다.

만일 해리스가 더글라스 카운티에서 승리하면 당선을 위한 선거인단 기준인 270명을 확보할 수 있다. 기존 여론조사에서 각 후보가 강세였던 지역을 승리하고 경합주 중 '선벨트'라고 불리는 애리조나, 조지아, 노스캐롤라이나, 네바다주에서 트럼프가, '러스트벨트'인 미시간, 위스콘신, 펜실베이니아주에서 해리스가 이기면 양측의 선거인단 확보는 각가 268명, 269명이 된다.

여기서 해리스가 네브레스카 제2선거구에서 승리하면 선거인단 270명 확보로 당선을 확정할 수 있다. 만약 트럼프가 네브레스카 제2선거구에서도 승리할 경우 양측 선거인단 확보는 269명으로 동률이 되고, 이럴 경우 결정은 하원의회로 넘어가게 된다. 하원의원 435명이 전부 참여하지 않으며, 의원 중 주별로 1표씩 행사한다.

▲ 지난 9월 10일(현지시각) 카멀라 해리스(오른쪽)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TV토론을 가졌다. ⓒABC 뉴스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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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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