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죽음 앞에 선 여성들…10·20대 여성 '하루 34명' 꼴 자살시도

"딥페이크 등 젠더폭력, 노동 불안정성으로 불안·좌절 경험"

젊은 여성들의 자살 시도가 꾸준히 늘어 지난해 자살을 시도한 10대·20대 여성이 1만2287명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젠더폭력 및 불안·좌절의 경험이 이와 무관치 않다고 분석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2020~2024.6월까지 자살 시도자 현황' 자료를 <프레시안>이 분석한 결과, 지난해 자살을 시도한 사람은 3만9404명으로 이 중 10대, 20대 여성은 1만2287명이었다. 10대, 20대 여성의 자살시도는 전체 인구 대비 31%를 차지했다.

자살을 시도한 10대, 20대 여성들은 2020년도부터 꾸준히 30%대를 기록하고 있다. 2024년 상반기에만 4788명이 자살을 시도했고, 2020년에는 1만200명 (29%), 2021년 1만2224명 (33%), 2022년 1만1969명 (32%), 2023년 1만2287명 (31%)이 자살을 시도했다. 지난해 기준 하루 34명 꼴로 10대, 20대 여성들이 자살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지난 5개년 동안 모든 성별과 연령을 통틀어 20대 여성의 자살 시도가 가장 많았다. 지난해에는 7329명의 20대 여성이 자살을 시도했다. 같은 해 자살을 시도한 20대 남성(3,067명)의 2배 이상에 달하는 수치다. 자살을 시도한 20대 여성은 2022년에는 7417명, 2021년에는 7993명, 2020년에는 6866명을 기록했다.

문제는 10대 여성들의 자살시도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2020년 자살을 시도한 10대 여성은 3334명이었으나, 4231명(2021년) → 4552명(2022년)→4958명(2023년)으로 꾸준히 증가세를 보였다. 지난해에는 2022년대비 406명이나 늘면서 10대 여성이 지난해 다른 성별, 연령과 비교해 가장 큰 증가폭을 기록했다.

ⓒ게티이미지뱅크

2020년부터 2023년도까지 매년 여성의 자살시도가 62%를 웃돌아 남성보다 1.5배 이상씩 많았다. 다만 10대부터 50대까지는 여성 자살시도가 모두 남성보다 많았던 반면, 60대부터는 남성의 자살시도가 여성보다 많은 역전 현상을 보였다.

남성들 중에서는 20대에서 자살시도자가 가장 많았다. 20대 남성 자살시도자는 지난해 3067명을 기록했고, 2022년에는 3070명, 2021년에는 3405명, 2020년에는 3141명을 기록했다. 남성의 경우 20대에서 가장 많이 자살을 시도했고, 40대, 50대, 30대 순으로 이어졌다.

전문가들은 10대, 20대 여성들이 젠더폭력에 노출되어 있는 것 그리고 여성이 노동시장에서 갖는 불안정성이 이들의 자살시도에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했다. 이들은 자신을 둘러싼 사회적 환경으로부터 불안과 좌절을 경험하게 된다는 것이다.

서울시 자살예방센터장인 김현수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임상교수는 "10대, 20대 여성들은 딥페이크, 텔레그램 n번방 등 성폭력을 포함한 사회 안전의 악화를 경험했다. 또한 코로나 이후 비숙련 비정규직 일자리가 대폭 감소했는데 경제적 어려움과 실업을 경험한 계층이 여성이라는 통계가 많다. 사회복지 차원에서도 안전망이 부족하고, 개인적으로도 안전하지 못하다고 느낀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사회가 여학생이나 여성들에게 여러 기회를 주지 않는다는 한국의 '유리천장 지수'가 높은 점도 영향으로 꼽을 수 있다. 사실 여성들의 자살율이 높은 것은 전 세계적인 추세다. 우리나라도 자살 시도 및 자해에 10대, 20대 여성 비중이 커졌다. 그만큼 젊은 여성들의 개인적·사회적 좌절이 쌓이고 있다는 얘기"라며 "장래에 대한 기대는 큰데 현실에선 가능한 게 없으니까 '이대로는 살 수 없다', '헤어날 수 없다'는 생각에 빠지면서 자해-자살과 같은 극단까지 가게 되는 것"이라고 짚었다.

이민아 중앙대 교수(사회학)는 "청년 여성들은 노동시장에서의 자신의 위치에서 한계를 마주하게 된다. 2018년도 이후 노동시장의 상황을 보면 비정규직 시간제 비율이 청년 여성에게서 급격히 증가하는 등 노동시장의 불안정성과 어려움이 청년 여성들에게 집중됐다. 거기에 청년여성들에게 가해지는 외모나 행동 등 사회적인 압력과 통제가 심하다. 또한 젠더 폭력의 위험에도 훨씬 더 많이 노출되어 있어 사회적 환경으로부터 불안과 좌절의 경험을 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남인순 의원은 "청년여성의 자살을 정신병리학적 문제로만 접근하면 개선이나 해결은 쉽지 않으며, 자살을 유발하는 사회구조적 문화적 원인에 대한 심층적인 분석이 필요하다"며 "뿐만 아니라 결혼과 출산을 전제로 한 지원 정책만이 아닌 청년 여성 개인에 초점을 맞춰 노동시장내 차별 및 심각한 젠더폭력 등 구조적 문제 개선에 국가가 더욱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앱,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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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연

프레시안 박정연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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