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벤처기업부 산하기관인 중소기업유통센터(중기유)가 티몬과 위메프의 부도 위기를 미리 인지하고도 소상공인이 참여하는 '2024년 온라인 판로 지원 사업'의 수행사업자로 티메프를 선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중기유는 부도에 따른 손해를 피하려 티메프 선지급하기로 한 돈을 후불 지급하기로 계획을 변경했으나, 소상공인 참여업체들에겐 이를 고지하지 않았다.
22일 더불어민주당 장철민 의원실(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대전 동구)에 따르면 '온라인 판로 지원 사업' 수행사업자인 티메프의 사업에 참여한 소상공인 업체 212곳이 총 1억 1618만원 비용을 선지급해 피해가 발생했다.
해당 사업을 주관한 중기유는 티메프 부도 위기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내부 법률검토까지 하면서, 비용을 내고 사업에 참여한 소상공인들에게 이를 함구했다고 장 의원실은 전했다. 중기유는 "원칙적으로는 각 소상공인 참여 업체가 티몬과 위메프에 돌려받아야 하는 금액이라며, 당장은 티메프에 환불을 요청하는 것 외에 피해업체에 보상할 방법이 없다"는 입장이다.
중기유가 진행한 '온라인 판로 지원 사업' 중 피해액이 가장 큰 '소상공인 스마트물류 지원사업'은 소상공인들의 물류부담을 줄이기 위해 대기업이 보유한 스마트물류 관리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도록 중개하고 지원하는 사업이다. 티몬이 수행기업으로 선정됐고, 소상공인이 물류망을 이용해 상품 입출고 및 재고관리, 배송 등 물류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었다.
해당 사업은 한 참여업체(소상공인)당 비용과 정부지원금을 더 해 수행사업자인 티몬이 총 비용을 받게 되는데, 구체적으로 티몬이 받는 비용은 한 업체당 220만 원(세금 포함)으로 중기유를 통한 정부지원금 160만 원, 참여업체로부터 60만 원을 받게된다. 소상공인 총 250개 업체에 대해 정부지원금 4억을 지급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중기유는 수행기업으로 선정된 티몬과 '본계약'을 체결하려는 시점에 티몬의 부도 위기를 인지했다고 장 의원실은 꼬집었다. 중기유는 '계약이행보증보험 및 선금보증보험 발급 필수'라는 조건을 공고에 명시했으나, 티몬은 해당 보증보험 발급이 거부됐다.
중기유는 사내 법률검토를 통해 '자본잠식 상태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일률적으로 입찰의 무효를 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는 결론을 내고 해당 사업을 그대로 강행했다. 다만, 소상공인별로 정부지원금 160만 원(80%), 총 3억2000만 원이 떼일 위험을 막도록 모집 공고에서 밝힌 '선지급 계획'을 '후불 계획'으로 변경했다.
결과적으로 5월 해당 사업의 소상공인 참여업체 모집을 시작해 78곳이 각 60만 원 씩 내고 신청했지만 7월 초 티메프 사태가 터지며 사업이 완료되지 않았고, 중기유는 티몬에 지원금을 전혀 지급하지 않았다. 장철민 의원실은 중기유가 사업을 취소하거나 참여 소상공인들의 참여 비용도 후불 지급으로 변경하는 등 여러 선택지가 있었지만, 중기유는 자체 위험만 회피하고 소상공인들의 위험은 방치했다고 지적했다.
위메프가 수행사업자로 선정된 '소상공인 상품개선 지원 사업'중 '콘텐츠 제작 지원'과 '온라인 홍보 지원사업'도 같은 방식으로 소상공인만 피해를 입었다. 각 80개, 54개 업체가 신청해 자부담금을 이미 냈고, 중기유는 후불로 계획을 바꿔 전혀 돈을 지급하지 않았다.
장철민 의원은 "중기유 돈만 돈이고, 소상공인 돈은 떼어먹혀도 된다는 거냐"며 "중기유는 공고된 기존 계획을 바꿀 정도로 명확하게 부도 위기를 인지하고도 소상공인들을 전혀 보호하지 않았고 오히려 위기 상태의 티메프에 돈을 내게 했다. 사실상 공범"이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장 의원은 "중기유가 중기부가 피해업체들에 대해 환불하는 것은 물론이고, 부도 직전 기업에 소상공인들이 돈을 내게 한 책임을 분명히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소기업유통센터 관계자는 "다수의 국내 이커머스 플랫폼이 자본잠식 상태이며 이를 모두 부도위기라고 볼 수는 없다. 법률 검토를 진행한 이유는 자본잠식 상황에 있는 기업과의 계약을 하는 것이 불가능한지에 대한 법률검토일 뿐, 부도 위기를 감지하여 법률검토를 진행한 것이 아니다. 또한, 소상공인이 지급한 자부담금은 티메프 법정관리인 협의 등을 통해 반환받을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해명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