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참사 156번째 희생자 된 딸, 아직도 못 떠나 보냈습니다"

[강상구 시사콕] 이태원참사 유가족 진정호 "반복되는 참사, 그 고리를 끊어야"

"저희 아이는 156번째 희생자입니다. 저희는 그날 뉴스를 보고 여기저기 전화를 하고 있었는데, 병원에서 전화가 왔어요. 아이가 현장에서 의식을 잃고 병원에 실려갔고, 병원에서 의식을 찾고 엄마 이름과 전화번호를 아이가 직접 얘기를 해서 병원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그렇게 아이를 병원에서 만나고 중환자실에서 3일 정도 있다가 갔습니다."

이태원참사 156번째 희생자 진세은 씨의 아버지 진정호 씨는 <프레시안>의 유튜브 생방송 '강상구 시사콕'과 인터뷰에서 2년전 "다정했던 막내딸"과 가슴 아픈 이별에 대해 말했다.

"제가 딸이 둘인데, 첫째 딸은 잔소리를 많이 하는 딸이었다면, 세은이는 그걸 풀어주는 딸이었습니다. 성인이 되고 나선 제가 아내나 큰 애한테 잔소리를 듣거나 표정이 안 좋아보이면 '아빠 나랑 소주 한잔 마실까' 이러면서 아빠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딸이었습니다."

▲아빠와 수족관을 방문한 생전의 진세은 씨. ⓒ진정호

"가족 여행도 자주 다니던" 다정했던 가족들은 참사 후 2년이 흘렀지만 "세은이를 떠나보내지 못했다"고 아버지는 털어놓았다.

"되도록이면 저희 셋이 좀 붙어있으면서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서로가 서로를 불안해하고 있는 거죠. 아내는 제가 어디 혹시 나가서 많이 힘들어 하지 않을까, 저는 아내가 그러지 않을까, 큰 딸은 큰 딸대로 특별한 일 아니면 집에서 같이 지내고, 같이 움직이고 그러고 있습니다."

진 씨는 출범 한 달여가 된 '10.29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에 유가족이 낸 '1호 진정'에 대해 "9가지 진상 규명이 필요한 과제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급작스럽게 용산으로 대통령실을 옮긴 것과 이태원 참사의 연관성 문제도 포함됐다.

"저희가 재판 과정을 많이 지켜봤는데, 실제 공무원들이 법정에서 증언하고 있어요. 준비 없이 옮겼기 때문에 자신들도 미리 대응하지 못했다. 당일 구조 요청 신고가 100건이 넘게 들어왔거든요."

(유가족이 낸 9가지 요구는 △대통령실 이전에 따라 경찰, 지자체 등 인력이 대통령실 관련 업무에 집중되면서 참사에 미친 영향, △경찰이 인파 관리가 아닌 마약 범죄 단속에 중점을 둔 이유, △참사 이후 가족에게 정보제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이유, △희생자 159명이 가족들에게 인계되기까지의 행적, △참사 현장에 배치된 각 기관별 인원 및 역할의 적절성을 밝혀 달라 등이다. 편집자)

그는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만 '유죄'를 선고 받고, 김광호 당시 서울경찰청장과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1심에서 '무죄'를 받은 것에 대해 '꼬리 자르기'라고 비판했다.

"용산구청장의 유죄가 인정되면, 서울시장, 대통령까지 행정적 책임을 따져물을 수 있기 때문에 이런 판결이 나온 게 아닐까 생각됩니다."

진 씨는 특조위 조사에 대해 "이번 조사가 이태원 참사에 대한 진상 규명을 넘어서 이런 참사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중요한 분기점이 됐으면 좋겠다"며 세월호 참사, 가습기살균제 참사 등 "참사가 벌어질 때마다 진상규명이라고 하면서 조사위원회를 만들어 놓고 대충 조사하는 관행이 제일 심각한 관행이라고 생각한다. 이 악순환의 고리를 꼭 끊어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과거에 저도 참사 관련 뉴스를 보기 힘들어서 제목만 보고 넘기고 내 일이 아닌 것처럼 생각했었어요. 저는 운이 나빠서 유가족이 좀 일찍 된 것 같아요. 이대로만 간다면 다른 분들도 유가족이 될 수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저도 제가 유가족이 돼서 이런 데 와서 말을 할 거라고 상상을 못했습니다. 저희들이 하는 일들이 더이상의 참사 발생을 막고 싶어서라고 이해해주셨으면 합니다. 더 많은 관심도 부탁드리고 싶구요."

지난 23일 진행된 좀더 자세한 인터뷰 내용은 '강상구 시사콕'에서 볼 수 있다. (바로 가기 : https://www.youtube.com/watch?v=pGGOItZxH_E&t=1903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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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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