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여주의 푸르메소셜팜 안에 자리한 베이커리 카페 '무이숲'이 지난달 오픈 2주년을 맞았습니다. 지난 2년 새 무이숲은 발달장애 직원들의 자부심이자 여주 인근에 거주하는 장애 청년들의 꿈의 직장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다름의 경계가 없다(무이․無異)'는 이름에 담긴 뜻 그대로 다양한 사람이 찾아와 어울리는 공간으로 입소문이 났지요. 무장애환경(배리어프리․Barrier-free)으로 꾸며진 내부 덕분에 나이나 장애 유무 등에 상관없이 모든 사람이 편안하게 이용합니다. 무이숲의 시작부터 함께하며 이곳에서 미래를 일구고 있는 원유림(26)․장정규(24) 직원에게 일과 삶, 꿈에 대해 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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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집 마련으로 독립 꿈꿔요"
원유림 씨는 자타공인 무이숲 베이커리부의 에이스입니다. 일도 빠르게 배우고 손도 빠릅니다. 오전 8시 30분에 출근해 4시간 동안 10여 종의 빵을 만듭니다. "제일 먼저 샌드위치부터 만들어요. 그 후 소금빵, 커피번, 토마토 포카치아 등을 만들고, 틈틈이 피자빵 만드는 동료들 일을 도와줘요."
가장 재미있는 일은 샌드위치 만들기입니다. "아침에 손님들이 든든하게 먹어야 하니까 열심히 만들어요. 재료를 쌓는 게 재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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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힘든 일도 있습니다. 아이스크림이 가득 채워진 통을 지하 1층에서 지상 1층의 카페로 올리는 일입니다. 이 통이 꽤 무겁거든요. 반전은 이 일이 원래 유림 씨 업무가 아니라는 것. "카페부에서 일하는 다희 언니를 도와주는 거예요. 너무 무겁잖아요." 바쁜 와중에도 자기보다 몸집이 작고 힘이 약한 동료를 도와주는 유림 씨의 마음이 참 예쁩니다.
하지만 착하고 예쁜 모습 뒤에 조금 무서운 면도 있습니다. 최근 베이커리부 총괄 부장이 휴가를 간 사이, 유림 씨가 조금 느슨해진 베이커리부 업무 분위기를 바짝 잡았습니다. "부장님이 없으면 제가 동료들한테 잔소리해요. 일 똑바로 하라고요." 3년 차 선배 직장인다운 모습입니다.
유림 씨는 무이숲 입사 전 주민센터의 코로나 선별진료소와 장애인복지관 내 카페에서 일했습니다. "그때는 지루하고 재미없었어요. 무이숲은 동료들이랑 같이 일하니까 재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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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 대부분은 적금을 붓고 얼마 안 되는 용돈은 거의 가족, 특히 조카들의 선물로 나갑니다. "엄마 생신 때 꽃다발을 사드렸더니 고맙다며 우시더라고요."
유림 씨에게 자립은 '오랜 꿈'입니다. "집이랑 차를 사서 독립하고 싶어요. 조카들이 매일 집에 오는 게 좋기도 한데 혼자만의 시간도 필요하거든요. 그런데 아빠는 조금 더 기다려 보래요.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요."
그 꿈에 다가서기 위해 유림 씨는 더 열심히 일하고 돈도 더 많이 벌고 싶습니다. "손님이 많아져서 무이숲이 더 잘됐으면 좋겠어요. 서른 살 넘어서까지 오래 여기서 일하고 싶어요."
"제힘으로 돈 버는 게 즐거워요"
2021년 푸르메소셜팜에 입사한 장정규 씨는 2022년 무이숲이 문을 열면서 자리를 옮겼습니다. 푸르메와 3년을 함께한 소중한 직원이지요. 농사는 처음이라 입사 당시에는 겁부터 났답니다. 하지만 이제는 동료들과 어울려 일하는 게 너무 좋습니다. "가장 즐거울 때는 퇴근하고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먹은 후 셔틀 차량이 출발하기 전까지의 시간이에요. 동료들이 다 모여서 대화하며 어울리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쉴 때뿐만 아니라 일할 때도 즐거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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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부에서 일하는 정규 씨의 업무는 다양합니다. 음료를 만들고, 손님들이 반납한 쟁반 정리와 테이블 닦기, 설거지도 합니다. 가장 자신 있는 음료는 '사과당근주스'랍니다. 물론 무이숲 시그니처인 '토마토주스'도 능숙하게 만들고요. "일하는 건 다 즐겁지만, 음료 만드는 게 제일 재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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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 씨는 월급을 직접 관리합니다. 먼저 저축하고 나머지를 자신의 용돈으로 쓰는데, 종종 부모님께 용돈을 드리기도 한답니다. "돈을 번다는 게 너무 즐거워요. 자유롭게 돈을 쓸 수 있다는 것도 좋아요. 모아서 집이나 차를 살 수도 있으니까요."
정규 씨에게 자립은 '자유'입니다. "혼자 살고 싶어요. 더 자유롭게 놀고 싶고, 연애도 자유롭게 할 수 있을 것 같아서요. 나중에는 결혼해서 아이도 낳고 싶어요."
당장 하고 싶은 건 수학여행으로 갔었던 부산을 친구들과 다시 한번 다녀오는 것입니다. 그때를 위해 오늘도 정규 씨는 "최선을 다해 열심히 일하겠다"고 다짐합니다.
*위 글은 비영리공익재단이자 장애인 지원 전문단체인 '푸르메재단'과 함께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바로 가기 : http://purm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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