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영의 세상읽기] 고지의무위반이 거래의 상대방을 기망한 것이 되어 사기죄가 성립하는 경우

사기죄의 요건인 기망행위는 널리 재산상의 거래관계에서 서로 지켜야 할 신의와 성실의 의무를 저버리는 모든 적극적·소극적 행위를 말한다. 반드시 법률행위의 중요 부분에 관한 허위표시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니고, 상대방을 착오에 빠뜨려 행위자가 희망하는 재산적 처분행위를 하게 하는 판단의 기초가 되는 사실에 관한 것이면 충분하다.

따라서 거래의 상대방이 일정한 사정에 관한 고지를 받았더라면 거래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관계가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거래로 재물을 받는 자에게 신의성실의 원칙상 사전에 상대방에게 그와 같은 사정을 고지할 의무가 있다.

그런데도 이를 고지하지 않은 것은 고지할 사실을 묵비함으로써 상대방을 기망한 것이 되어 사기죄가 성립한다.

그리고 상대방이 그 사실을 알지 못한 데에 과실이 있다거나 고지의무위반을 이유로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하여 사기죄의 성립에 영향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어떤 물품에 대한 국내의 독점판매계약을 하면서 상대방이 이미 다른 회사가 같은 용도와 성능을 가진 제품을 국내에 판매하고 있는 것을 알았다면 독점판매계약을 체결할 리가 없다고 보는 것이 경험칙상 명백하다고 할 것이므로 그 거래로 재물을 받는 자는 독점판매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 이를 신의칙상 고지할 의무가 있고 이를 고지하지 않은 것은 고지할 사실을 묵비함으로써 상대방을 기망한 것이 되어 사기죄로 처벌될 수 있다.

또한 상대방이 그 소유의 대지 일대에 주택재개발사업이 진행 중에 있는 사실을 알지 못하고 있는 것을 이용하여 재개발사업이 진행 중에 있는 위 대지에 대하여 현황으로서의 대가만을 지급하고 그 소유권을 취득함으로써 재개발사업시행의 결과 위의 대가와는 현격한 차이가 나는 아파트분양 등의 이득을 취할 의도하에 상대방에게 위 대지가 재개발사업지구내에 들어 있는 사실을 고지하지 아니한 경우, 위 대지가 재개발사업지구내에 포함되어 있는 사실을 상대방이 알았더라면 상대방으로서는 현황으로서의 대가에 위 대지의 소유권이전등기를 넘겨주지 않았을 것임이 경험칙상 명백하므로 그 거래로 재물을 받는 자로서는 위 대지를 취득함에 있어 상대방에게 위와 같은 사실을 고지할 법률상 의무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이를 숨기는 행위는 사기죄로 처벌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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