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신와르 영웅화에 골머리…네타냐후 자택 드론 공격도

방공망 취약점 또 노출, 공습경보조차 안 울려…이스라엘 공습에 가자 북부 100명 사망

이스라엘 방공망이 무인기(드론)에 취약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자택 인근까지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의 무인기 공격에 노출됐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수장 야히아 신와르를 제거했음에도 가자지구에 대한 강한 공습을 이어가 이틀간 가자지구 북부에서만 100명 이상이 숨졌다. 한편 이스라엘은 자국이 공개한 신와르의 죽음 직전 영상 탓에 가자지구에서 신와르 영웅화가 이뤄지며 골머리를 앓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19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이란 대리 세력 헤즈볼라의 나와 내 아내에 대한 오늘 암살 시도는 중대한 실수"라며 "이스라엘 국민을 해치려는 자는 누구든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날 이스라엘 총리실은 레바논에서 온 무인기가 네타냐후 총리 사저 인근 건물을 타격했다고 확인했다. 총리실은 네타냐후 총리와 배우자가 무인기 공격 당시 집에 없었고 사상자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IDF)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오늘 오전 세 대의 무인기가 레바논으로부터 침투했고 두 대는 요격됐지만 한 대는 카이사레아의 한 건물을 타격했다. 총리를 겨냥한 것"이라며 이번 공격으로 인해 헤즈볼라와의 "전투가 심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텔아비브에서 북쪽으로 50km 가량 떨어진 지중해 연안 카이사레아는 네타냐후 총리 사저가 위치한 지역이다.

19일 이란 관영 <IRNA> 통신은 유엔 주재 이란 대표부가 네타냐후 총리 사저에 대한 무인기 공격이 "레바논의 헤즈볼라에 의해 수행됐다"고 밝히며 이란과는 선을 그었다고 보도했다.

이번 공격으로 이스라엘 방공망이 무인기에 취약하다는 점이 다시 한 번 드러났다는 평가다. <뉴욕타임스>는 카이사레아 지역에 공습 경보조차 울리지 않았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이스라엘군이 관련해 "조사 중"이라고만 밝혔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무인기가 방공망의 주 요격 대상인 로켓이나 미사일보다 열을 덜 방출하고 금속 성분이 적으며 더 낮은 고도를 더 느리게 비행해 감지가 쉽지 않다고 지적한다.

지난 13일에도 이스라엘 북부 군기지가 헤즈볼라 무인기에 공격 당해 군인 4명이 죽고 60명 이상이 다쳤다.

한편 이스라엘은 지난 16일 제거한 신와르가 영웅시 되는 것을 경계하며 그의 생전 도피 모습을 담은 영상을 공개했다.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19일 이스라엘군은 누리집에 신와르가 지난해 10월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습격 전날 생필품을 챙겨 가족과 함께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의 땅굴로 피신하는 영상 및 신와르가 머문 땅굴 속 거처 사진을 공개했다. 하가리 대변인은 "그(신와르)가 제거된 뒤 그의 명예를 회복하려는 사람들이 있다"면서 "그러나 신와르는 도주 중인 수배된 테러리스트처럼 행동했고 살았다"고 강조했다.

<로이터>는 19일 오전 이스라엘 항공기가 "하마스는 더 이상 가자지구를 통치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죽은 신와르의 모습이 담긴 전단지를 가자지구 남부에 배포하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은 지난 17일 신와르를 제거했다고 발표하며 이스라엘 무인기에 포착된 신와르의 죽기 직전 영상을 공개했는데 이 영상이 이스라엘 쪽 예상을 깨고 신와르의 영웅화에 기여하며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해당 영상에서 신와르는 이스라엘군과의 교전에서 부상을 입은 채 무인기를 향해 막대기를 던졌는데 이 모습이 팔레스타인인들 사이에서 '최후의 저항'으로 읽히며 신와르를 추앙의 대상으로 만들고 있다.

18일 <로이터>는 지난해 10월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에 비판적인 가자지구 주민 아델 라잡(60)조차 "그(신와르)는 군용 조끼를 입고 소총과 수류탄으로 싸우다 죽었고 다쳐서 피를 흘리면서도 막대기로 싸웠다. 이는 영웅이 죽는 방식"이라고 평가했다고 전했다. 라잡은 신와르가 죽은 방식이 "팔레스타인인으로서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하마스와 이란도 신와르의 마지막 모습이 영웅적이었다고 주장했다. 카타르 알자지라 방송을 보면, 18일 신와르의 죽음을 확인한 하마스의 가자지구 지도자인 칼릴 하이야는 신와르가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머리를 높이 들고 총을 쏘며 용감하게 최후를 맞이했다"며 그가 "저항 투사"이자 "순교자"라고 강조했다. 하이야는 가자지구에 대한 공격을 중단하고 포위한 지역에서 병력을 철수할 때까지 인질이 귀환하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엔 주재 이란 대표부도 신와르가 "은신처가 아닌 야외에서 전투복을 입은 채 적과 직면했다"며 "저항 정신이 강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스라엘은 1순위 제거 대상이었던 신와르 사망에도 가자지구 북부에 대한 강한 공격을 이어갔다. 영국 BBC 방송은 하마스가 운영하는 가자지구 언론국이 19일 밤 늦게 가자지구 북부 베이트 라히아의 주거 지역에 대한 이스라엘 공습으로 여성과 어린이를 포함해 최소 73명이 죽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방송은 이날 앞서 이 지역에 위치한 인도네시아 병원이 이스라엘군의 "격렬한 총격"에 맞닥뜨렸다고 하마스가 운영하는 보건부를 인용해 덧붙였다. 방송은 전날에도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북부 자발리아 난민촌을 공습해 최소 33명이 숨졌다고 전했다.

이스라엘군은 BBC에 군이 "하마스 테러 목표물"을 공격했고 하마스 당국이 발표한 사상자 수치는 "과장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19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북부 베이트 라히아에 위치한 학교에 대피 중이던 팔레스타인인들이 이스라엘군 명령으로 북부 가자시티로 또다시 피난해 휴식을 취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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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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