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호의 우리말 바로 알기] ‘황새’와 ‘황소’의 어원

오래 전에 얼룩소 이야기를 썼더니, 어느 독자가 우리나라에도 칡소라는 얼룩소가 있다고 했다. 울릉도에 많이 있는 모양이다. 그 당시 “송아지 송아지, 얼룩 송아지, 엄마 소도 얼룩소 엄마 닮았네”라는 글을 썼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젖소를 이야기했더니 우리나라에는 칡소라는 얼룩소가 있다고 연락을 해 온 것이다. 참으로 고마운 독자가 아닐 수 없다.

황소에 관한 글도 어느 책에 실었는데, 황새와 더불어 조금 더 부연해 보고자 한다. 우리말은 한자어와 어울리면서 한자어와 순우리말의 경계가 애매해졌다. 한자와 순한국어가 합친 합성어도 있고, 우리말 같은데, 한자어인 것도 많다. ‘흐지부지’ 같은 것이 한자어에서 유래한 우리말이다. 오늘은 우리말이었는데 한자어로 바뀐 것을 알아보고자 한다.

황소는 원래 ‘한쇼’에서 유래한 말이다. 암소보다는 수소가 덩치가 훨씬 크다. 한눈에 보아도 “저 소는 수놈이구나.” 하고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차이가 난다. 그것이 누런 색이기 때문에 황소라고 하는 것이 아니고, 암놈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한 소(고어에는 한쇼라고 되어 있다.)’라고 불렀던 것이다. 그래서 나중에는 ‘미련하거나 기운이 세거나 많이 먹는 사람을 황소에 비유’하기도 하였다. 예를 들면

태호는 기운이 황소 같은 사람이다.

황소 뒷걸음에 잡힌 개구리

네가 아무리 황소고집을 세워도 이 결혼 절대 안 된다.

와 같이 쓴다. 한편 ‘털빛이 누런 소’는 ‘황우’라고 부른다. ‘한쇼’는 <용비어천가 87장>에 나오는 말이다. 여기에서 ‘한’은 ‘크다’는 뜻이다. 우리말에서 ‘한길’도 ‘차나 사람이 많이 다니는 큰 길’을 의미하는 것과 같다. 필자가 어린 시절에는 ‘신작로(新作路)’를 ‘행길(한길)’이라고 했던 기억이 있다.

이러한 원리는 ‘황새’에도 적용할 수 있다. 황새는 ‘누런 새’가 아니다. 역시 ‘한 새’가 원어이다. 황새는 다른 새보다 월등하게 크다. 황샛과에 속한 새로 백로와 비슷한데, 날개 길이는 66cm 정도로 큰(한) 새다. 몸빛은 순백색이고, 날개의 일부 깃털은 검고, 눈의 언저리는 적색이며, 부리는 검은 빛깔이다. 다리가 길고 물갈퀴가 있다. 물고기와 뱀 등을 잡아 먹는다. 이 새는 <훈몽자회 상 8>에 보면 ‘한새’라고 나타나 있으니 굳이 다른 어원사전을 볼 필요도 없다. 그냥 ‘한새’가 변하여 ‘황새’가 된 것이다. 지명에도 ‘한새벌’이라는 곳이 있는데, 그곳에 가면 유난히 ‘황새’들이 많이 살고 있음을 본다. 일부 지방에서는 두루미를 황새라고 부르기도 한다. 예문으로는

뱁새 다리가 길었자 황새 다리만 하겠는가

황새걸음으로 뛰다.

뱁새가 황새 따라가자면 가랑이가 찢어지는 법이야.

등과 같이 쓴다.

안타까운 것은 순우리말이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한자어 황(黃)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사실은 그것이 아닌데, ‘한’을 ‘황’으로 잘못 쓰고 있는 것이다. 대부분의 언어는 단모음화로 되어 가는데, 어쩌자고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지 모르겠다. 하기야 ‘하수분’도 ‘화수분’으로 바뀌었으니 뭐라 할 말이 없다. 투덜투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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